중국 제약사 베이진(BeiGene)의 후발 브루톤티로신키나제(Bruton’s tyrosine kinase, BTK) 억제제 ‘브루킨사캡슐’(Brukinsa, 성분명 자누브루티닙 Zanubrutinib)이 향후 시장 지배력을 가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의미 있는 임상결과가 나왔다.
베이진은 지난 11일(현지시각) 유럽혈액학협회(EHA) 가상회의에서 과거에 치료받은 경험이 있는 성인의 재발성 또는 불응성 만성 림프구성 백혈병(chronic lymphocytic leukemia, CLL) 또는 소림프구성 림프종(small lymphocytic lymphoma, SLL)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ALPINE 임상시험에서 이 분야의 맹주인 얀센 및 애브비의 ‘임브루비카캡슐’(Imbruvica, 성분명 이브루티닙 Ibrutinib)보다 나은 유효성과 안전성을 보여준 중간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브루킨사는 이 계열 약물 중 처음 시장에 나왔던 임브루비카보다 CLL 및 SLL에서 더 많은 환자의 종양을 위축시켰으며 심방세동 또는 심방조동 등 위험한 심장 부작용을 일으키는 사고가 적었다.
415명의 피험자 중 207명은 브루킨사, 208명은 임브루비카를 투여받았다. 임상연구자에 의해 평가된 객관적반응률은 15개월(중앙값)의 추적 결과 각각 78.3%, 62.5%로 통계적으로 유의하며 브루킨사가 임브루비카보다 나은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독립적 검토위원회(IRC)가 평가한 객관적반응률은 브루킨사 투여군이 76.3%, 임브루비카 투여군이 64.4%였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는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중간 분석 결과는 일단 베이진에게 매우 긍정적이다. 베이진 측은 두 데이터의 불일치와 관련, 무수한 요인들이 이를 야기했을 수 있다며 독립적 검토자들은 영상 사진 스캔과 일부 실험실 결과만 보기 때문에 종양이 자라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전체적인 그림을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염색체 17p가 결여된 환자군에서 연구자가 평가한 객관적 반응률은 브루킨사 83.3%, 임브루비카 53.8%로 집계됐다.
12개월 무진행 생존율은 브루킨사 94.9%, 임브루비카 84.0%, 12개월 전체 생존율은 브루킨사 치료군이 97.0%, 임브루비카 치료군이 92.7%였다.
브루킨사는 뇌졸중이나 심부전 같은 심각한 합병증의 위험을 증가시키는 심방세동 발생을 낮출 수 있다는 명확한 안전성 이점을 보여주었다. ALPINE 임상에서 브루킨사 투여군은 2.5%가 심방세동을 겪은 반면 임브루비카 투여군은 10.1%나 됐다.
또 임브루비카 투여군은 7명이 각기 다른 심장질환으로 치료를 중단해야 했지만, 브루킨사 투여군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브루킨사 투여 환자의 7.8%가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한 반면 임브루비카 투여군은 13%나 됐다.
임브루비카는 외투세포림프종(mantle cell lymphoma, MCL), 변연부림프종(Marginal Zone Lymphoma, MZL), CLL, SLL, 발덴스트룀거대글로불린혈증(Waldenström’s macroglobulinemia, WM, 원발성 고분자글로불린혈증, 혈장 내 lgM 증가) 등 5가지 세부질환에서 적응증을 확보하고 있다. 반면 브루킨사는 중국, 미국, 캐나다 등에서 MCL, CLL, SLL, WM 등 4가지 적응증을 획득했다. 특히 첫 승인은 미국에서 이뤄졌다. 2019년 11월 14일에 이전에 최소 한가지 이상의 치료를 받은 성인 MCL 치료제로 FDA 승인을 얻었다.
제인 황(Jane Huang) 베이진 혈액학 분야 최고의학책임자(CMO)는 인터뷰에서 베이진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와 3상 ALPINE 임상시험의 직접 비교 데이터를 논의하고 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어 그녀는 올해 말 새로 진단받은 CLL/SLL 환자를 대상으로 한 세쿼이아(Sequoia) 3상 임상시험의 톱라인 데이터가 나올 것으로 기대돼 두 데이터 세트를 함께 FDA에 적응증 확대를 위해 접수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쟁 제품인 BTK 억제제인 ‘칼퀀스캡슐’(Calquence, 성분명 아칼라브루티닙 Acalabrutinib)은 2019년 11월 21일 과거에 치료 전력이 있는 CLL/SLL에 대해 동시에 FDA 승인을 받았다.
SVB 리링크 분석가 앤드류 베렌스(Andrew Berens)는 지난 5월 투자자 노트에서 “ALPINE의 긍정적 결과는 견고하게 구축된 임브루비카와 칼퀀스의 아성에 도전하는 브루킨사의 상업적 포지셔닝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외부독립 평가선 통계적 유의적 입증 못해 … WM서도 아슬아슬하게 놓쳐
브루킨사가 임브루비카와의 맞대결에서 우세한 유효성을 입증해보이려다 점수가 모자라 아슬아슬하게 놓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12월 16일에 공개된 WM 환자를 대상으로 한 Aspen 3상 연구에서도 브루킨사는 수치 면에서 임브루비카보다 더 많은 완전반응 또는 “매우 좋은 부분반응”을 이끌어내긴 했지만 통계적인 유의성을 입증해내지는 못했다.
브루킨사가 암 진행을 막는 과정에서 임브루비카보다 더 효과적인지에 대한 자료는 현재 미숙하지만, 브루킨사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1년 단위로 볼 때 브루킨사 투여 환자는 94.9%가 여전히 무진행 생존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임브루비카 투여군은 84%에 불과했다. 이는 브루킨사가 예비 위험을 60% 감소시킨다고 해석할 여지가 있다.
황 CMO는 “만성 환자들이 수 년 동안 매일 복용해야 하는 BTK 억제제는 안전성이 중요한데, 심방세동은 다른 ‘성가시게 하는(annoying, 불편하지만 치명적이지는 않은)’ 부작용과 비교해 볼 때 심방세동과 같은 심장질환들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며 “BTK 치료를 통해, 우리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약을 계속 복용할 수 없다면 병이 재발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브루킨사와 칼퀀스는 임브루비카가 석권한 BTK 약물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빼앗으려 노력 중이다. 특히 CLL에서 그 경합이 치열하다. 칼퀀스는 3상 엘Elevate-RR 시험에서 과거에 치료받은 적이 있는 CLL 환자를 대상으로 임브루비카와 직접 비교한 결과 심장 안전성에서 더 안전하다는 결과를 얻은 바 있다. 최근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연례회의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40.5개월간의 추적관찰 결과 심방세동 비율은 칼퀀스가 9.4%, 임브루비카가 16%였다.
미국에서 CLL에 대한 승인을 받지 못한 브루킨사의 올 1분기 판매액은 2210만달러에 불과하다. 이는 중국내 상환의약품 리스트(National Reimbursement Drug List, 약가등재)에 포함되기 전에 중국 내 약품 유통업체에 차액에 대한 약가 보상을 해 준 탓이 크다.
하지만 베렌스는 2025년 매출액이 47억9000만달러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하며 브루킨사를 멀티 블록버스터 약물이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지난 해 임브루비카는 전세계에서 84억3000만달러 매출을 올렸다. 반면 브루킨사는 미국에서 최소 한 가지 이상의 치료를 받은 성인의 외투세포림프종(MCL) 치료제로 가속승인을 받았으며, 중국에서는 MCL, CLL/SLL 치료제로 승인됐다. 중국에서 개발한 암 치료제로는 처음으로 FDA 혁신치료제로 지정받은 기록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