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은 간부전·신장기능저하·뇌부종·호흡부전이 동반되고 간이식 대기자 응급도 평가(MELD) 40점으로 ‘최고 응급’ 단계에 속해 의식까지 없었던 환자의 간이식 수술에 성공해 환자를 휠체어 보행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시켰다고 21일 밝혔다.
이 환자는 57세의 여성으로 유전적으로 B형간염을 갖고 있었고 2017년 간경화 초기 판정을 받았다. 1월 중순 배 속이 더부룩하게 부풀어 오르고 황달이 심해져 지방의 병원을 찾았으나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2월 1일 세브란스병원 응급진료센터로 이송됐다.
이송 다음날 이혜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장기이식센터 소화기내과 교수가 환자의 간이식 대기자 응급도 평가(MELD)를 시행한 결과 무려 40점으로 최고 응급상황이었다.
국립장기조직혈액관리원으로부터 뇌사자의 간이식이 가능하다고 통보받아 응급실을 찾은 지 이틀 만에 장기이식센터는 환자에게 뇌사자 간을 이식하기 위한 수술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식수술 전날부터 환자의 의식과 신장 기능이 저하되고 뇌부종·폐부종이 발생해 응급으로 투석을 시행했다. 뇌부종은 뇌세포 내외에 수분이 축적돼 뇌 부피가 커진 상태고, 폐부종은 폐에 지나친 양의 체액이 쌓여 호흡이 곤란해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의료진은 상황이 더욱 나빠지는 것을 막기 위해 환자에게 기도삽관을 시행하고 산소 100%로 인공호흡기를 세팅했으나 환자의 산소포화도는 80% 정도로만 유지됐다. 수술의 진행이 어려운 상태여서 긴급 논의 끝에 ECMO(체외막산소화요법)를 환자에게 달고 7시간 30분에 걸쳐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 5일 경과 후 환자의 에크모가, 1주일이 지난 후에는 인공호흡기와 지속적 투석기가 제거됐으며 2주 후에는 일반 병실로 옮길 수 있었다. 수술 3주 후부터 침상 옆에서 관절 근육이나 힘줄이 수축돼 운동이 제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재활을 시작했다. 수술 2개월 후부터 침대 밖에서 휠체어 타는 연습, 보조기를 잡고 서는 운동 등이 가능했다.
수술을 집도한 이재근 이식외과 교수는 “ECMO(체외막산호화요법)를 달고 진행하는 뇌사자 간이식은 국내에서도 흔하지 않은 사례로 환자는 거의 사지 마비 상태에서 지금은 건강하게 퇴원한 경우”라고 말했다.
이어 “보통 말기 간부전이 심하면 하루 이틀도 못 견디고 사망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신장뿐만 아니라 폐까지 손상되면 이식을 받아보지도 못하고 사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환자는 적절한 수술 전 관리, 환자와 보호자의 강한 생존 의지, 의료진에 대한 믿음, 각 진료과 의료진의 협력을 통해 기적적으로 소생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