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성경화증을 비롯한 탈수초화 질환의 치료를 위한 새로운 방법이 제시됐다. 김기표 가톨릭대 의대 의생명과학교실 교수와 한스 쉘러 막스플랑크연구소장은 세포운명전환 기술을 통해 생산된 희소돌기아교 전구세포의 한계점을 규명하고 이에 대한 극복 방법을 22일 밝혔다.
이번 연구로 중추신경계에 발생하는 만성 신경면역계질환인 '다발성경화증'과 말초신경의 염증으로 인해 신경세포의 축삭을 둘러싸고 있는 수초가 벗겨져 발생하는 급성 마비성 질환인 '길랑-바레증후군' 등과 같은 탈수초화 병변의 치료제가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희소돌기아교 전구세포(Oligodendrocyte progenitor cells)는 신경세포의 한 종류로 희소돌기아교세포로 분화한다. 희소돌기아교세포는 생체 내에서 뉴런의 축삭을 둘러싸 수초(myelin sheath)를 형성해 정보전달을 효율적으로 이뤄지게 하는 기능을 하며 다발성경화증, 길랑-바레증후군 등과 같은 탈수초화 병변이 관찰되는 질환들에 치료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의 희소돌기아교 전구세포 생산방식은 매우 비효율적이었으며 생산된 희소돌기아교 전구세포 또한 낮은 분화능과 시험관 내 불안정한 증식을 보여 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희소돌기아교 전구세포로의 세포운명전환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새로운 공여세포 ‘혈관주위세포(pericyte)’를 찾아냈고 이 세포에 두 가지 전사유전자 Olig2, Sox10를 과발현시킴으로써 기존 세포운명전환 기술의 한계점을 극복했다. 생산된 희소돌기아교 전구세포는 시험관 내에서 안정적인 증식을 보였을 뿐 아니라 높은 효율의 분화능과 수초화를 보였다.
그러나 이 희소돌기아교 전구세포를 탈수초화 질환모델 실험쥐의 뇌에 이식한 결과 뇌의 모세혈관에 안착 후 교차분화 전 형태인 혈관주위세포로 세포운명이 재전환되는 문제점이 발견됐다.
연구팀은 이에 따라 유전체를 재분석하고 직접교차분화를 통해 생산된 희소돌기아교 전구세포에 존재하는 상당량의 공여세포 유전체(transcriptome) 메모리 때문에 혈관주위세포로 세포운명이 재전환 됐음을 밝혔다. 또한 후성유전체(epigenome) 분석 결과 공여세포 유전체 메모리는 세포운명전환 과정 중에 남아 있던 후성유전체 메모리에 의해 생겨났음도 확인했다.
따라서 유전체/후성유전체 메모리에서 기인한 생체 내 세포운명의 재전환을 막기 위해 희소돌기아교 전구세포를 시험관내에서 분화를 미리 유도한 뒤 탈수초화질환 모델 실험쥐의 뇌에 이식을 시도했다. 이식 결과 실험쥐의 뇌에서 수초화가 진행됐고 직접교차분화 방법을 통해 희소돌기아교 전구세포가 생산됐을 시 생겨날 수 있는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었다.
김기표 교수는 “직접교차분화를 이용한 치료 목적의 세포 생산은 좀 더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준안정성(metastable)을 제거해야 할 것”이라며 “직접교차분화세포의 안정성을 위해 공여세포의 유전체/후성유전체 메모리를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Cell Stem Cell’(IF=20.860) 4월 온라인판에 “Donor cell memory confers a metastable state of directly converted cells(직접교차분화로 생산된 세포의 준안정 상태)”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