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한 여성이 정상 체중 여성보다 유방암 발생 시 유방암 중증도가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정선 인제대 해운대백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병원에서 치료받은 418명의 유방암 환자를 분석한 결과 체질량지수(BMI) 25㎏/㎡ 이상인 비만 여성이 정상 체중(BMI 18~25) 여성보다 유방암 중증도가 더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20일 밝혔다.
유방암 0기와 1기 환자는 정상체중 여성 비율이 31.9%로 비만여성(27.3%)보다 높았다. 하지만 2기부터 병기가 올라갈수록 비만 여성 비율이 높아졌다. 2기 유방암 환자는 비만 여성이 32.8%로 정상체중 여성(27.4%)보다 5.4%포인트 더 높았다. 3기는 비만 여성이 9.8%로 정상체중(7.8%)보다 2%포인트 높았다. 4기는 비만 여성(2.7%)이 정상체중(0.7%)보다 4배가량 더 높았다.
이정선 교수는 정확한 분석을 위해 유방암 위험인자인 나이와 지역별 특징을 고려한 조사도 함께 진행했다. 나이, 지역별로 BMI 상위 75% 이상인 그룹과 75% 미만인 그룹의 유방암 중증도 비율을 분석한 결과 앞서 비만과 정상체중 분석 결과와 비슷했다. BMI 상위 75% 이상 그룹의 모든 연령에서 유방암 발생 시 유방암 중증 위험도가 높게 나타났다.
종양 크기도 BMI 75% 이상 그룹이 평균 2.15cm로 BMI 75% 미만 그룹(1.91cm)보다 컸다. 전이된 겨드랑이 림프절 개수(Positive lymph node)도 BMI 상위 75% 이상 그룹이 1.75개로 75% 미만 그룹(1.02개)보다 많았다. 겨드랑이 림프절 전이는 유방암 세포가 겨드랑이 림프절로 침범했다는 뜻으로 병의 진행 정도를 비교하는 중요한 인자다.
이번 연구는 건강보험공단에서 개발한 ‘한국인 비만지수 참조 표준’을 적용했다. BMI 상위 75%란 동일 연령대 100명 중 75번째로 체중이 높다는 뜻이다. 나이, 지역별로 백분율을 분석한 데이터로 상대적인 비만 개념을 담았다. 예를 들어 20~24세 여성의 상위 75%의 BMI는 22.9㎏/㎡지만, 69~70세에는 26.6㎏/㎡로 차이가 난다.
이정선 교수는 “비만은 유방암의 위험요인이자 특정 유방암에서 치료 결과를 나쁘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살이 찌면 에스트로겐, 인슐린, 성장인자 등 암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호르몬이 증가해 특정 유방암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비만으로 인해 자각증상으로 조기발견이 어려워질 수 있어, 병이 진행된 상태에서 진단받기 때문에 중증도가 더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BMI와 유방암 위험 사이의 연관성은 잘 확립돼 있지만 대부분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이거나 서구의 비만지표를 이용한 경우가 많다”며 “이번 연구는 한국인 비만지표를 활용한 연구로, 유방암 환자와 개인의 비만 관계를 설명하는 대표적인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한국유방암학회지 ‘Journal of Breast Disease’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