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확산과 지속에 따른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집콕족’이 늘어났다. 외부활동은 줄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난 데다 배달음식을 먹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소화기에 이상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우리 몸은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음식물을 통해 얻는다. 이 때 섭취한 음식에서 인체가 필요한 에너지를 뽑아내고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게 ‘소화기관’이다. 소화기관을 인체의 에너지 발전소로 부르는 이유다. 소화기관에 이상이 생기면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어도 필요한 에너지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소화불량을 비롯해 각종 소화기질환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수가 연간 500만 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1명은 소화기질환을 경험하는 셈이다.
흔한 질환이다 보니 소화기에 이상을 느껴도 가볍게 생각하거나 증상이 지속돼도 치료를 받기보다는 손쉽게 소화제를 복용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증상이 나타나도 탄산음료를 마치 소화제처럼 마시고 마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소화기의 이상 증상은 급성 맹장염 또는 담석증·심근경색·여성 협심증의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어 결코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되며 증상이 지속되면 의료기관을 찾아 진단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게 바람직하다. 많은 사람들이 가볍게 생각하고 잘못 알고 있는 소화기질환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김정한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속이 더부룩하거나 소화가 안 되면 무조건 소화기 질환이다?…No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화가 안 되고 속이 더부룩하면 가장 먼저 소화기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위장, 소장, 대장 등에 문제가 생겨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그러나 담낭에 있는 담즙이 돌처럼 단단하게 굳어 생기는 담석증의 경우에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
실제로 소화가 잘 되지 않고 배가 아파 소화제에만 의존하다 병원을 찾아 검사를 시행한 후 담석증을 진단 받는 사례가 종종 있다. 급성 맹장염(충수돌기염)에서도 식욕이 감퇴하고 속이 쓰리고 더부룩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안되는 증상이 지속되면 소화제에 의존하지 말고 병원에서 정확한 받도록 한다.
명치 아래의 통증과 구토 증상은 소화기 이상 때문이다?…No
명치 부분 아래의 통증과 구토를 호소하는 환자의 상당수는 위염 또는 소화성궤양이 있는 경우가 많고 간혹 위암이 발견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증상은 췌장질환 또는 심장질환, 여성 협심증의 경우에도 나타날 수도 있다. 심장으로 가는 혈관이 막혀 심장근육이 괴사하는 심근경색의 경우에도 명치 아래 극심한 통증과 함께 급체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여성 협심증의 경우 체하는 느낌이나 토할 것 같은 느낌으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따라서 1~2주 이상 증상이 지속되면 정확한 원인 파악을 위해서라도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소화제 복용만으로 소화기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No
소화제는 속이 불편하거나 답답한 느낌이 들 때 가장 먼저 찾게 되는 약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가벼운 질환을 병원에 방문하지 않고 치료하는 경우가 늘면서, 편의점이나 약국에서 소화제를 구매하는 사람들도 전보다 많아졌다. 그러나 소화제 복용만으로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소화불량 증상은 일시적으로 완화될 수 있지만 소화기관의 ㄱ구 구조적 문제까지 해결하지는 못한다.
따라서 소화제는 약 복용과 관계없이 시간 경과에 따라 자연 치유될 수 있는 상태에서만 복용하는 게 좋다. 소화제를 1~2주 이상 복용해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병원을 찾아 검사받는 게 바람직하다.
치료를 위해 위장약을 장기간 복용해도 된다?…No
위장약은 일정 기간만 사용하고 장기간 복용하지 않아야 한다. 위장질환 치료제로는 흔히 위산억제제, 제산제, 소화제를 처방한다. 어떤 약물은 소화제와 같이 체내에 들어가면 치료에 필요한 약 성분이 소화효소에 의해 분해 내지 소화되어 약효가 떨어질 수도 있다.
위의 산도는 2 정도의 강한 산성을 유지하고 있어 침투하는 세균을 막는 ‘파수꾼’ 역할을 한다. 물이나 음식에 오염되어 들어오는 세균을 살균시켜 위암을 예방하고 소장으로 침입하는 세균을 막는다. 따라서 젤 형태의 위장약 한 포를 먹었다면 파수꾼이 6~8시간 자리를 비운 것과 같은 상황이 된다. 위장약은 치료에 필요한 처방 기간 이외에 장기간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식체, 소화불량에 바늘로 손을 따면 도움된다?…No
음식을 먹고 체했을 때 일종의 사혈요법 효과를 기대하며 바늘로 손을 따는 사람들이 많다. 방법이 정확하고 위생적이라면 분명 효과가 있다. 그러나 한의원이 아닌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침과 바늘은 한의원 등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것과 달리 소독이 제대로 되지 않아 오히려 피부 감염을 초래하기 쉽다.
체증은 단순히 소화기질환에 국한되는 게 아니며, 심혈관질환 등 기타 장기 문제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체기가 자주 발생하는 사람이라면 침이나 바늘로 손을 따는 것으로만 대처하지 말고 병원을 찾아 진찰을 받는 게 좋다.
소화가 잘 안되면 죽을 먹어야 한다?…No
아주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오랜 기간 죽을 먹을 필요가 없다. 급성 위염 등으로 심하게 불편하면 며칠 동안만 죽을 먹고 상태가 좋아지면 보통 식사로 바꿔야 한다. 소화가 잘 안된다고 해서 기간 제한도 없이 무조건 죽을 먹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위벽에는 3개층의 근육이 있는데 오랜 기간 죽을 먹으면 위 근육이 무력해진다. 병상에 오래 누워 있는 환자들도 '위 조깅'이 필요한데 평소 먹는 일반 음식으로 위 근육을 회복시킬 수 있다. 위가 더부룩하고 메스꺼운 증상이 1~2주 이상 지속되면 죽을 먹으며 버틸 게 아니라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
아침 공복 시 냉수를 마시면 소화기질환에 도움된다?…Yes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공복에 냉수를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밤새 호흡을 통해 체내 수분이 빠져 나간 상태에서 마시는 차가운 물은 부족한 수분을 보충하는 효과가 있어 생리적으로 바람직하다. 아울러 아침에는 밤새 공복 상태의 위장에서 분비된 위산이 위벽을 공격할 수도 있다. 이 때 마시는 냉수는 위산을 중화시켜 위를 보호하는 효과를 낸다.
탄산음료가 소화불량 증상 개선에 도움을 준다?…No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소화가 잘 안될 때 탄산음료를 마시면 소화가 잘된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전문가들조차 탄산음료가 소화를 돕지 않는다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탄산음료를 마시면 금방 트림이 나와서 소화가 잘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는 몸에 흡수되고 남은 탄산가스가 입 밖으로 다시 나오는 것일 뿐 가스 배출과 소화는 전혀 무관하다.
오히려 탄산음료는 산성이어서 위에 자극을 줄 수 있고 식도의 괄약근을 이완시켜 위산이 새어나와 위식도역류질환을 유발해 원활한 소화를 방해하고 소화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특히 콜라에 함유된 카페인은 소화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식습관을 바꾸면 소화기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Yes
소화기 질환을 예방하고 발병 시 증상 개선을 위해서는 식습관의 개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아침 식사를 거르거나 과식·과도한 다이어트 등 불규칙한 식습관과 제대로 씹지 않고 음식을 먹는 습관을 개선하는 게 좋다.
운동을 하지 않고 식사 후 바로 일을 하거나 자리에 눕는 습관은 장의 연동운동을 저하시키고 음식물이 장내에 머무는 시간을 증가시켜 소화불량, 가스팽만 등의 증상을 유발하므로 피한다.
이와 함께 소화기관의 손상 및 기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지방이 많이 포함된 음식, 인스턴트음식 또는 맵고 짠 음식의 섭취를 삼간다. 섬유질이 풍부한 영양소와 균형잡힌 식단으로 식사하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