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 처방·올바른 복용법 숙지로 약화사고 막아야
한국은 2017년에 총 인구 중 65세 이상의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14% 이상인 고령사회에 접어들었다. 노인은 여러 가지 질환을 복합적으로 갖고 있는 경우가 많고 특히 고혈압, 당뇨병, 관절염, 골다공증, 동맥경화증, 요통 등 만성질환을 앓아 여러 가지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게 되는 경우도 늘게 된다.
일부 노인환자들은 여러 병원을 다니며 처방을 받거나,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입 가능한 일반의약품 또는 건강에 좋다고 알려진 건강기능식품을 함께 복용하는 경우도 적잖다.
그러나 상당수 약은 그 자체로 간에 무리를 주고 건강기능식품 역시 유효성분을 농축한 것이어서 부작용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노인환자가 병원에 입원하는 이유는 약 3~9%가 약물 부작용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노인환자들에게 약으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하다.
노인에게 흔히 사용하는 약물 부작용의 위험성과 주의사항, 올바른 복용법에 대해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의료센터장(노인병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약물 부작용 … 위염, 백혈구감소증, 간기능·신기능 저하 등 다양
약물 부작용은 약을 복용한 후 의사나 환자가 전혀 예기치 못했던 건강에 해로운 결과가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약물 부작용 중 흔한 것은 구역, 구토, 어지럼증, 위염이나 위궤양, 빈혈, 백혈구 숫자 감소, 간기능과 신장기능 저하, 졸림, 입속 건조, 변비, 정신 흐림, 이에 따른 헛소리나 혼돈상태 등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다양한 질병을 겪을수록, 그 중에서도 정도가 심한 질병을 앓을수록, 이전에도 약물 부작용이 잘 생겼을수록, 복용하는 약의 개수가 많을수록, 약물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은 높다. 특히 가장 관련성이 높은 것은 복용 중인 약의 개수다.
여러 종류 약물복용, 노화로 약성분 흡수 및 대사 능력 저하가 주요인
어떤 질병에 대한 약물치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적응증으로 처방하고 용량, 횟수, 기간 등 바른 용법으로 치료하는 게 필수다.
그러나 노인들은 약 복용 후 치료효과는커녕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부작용 발생의 가장 흔한 이유로는 여러 가지 약을 같이 복용하는 것을 들 수 있다.
예컨대 현재 어떤 질병 치료를 위해 약을 먹고 있는데 새로 생긴 다른 병으로 다른 약을 추가로 먹을 때 둘 중 하나가 엉뚱하게 작용할 수 있다. 이를 약물상호작용이라고 하는데, 노인들은 여러 가지 병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몇 개 이상의 약을 같이 복용하는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약효 변화의 변수도 높아진다.
여러 통계에 따르면 노인환자 10명 중 3명은 5가지 이상의 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연구에 따르면 5가지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 약물상호작용이 나타날 확률이 무려 50%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대표적인 부작용은 간에서 같은 경로로 해독되는 약물을 함께 복용했을 경우다.
위장관운동촉진제, 고지혈증 치료제, 항진균제, 항생제, 항히스타민제, 고혈압약, 제산제들은 일부 또는 다수가 간에서 같은 경로로 해독되는 과정을 거친다. 따라서 이들 약물을 한꺼번에 복용하면 부작용의 위험이 커지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노인들의 약물 부작용 사례가 많은 또 다른 이유는 흡수된 약 성분을 처리하는 신체의 상태가 나이가 들면서 악화되는 것이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적은 용량의 약물에도 반응이 증가하게 되고, 약물이 체내에서 대사되고 배설되는 기능도 감소, 약물 부작용의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이에 반해 약의 용법용량은 여러 단계의 연구와 임상시험을 거쳐 결정되기는 하지만 대부분 젊은 사람들에게 맞춰져 있어 노인에게는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같은 약이라도 젊은 사람들과 동일한 양을 복용하면 효과 범위를 넘어 부작용이 발생하기 쉽다.
고혈압·전립선비대증약은 현기증, 당뇨약은 저혈당 등 유발
노인환자에게 흔히 처방되는 약물은 고혈압약(혈압강하제)과 전립선비대증약, 당뇨약(혈당강하제), 종합감기약과 콧물약, 가려움증을 완화하는 항히스타민제, 요실금을 개선하는 항콜린제, 소염진통제 등을 들 수 있다.
나이가 들면 혈압이 높아져 노인성 만성질환자의 경우 보통 한두 가지 이상의 고혈압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 여기에 교감신경을 차단하는 알파차단제 계열 전립선비대증 약물을 복용하는 경우도 많다. 이들 약물은 복용 시 혈압이 저하되면서 어지러움이나 현기증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꾸준히 복용해야 혈압이 조절되는 만큼 어지럼증이나 현기증을 느낀다고 해서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는 것은 금물이다.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 병원에 알리도록 하고, 어지럼증이 자주 나타나면 낙상 위험이 커지므로 앉거나 또는 누웠다가 일어날 때 천천히 일어나도록 한다.
당뇨병 약물은 복용 후 식사시간이 지연되거나 운동량이 증가한 경우, 또는 과량을 복용한 경우 저혈당이 유발될 수 있다. 특히 노인들은 식사량 부족, 여러 가지 생리적 기능 저하로 저혈당이 유발될 가능성이 높다. 저혈당 증세로는 어지러움, 식은땀, 손발떨림, 빠르고 약한 맥박 등을 들 수 있는데 노인환자에게 저혈당이 발생하면 혼수 상태에 빠지는 등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보이면 사탕 또는 설탕, 꿀, 과일주스 등 단음식을 서둘러 섭취하고 저혈당 증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면 의사와 상의하는 게 좋다.
당뇨약은 복용을 잊은 경우 생각난 즉시 복용한다. 다만 다음 복용 시간이 가까운 경우라면 잊은 것은 생략하고 다음 복용시간에 맞춰 먹도록 한다. 약을 걸렀다고 한번에 2회분을 복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식후 혈당을 조절하는 약물이라면 저혈당을 예방하기 위해 규칙적인 식사와 병행하는 게 좋다.
과민성방광(요실금)과 천식(기관지 협착) 등에 쓰는 항콜린성 약물은 부작용으로 졸음, 입안건조, 소변저류, 동공확장, 안압상승, 위장관운동감소, 땀분비 억제, 안면홍조 등을 유발한다.
따라서 이들 약물을 의사 또는 약사와 상의 없이 임의로 구입, 복용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과량, 장기간 복용도 피해야 한다. 술과 수면제, 안정제 등과 임의대로 동시에 복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소염진통제는 관절염, 허리통증, 다리통증, 두통 등 여러 용도로 사용되는 약물로 노인환자의 복용 빈도가 매우 높은 약물이다. 소염진통제는 속쓰림, 소화불량 등 위장장애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고 드물기는 하나 장기 복용하면 신장 기능저하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여러 종류의 진통제를 동시에 복용할 경우 효과가 커지기보다는 부작용이 증가하는 만큼 약국에서 임의로 구입 복용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속쓰림 등 증상이 있을 경우 식후에 복용하고 증상이 지속되면 병원에 알리도록 한다.
노인 47%가 5개 이상 약물 동시 복용, 약물 부작용에 사망 위험 상승
노인들은 몇 가지 만성질환을 동시에 치료 중인 경우가 흔해 여러 종류의 약을 복용할 때가 많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2년 약물 처방이 270일 이상이고 입원을 하지 않았던 대상자 3000명 중 5개 이상 약물을 처방받은 사람이 46.6%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여러 종류의 약을 한꺼번에 복용하는 것을 다약제 복용이라고 한다. 여러 종류의 약을 한꺼번에 복용할 경우 한 가지 약을 복용할 때보다 부작용이 나타날 확률이 훨씬 높다.
노인들이 흔히 복용하고 있는 약물은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증 등에 대한 심혈관계 약물 △관절염 치료에 먹는 진통소염제 △변비나 소화불량, 속쓰림 때문에 먹는 소화기계통 약물 △전립선비대증 또는 요실금과 같은 문제로 먹는 비뇨기계 약물 △당뇨병 치료제 △우울증 치료제 △불면증 치료제 등이다.
다약제 복용으로 생기는 문제는 약물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것에 그치지 않는다. 복용 약의 개수가 많아짐에 따라 약을 처방전대로 올바로 복용하지 않아 치료효과 자체가 떨어지기도 하고, 스스로 약 복용을 중단하는 경우도 흔하다. 또 본연의 치료 목적 외에 약으로 인한 불편한 증상을 줄이기 위해 다른 종류의 약을 복용하는 경우도 생겨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초래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다약제 복용 환자의 사망 위험이 높다는데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다약제 복용군과 그렇지 않은 집단의 상태를 추적 관찰한 결과, 다약제복용군이 대조군에 비해 사망 위험이 25%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다약제복용군 중에서도 처방 약물 개수가 증가할수록 사망 위험이 더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물 안전처방·복용 시 주의사항 숙지, 약물 부작용 예방 위해 필요
노인환자의 심각한 약물 부작용 방지를 위해서는 안전하게 처방받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가급적 한 병원과 약국을 정해 다니는 게 필요하다. 여러 곳의 병원을 다닐 경우 평소 복용하는 약물이 제대로 파악되지 못하고 각각의 병원에서 비슷한 약물을 처방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약국도 단골 약국을 정해 다니게 되면 여러 병원에서 받은 처방을 한 눈에 보게 돼 동일한 약물을 동시에 복용하는 경우를 예방할 수 있다. 약물복용력을 파악, 약물에 의한 여러 위험성을 사전에 예방할 수도 있다. 만약 다른 병원 또는 약국을 방문할 경우 이전에 발급받았던 처방전을 보관했다가 제시해 약물이 중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진료 시 사전에 현재 복용 중인 약물은 물론 처방전 없이 구입해 복용하는 약물, 약물 알레르기 및 부작용 경험 여부 등에 대해 알리도록 한다.
대부분의 만성질환 노인환자는 적절한 치료와 약물, 식사습관, 생활관리를 통해 꾸준히 조절해야 질환의 조절이 가능하고 합병증 없이 관리가 가능해진다. 따라서 약물복용을 임의로 중단하는 것은 위험한 행동으로 삼가야 한다.
약품명·함량·효능 정확히 숙지하고 유효기간 경과 약물 과감히 폐기해야
부작용을 사전에 숙지하도록 한다. 과다한 약물 복용은 독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노인환자들의 경우 병원 또는 약국에서 약물에 대해 설명을 할 때 “그냥 주는 대로 먹으면 되지”하고 설명을 듣지 않으려 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만성질환인 경우 평생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약물이 대부분이고, 특히 노인환자의 경우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약물이 원인인 경우가 많아 환자 본인 또는 보호자들이 복용 약물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평소 복용하는 약품명과 약품 1정의 함량, 약품의 효능 등을 알아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동일한 성분의 약물이라도 용량이 다양할 수 있고, 여러 가지 질환으로 약물을 복용할 경우 약물의 효능 또한 다양하기 때문이다. 현재 복용 중인 약물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경우 응급상황 시 의료진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는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약물의 복용법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약물은 정해진 용량을 정해진 시간에 복용해야 최적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일부 약물의 경우 식사와의 관계를 고려, 특정시간에 복용해야 약효가 최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정해져 있다. 따라서 1회 복용량과 1일 복용횟수, 가장 효율적인 복용시간을 정확하게 아는 게 중요하다.
약물의 적절한 보관법을 숙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직사광선이 비치지 않고, 서늘하며 건조한 곳에 보관해야 한다. 특정 약물의 경우 빛에 노출될 경우 쉽게 변색되고 약효 또한 저하되는 만큼 차광이 가능한 갈색봉투 또는 약통에 보관해야 한다. 일부 정제, 인슐린 주사 등 냉장보관을 필요로 하는 약물들은 냉장고에 보관하도록 한다.
면역력이 저하돼 감기, 폐렴, 비뇨기계감염 등 감염성질환에 걸려 항생제를 복용할 경우 일부는 금속성 약물과 동시 투여시 흡수가 감소할 수 있는 만큼 의사와 약사의 확인 후 약물 복용시간 간격을 조정하거나 항생제 복용 중 금속성 약물 복용을 잠시 중단하는 게 좋다.
가정에서 약물 관리 시에는 구입한 약물의 이름과 용도, 유효기간을 적어 보관하고 평균 2∼3년의 유효기간이 경과한 약물은 변질돼 약효가 저하되고 독이 될 수 있는 만큼 과감히 버리도록 한다. 용도를 모르고 쌓여 있는 약물 역시 바로 폐기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