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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간호사 이탈 부채질 … 간협‧보건의료노조 근무환경 개선 촉구
  • 김지예 기자
  • 등록 2021-01-13 18:11:55
  • 수정 2021-01-19 00:2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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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장기화에 노동강도 심화, 정부 파견 간호사보다 낮은 처우에 박탈감까지 … “정규군 간호사에 지원해 달라”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지난 12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보건인력 확충과 지방의료원에 대한 현실적인 손실보전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전담병원 간호사의 열악한 처우가 도마에 오른 와중에 정부가 고용해 파견하는 간호사들이 일선 간호사에 4배에 달하는 급여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간호사들의 현장 이탈을 부채질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앞서 8일 부랴부랴 일선 간호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현장에서는 더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업무량 과중 코로나19 전담 간호사 … 급여 4배 차이, 정부 파견 간호사에 박탈감 커져
 
지난 12일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보건인력 확충과 지방의료원에 대한 현실적인 손실보전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자신을 코로나19 전단병원인 경기도의료원 중환자 전담 간호사라고 밝힌 A씨는 마이크를 잡고 “지난달부터 중환자실에서 일하던 동료 간호사 11명 중 4명이 그만두고 또 한명의 동료가 이달 만에 사직하는데 붙잡을 수 없었다”며 “더 이상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라고 현실을 토로했다.
 
또 다른 공공병원 간호사 B씨도 마이크를 넘겨받아 “초과 근무에도 말 한 마디 못하던 간호사들이 참지 못하고 나가고 있지만 붙잡을 명분이 없다”며 “사람으로서 정당한 대가를 받으며 일할 수 있도록 병원 관계자와 정부 당국에게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노조는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공공의료원 등 코로나19 전담병원의 간호사들이 노동강도가 높아지고 있지만 노동환경과 처우가 조금도 개선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며 이로 인해 현장을 이탈하는 간호사들이 늘고 있어 현장의 업무가 과중되는 악순환에 놓였다고 밝혔다.
 
간호사를 비롯한 코로나19 전담 의료진의 번아웃 우려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코로나19 상황이 예상보다 장기화되고 최근 확산 규모가 더욱 커지면서 인력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12월 대한간호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를 통해 2주 또는 3주 가량 임시검사소 및 전담병원에서 근무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긴급으로 모집했다. 간호사 4800여명, 간호조무사 2300여명이 지원해 전담병원 및 선별진료소로 파견됐다.
 
하지만 이들은 충분한 교육 없이 현장에 투입돼 오히려 업무만 과중시킬 뿐만 아니라 기존 간호사들과 크게 차이 나는 업무수당으로 기존 간호사들에게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조에 따르면 모 의료원 간호사의 월 수령액은 기본급 162만4400원에 직급보조비, 야간근무수당, 제 수당 등을 포함해 257만8000원 가량이다. 파견 간호사의 한 달(23일 근무) 근무 기준 수령액은 근무수당 460만원이며 위험수당 125만원과 전문직 수당 115만원을 포함하면 총 700만원으로 기존 간호사의 3배 가까이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이틀의 밤근무 수당 및 숙소지원비가 포함되면 4배까지 차이가 날 것으로 추측된다.
 
이에 병원을 떠나 정부 파견 간호사로 이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12월 23일 기자회견을 열고 △파견 간호 인력 선발에 대한 기준을 상향할 것 △기존 코로나 대응 인력에게도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제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정부, 수가 올리고 간호수당 지급하는 등 처우 개선책 발표 … 간협, 간호정책과 개설 요청
 
이같은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8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전담치료 병상에 근무한 간호 인력에게 한시적으로 하루 5만원의 간호수당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하루 5만원 간호 수당 외에도 야간 간호사 수당인 '야간간호관리료'를 오는 11일부터 기존 수가의 3배 수준으로 높이기로 했다. 현재 상급·종합병원 기준 코로나19 환자 당 지급되는 수가는 하루 4400원인데 이를 1만3310원으로 올리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환자 진료 간호사는 야간 근무일마다 약 12만원 이상을 보상받게 된다.
 
하지만 일선의 반응은 싸늘하다. 대한간호협회는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보상 대책이 미흡하며 모든 코로나 전담 간호사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간협은 “2월부터 수당이 지급되면 그 이전에 근무한 사람들은 제외되고, 야간 간호관리료가 올라가면 낮시간에 근무하는 간호사나 감염관리 간호사는 보상을 받을 수 없다”며 “똑같이 방호복을 입고 근무하는데, 업무 특성상 낮에 근무한다고 특별히 배제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또 “야간 간호관리료는 건강보험 수가로 지급하기 때문에 실제 간호사에게 돌아갈 몫은 70%에 불과하다”며 수당이 간호사들에게 100% 지급될 수 있는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지난 2월 대구·경북지역 코로나19 사태 당시 전담병원 간호사에게 수당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던 사례를 들며 “수당제도만 만들지 말고 제대로 지급되는지도 살펴야 한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하루 3만9600원씩 수당을 지급키로 했으나, 수당 지급 대상이 지난해 1월~5월말 근무자로 한정됐다.
 
간협은 “간호사 지원체계가 현장과 동떨어지지 않고 효과적으로 집행되길 기대한다”며 “더 이상 땜질 처방식의 지원으로 간호사들의 사기를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노조도 12일 기자회견에서 간호인력 확충과 근무환경 개선에 대한 현실적인 대책을 정부가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민간 파견인력에 사용되는 재원만 월 1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며 “이 재원이면 전담병원 정원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음에도 작년 2월 임시 방편으로 출발한 민간 동원 방식의 임시대응체제가 12개월째 유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파견인력 10명보다 정규인력 3∼5명이 현장대응에 훨씬 의미 있는 상황”이라며 “‘용병’보다 ‘정규군’을 확충하는 방식으로 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협은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간호사의 임금이나 전반적인 정책을 다룰 간호정책과를 신설해 간호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적극 주장하고 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일부 병원 코로나19 전담 의료진의 열악한 근무환경도 고발됐다. 노조는 “가천대 길병원 의료진들은 근무복이 없어 환자복을 입고 일하고 일회용 수건도 부족해 침대 시트와 베갯잇으로 몸을 닦는다”며 “자칫 환자복을 입은 직원이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다면 환자와 의료진의 구분이 어려워져 병원 방역은 혼란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길병원 측은 "코로나19 전담 병원으로 지정되면서 근무복 수요가 갑자기 늘어 부족했다“며 "이에 예산을 마련해 부족한 근무복을 구매했고 조만간 지급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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