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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 2021년 헬스케어산업 향방은?
  • 우승훈 기자
  • 등록 2021-01-06 17:56:58
  • 수정 2021-01-06 19:2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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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격진료 태동, 국산 코로나19백신으로 방역자주권 확보, 이른 백신 접종이 경제회복 속도 좌우
지난해 1월 말 엄습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은 단기간에 국내는 물론 전 세계를 위기 상태로 몰아넣었다. 이로 인해 산업 전 분야 대다수 업종에 경영악화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의료·제약바이오 등 헬스케어 산업도 화마를 피해갈 수 없어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환자 급감, 마케팅 및 영업 활동의 위축 등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의료계가 전반적인 침체를 보인 반면 제약업계는 바이오시밀러·혁신신약·글로벌 파이프라인 등을 보유했거나, 코로나19 관련 진단시약·마스크·소독제·위생용품 등으로 기민하게 대응했거나, 일찍이 안정적인 영업 토대를 갖춘 상위권은 오히려 돈을 번 반면 영업력에 의존하는 군소 제약사나 경영전략에 큰 틀을 갖추지 못한 애매모호한 중견제약사는 침체하는 양극화 현상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가 초래한 위기 상황을 맞아 헬스케어 산업의 중요성이 한층 부각됐고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비대면 트렌드를가 헬스케어 산업에도 영향을 미쳐 대면진료, 직접 처방약 수령 등의 관행도 언젠가는 깨지고 원격·스마트·배달(배송) 중심의 신산업 트렌드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하강의 수렁에서 빠져나오는 유일한 길은 백신의 전국민 조기 접종밖에 없다. 이를 기회로 국산 백신 및 치료제가 있어야 ‘방역주권’을 확립해 안전하고 건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으며 나아가 ‘부의 창출’과 외화 유출 방지를 결실할 수 있다.
 
제약바이오기업, ‘빈부 격차’ 커졌다
 

산업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바이오헬스 분야는 140억7200만달러, 의약품은 72억5300만달러 어치가 수출됐다. 이 중 진단키트가 호조를 보여 사상 첫 100억달러를 돌파하며 수출액 규모로 10대 품목에 진입했다. 의약품 수출액은 전년 대비 76.9% 증가했다.

메디코파마가 지난해 3분기 121개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기업의 경영실적을 분석한 결과 45개사(37%)는 이익이 증가한 반면 36개사(30%)는 적자가 지속됐다. 흑자 전환은 11개사(9%), 적자 전환은 10개사(8%) 였다. 이익이 감소한 곳은 19개사로 16%를 차지했다.
 
적자전환 회사 중 안국약품, 신신제약, 한국유니온제약, 우진비앤지, KPX생명과학, 제일바이오 등은 대표 품목이 없고 혁신이 부진한 회사들로 평가된다. 현대약품, 동성제약, 경남제약, 삼성제약, 조아제약 역시 비슷한 이유로 적자가 지속됐다. 리딩 품목이 흔들리고 오로지 제네릭 영업력에만 의존해온 삼천당제약, 이연제약, 대원제약, 삼진제약 등은 영업이익이 감소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반면 차바이오텍, 녹십자엠에스, 부광약품 등 11개사는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일동제약, 씨젠, 고려제약, 동화약품, 삼일제약, 유한양행, 셀트리온헬스케어, 바이텍메드, 서울제약, 테고사이언스, 종근당,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경보제약, 동구바이오제약, 바이넥스 등 영업수익이 두 배 이상 늘어난 곳도 16개사나 나왔다. 이 외에도 영업이익이 증가한 곳은 우리들제약, 광동제약, 셀트리온제약, 한독 등 29개사로 수익성이 개선됐다.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유한양행, 녹십자는 3분기에 이미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종근당, 광동제약(생수 매출 31.2%, 음료 매출 22% 포함), 대웅제약, 삼성바이오로직스, 한미약품 등도 3분기까지 매출 7000억원을 넘어서면서 지난해 연매출 ‘1조 클럽’ 가입을 확고히 했다. 혁신신약 또는 외자사 도입약, 바이오시밀러 같은 좋은 제품 포트폴리오와 탄탄한 영업기반이 한몫 했다.
 
씨젠은 코로나19 진단키트로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이 중 95%가 해외 매출이고 영업이익이 6500억원에 달한다. 30일 씨젠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30억원을 기탁했다. 녹십자MS도 지난 12월 29일 미국에 신속항원 진단키트 2900억원 어치를 수출키로 계약하는 등 지난해 코로나 진단키트로 큰 재미를 봤다. 이 회사는 2019년 매출이 941억원으로 올해 혈액백 사업(연매출 140억원)을 접어 적잖은 매출 감소가 예상됐지만 기민한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 및 유통으로 올해 1000억원이 넘는 매출과 두자릿수 이상의 성장이 기대된다.
 
이처럼 코로나19는 적자생존의 선명한 대립을 보여줬다. 신약개발 행보가 또렷하거나 특화된 경쟁력이 없으면 점차 잊혀질 갈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비대면 헬스케어의 핵심 원격진료 & 배달약국
 

‘비대면’(Untact)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헬스케어의 핵심이 되는 키워드다. 코로나19가 사람 간 접촉 빈도가 높을수록 더 쉽게 감염·전파되는 특성을 갖고 있는 만큼 진료에서도 비대면 진료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발간한 ‘코로나19로 인한 의원급 의료기관의 손실규모 조사’에 따르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2020년 3월의 건보청구액과 매출액이 전년 동월에 비해 각각 46.8%, 49.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환자들이 혹시 모를 감염을 우려, 병원 방문을 꺼린 탓으로 분석되고 있다.
 
따라서 이같은 병원 방문 환자의 급감은 비대면 진료인 원격진료의 필요성을 웅변해준다. 원격진료는 전화 및 화상진료와 함께 센서 및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가정에 있는 환자의 체온과 산소포화도, 호흡 수 등을 측정하는 원격 환자 모니터링에 의해 시행되는 진료방식으로 미국과 유럽 등 의료 선진국에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영국과 일본은 각각 지난해 3월과 4월 원격진료를 사실상 허용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의료계의 거센 반발로 인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지난해 2월 코로나19 발생 이후 한시적으로 비대면 원격진료가 허용되기는 했지만 이는 전화상담 및 처방 등 기본적인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관련 전문가들은 국내에 본격적인 원격진료 시행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해 관계자 간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며 정부가 이해관계를 도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약국가에서도 비대면 원격진료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배달약국’ 허용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면접촉을 꺼리는 사람들이 홈쇼핑과 인터넷쇼핑 등을 통해 상품을 구입하고, 배달을 통해 음식을 주문하는 것과 같다.
 
드론 등을 이용, 원격진료를 통해 처방 받은 의약품을 환자가 처방전을 들고 약국을 방문하지 않고 비대면 방식으로 환자의 집 앞에서 의약품을 배송 받는 서비스는 이미 독일과 미국 등에서 시행 중이다. 
 
국내의 경우도 드론을 활용한 의약품 배송 시도가 물밑에서 활발하게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10월 ‘드론 분야 선제적 규제 혁파 로드맵’ 발표에 따라 2024년까지 드론에 의한 의약품 배송 기반을 마련하고 2025년 드론 의약품 배송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서도 한 업체가 지난해 2월 코로나19에 따른 보건당국의 일시 허용 방침에 따라 ‘배달약국’ 서비스를 개시했다가 활성화되자 약사들의 반발로 9월에 일시 중단, 두 달만에 재개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현재 ‘정중동’의 스탠스로 현상 유지하는 양상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시기, 경제 명운 좌우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고 미국을 비롯해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일제히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대다수 국민과 야권이 백신 확보를 위한 계약에 늑장을 부린 정부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연일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2월말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으로 5월에는 모더나 백신, 2분기에 얀센 백신, 3분기에 화이자 백신을 순차적으로 접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은 확산 예방과 국민 불안감 해소라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해 경기회복 속도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백신 도입 시기와 코로나19 확산세가 국내 총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코로나19 백신 도입 지연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백신 접종이 금년 1분기부터 진행되고 집단면역이 안정적으로 형성될 경우 연간 성장률은 2020년 –1.8%의 역성장에서 2021년 3.4%로 반등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일일 확진자 증가세가 1200명 수준에 이르면 성장률은 0%, 여기에 백신 접종이 지연돼 확진자가 급증할 경우 경제 성장률은 –2.7∼8.3%까지 하락해 2020년에 이어 2년 연속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이유로 관련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 시기 여부는 향후 국내 경기회복의 주요 변수로 작용, 국가 경제의 명운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접종시기를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 제약주권의 시작
 
코로나19의 재확산이 반복되면서 백신접종과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더욱이 미국과 영국, 유럽 등 의료선진국에서 백신접종이 일제히 시작됐지만 외국산 백신 확보가 불투명한 것으로 파악되자 이젠 국산 백신 개발로 ‘제약주권’을 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해 12월 31일 마지막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에서 “국내 기업이 독자적으로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이 2021년 말쯤이면 국민들에게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산 백신 개발은 SK바이오사이언스를 비롯한 4개 회사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나 상용화 가능성은 미지수다. 하지만 국내 기업에 의한 국산 치료제와 백신 개발은 코로나19의 위협에서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물론 헬스케어 산업의 무한성장, 나아가 제약주권의 강화라는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 등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제약주권은 의약품 생산과 공급에 대한 권리를 자국이 갖는 것이다. 제약주권이 약하거나 상실되면 외국에 의약품을 의존하게 돼 필수의약품을 공급받을 수 없거나 비싼 가격에 도입해야 한다.
 
최근 백신 확보 및 접종시기를 놓고 국민들과 정치권에서 논란이 오가는 것도 따지고 보면 제약주권과 무관하지 않다. 현재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선제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국가들의 경우 자국의 제약사가 백신 개발에 성공한, 제약주권이 강한 국가들이기 때문이다.
 
원회목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자력으로 의약품을 개발, 생산, 공급할 수 있는 제약주권의 의미를 깊이 되새기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특히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개발은 우리 산업계가 반드시 성공해 내야 할 과제라는 점에서 엄중한 각오를 다지게 된다”고 밝혔다.
 
 
공공의료·사회안전망 유지, 헬스케어 산업과 보폭 맞춰야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환자가 급증하고 확진 환자가 입원 대기 중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하면서 공공의료의 확충과 사회안전망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보건 통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공공병상 비중은 9.6%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등 시민단체는 코로나19 극복은 물론 신종 플루나 메르스 등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새로운 감염병의 대응을 위해 공공의료와 공공병원은 더욱 확충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도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의료체계의 붕괴 가능성을 제기하며 코로나19 전담 공공병원 지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다만 공공의료의 시행과 관련, 정부와 시민단체, 의료계의 시각은 완연 상이하다. 정부는 공공의료의 강화를 위해 의료인력 증원을 주장하는 반면 의료계와 시민단체 등은 공공병원의 증설을 주장하고 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지난 4일 지역에서 필요한 병상 중 20%를 공공의료 병상으로 확보하기 위해 경영이 어려운 민간병원 매입 등의 내용을 담은 ‘공공의료법’ 개정안 등 공공의료 3법을 발의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공공의료 인프라와 사회안전망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와 같은 신종감염병의 확산 방지, 헬스케어 산업 활성화, 국가경제 성장 등을 위해 필요한 사안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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