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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의료계 ‘탁상공론’ 반발
  • 김지예 기자
  • 등록 2021-01-04 14:08:16
  • 수정 2021-01-04 19: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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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신과 입원병상 1.5m 띄운다고 감염 막을 수 없어 … 당장 갈 곳 없는 환자들 어떡하라고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해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병상 간의 간격을 지금보다 50cm 늘린다고 감염병의 전파를 예방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고 비난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정신의료기관의 병상 간 이격거리를 1.5m이상으로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의료계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법령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2일 성명을 발표하고 ‘탁상공론’ 법안 대신 현실적인 대안을 내라고 비판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개정안’에는 정신의료기관의 병상 간 이격거리를 1.5m이상으로 하는 등의 입원실 규정을 변경하고 모든 정신의료기관 진료실에 비상문이나 대피공간을 설치하도록 강제하도록 소급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모든 정신의료기관은 신규로 개설하는 의료기관 뿐 아니라 이미 개설해 있는 의료기관까지 이 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시설을 변경하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4일 성명서를 통해 “병상 수와 병상 간 거리, 면적에 대한 규정은 감염병 예방을 위한다는 목적에도 불구하고 실제적으로 이득이 전혀 없다”며 “개정안은 정신 보건의 실태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탁상공론으로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보고 전문가의 견해는 전혀 참고하지 않은 탓”이라고 지적했다.
 
정신과 병상 간의 간격을 지금보다 50cm 늘린다고 감염병의 전파를 예방할 수 있을 리 만무하며 밀폐된 공간에서의 생활이라는 특성상 병상 거리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의사회는 감염병이 유입되는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시설 보완으로 갑자기 퇴원해야 하는 환자들이 갈 곳이 없어진다는 점, 급격한 변화로 일어나는 부작용을 오롯이 환자와 가족이 부담해야 한다는 점,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해 폐원이 늘어날 경우 의료기관 인력의 실직이 늘어날 수 있는 점 등 문제를 들며 이로 인한 사회적 혼란을 어떻게 책임지느냐며 반발했다.
 
이어 의사회는 “안전에 대한 우려는 매우 감사한 일이나, 그러한 시설 마련까지도 현실적 대안 없이 의무화한다면 환자들의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을 위해서 애써 온 의료진들에게 또 다른 짐이 될 뿐”이라며 “졸속적인 법안 통과 대신 일선에서 고생하고 있는 의료진과 환자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대안의 제시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26일부터 오는 5일까지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것으로 정신의료기관의 코로나19 집단감염 발생에 따라 입원실 면적 확보, 병상 수 제한, 300병상 이상 격리병실 설치 등을 의무화해 정신의료기관 감염 예방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됐다.
 
입원실의 면적 기준을 1인실은 6.3㎡에서 10㎡로, 다인실은 환자 1인당 4.3㎡에서 6.3㎡로 강화하고, 입원실 당 병상 수를 최대 10병상에서 6병상 이하로 줄이며, 병상 간 이격거리도 1.5m 이상 두도록 한다. 또 입원실에 화장실, 손 씻기 및 환기 시설을 설치하도록 하고, 300병상 이상 정신병원은 감염병 예방을 위한 격리병실을 두도록 했다.
 
모든 정신의료기관에 의료인, 환자 안전을 위해 비상경보장치를 설치하고, 진료실에는 위급상황에 긴급 대피할 수 있는 비상문 또는 비상대피공간을 설치하도록 한다. 아울러 100병상 이상인 정신의료기관은 보안 전담인력을 1명 이상을 두어야 한다.
 
입법예고안은 규칙이 시행되는 2021년 3월 5일 이후 신규 개설 허가를 신청하는 정신의료기관에는 모든 기준이 즉시 적용되며, 기존에 개설된 정신의료기관과 시행일 기준 개설(변경) 절차가 진행 중인 정신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입원실 면적, 병상 수, 이격거리, 격리병상 설치, 보안 전담인력 배치에 한하여 2022년 12월 31일까지 요건을 갖추도록 했다.

한편 일반의료기관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창궐을 계기로 2016년 12월부터 신축 및 증축 병원의 병상 간 거리를 1.5m로, 다인실의 환자 1인당 4.3㎡에서 7.5㎡로 넓히고 손 씻기 시설과 환기시설을 구비하도록 의료법 시행규칙을 고쳤다. 기존 의료기관도 2018년말까지 시설을 개선하도록 유예기간을 줬다. 일반의료기관과 정신의료기관은 각기 다른 시행규칙에 의해 병상이 운영되고 있다. 

정신의료기관의 시설 기준은 1997년 옛 정신보건법(현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 당시 일반 의료기관과 달리 다인실 입원실 면적은 ‘1인당 3.3㎡이상’이라는 예외가 인정됐다. 이 때문에 비좁고 과밀한 환경이 조성돼 9~10개의 침대가 칸칸이 놓이고 개인에게 허락된 공간은 침대와 침대 사이에서 겨우 서 있을 정도의 공간에 불과해 사생활이 전혀 보장되지 않을 뿐 아니라 불안한 심리상태로 입원한 정신질환자 간 긴장과 갈등을 유발해 오히려 치료효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메르스 유행 후속 조치로 2017년 2월 일반의료기관은 시설 기준이 대폭 개선됐지만 이보다 심각한 병상 밀집도를 가진 정신의료기관은 후속대책에서 완전히 배제돼 지난해 2월 말 청도대남병원 입원한 정신건강 환자들이 코로나19에 집단감염되는 고통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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