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丁 총리 “얀센·화이자 백신 1600만명분 계약” … 백신 늑장 준비 비판에 ‘얀센’ 急 증량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0-12-24 14:58:37
  • 수정 2020-12-29 04:2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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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 2600만명분 백신 확보 … AZ 내년 1분기, 얀센 2분기, 화이자 3분기 도입 예상
정세균 국무총리는 24일 “전날 정부가 얀센, 화이자와 코로나19 백신 구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얀센 600만명분, 화이자 1000만명분이다. 이로써 이날까지 아스트라제네카 1000만명분을 포함해 총 2600만명분으로 확보하게 됐다. 얀센 백신은 당초 400만명분을 구매하기로 했으나, 200만 명분이 더 늘어났다.
 
정 총리는 “얀센 백신의 접종이 내년 2분기부터 시작 가능하다”며 “화이자 백신은 내년 3분기에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며, 해당 도입 시기를 2분기로 앞당기기 위해 추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해외에서 가정 먼저 허가를 받고 가장 높은 신뢰도 평가를 받은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국내 도입 시기가 늦춰지는 데 따른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서두른 흔적이 역력하다.
 
정부는 그동안 국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백신의 안전성을 감안해 신중하게 선택, 구매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화이자 백신이 지난 2일 영국에서 첫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시점까지 고수해왔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백신 접종에 들어갔는데 한국은 ‘손 놓고 있느냐’는 비판이 쏟아지자 긴급하게 이번에 얀센 및 화이자와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그동안 ‘안전성’을 강조하더니 아직 승인도 나지 않은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에 의존하려 한다는 또다른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는 정세균 국무총리
정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본래) 백신 구매의 법적인 권한은 질병관리청에 있으나, (코로나19) 백신만큼은 한 부처의 일이 아니라 정부 전체가 책임진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 8일 국무총리 주재 국무회의에서 다국적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얀센, 모더나와의 계약 체결로 코로나19 백신 4400만명분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계약된 총 분량은 6400만회분(도스)이다.
 
정부는 당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000만명분(2000만회분), 화이자‧모더나는 각각 1000만명분(2000만회분)의 물량을 확정해 구속력 있는 구매 약관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1400만명분은 얀센 개발 백신 400만명분,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 약 1000만명분)로 채우기로 했다고 설명했었다.
 
그러나 실제 본계약을 체결한 곳은 아스트라제네카뿐이었고 화이자와 얀센(구매약관 동의서), 모더나(공급확약서)와는 법적 구속력이 거의 없는 합의를 통해 구매 물량을 확정했다. 그러다 24일 화이자와 얀센만 본계약을 맺게 됐다.
 
정부는 현재 모더나와 1000만명분에 대한 개별 협상을 진행 중이며, 코백스 퍼실리티로부터 추가로 1000만명분을 공급받는 방안도 유효하게 검토하고 있다. 모더나 백신은 23일 캐나다에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승인받았다. 유럽도 조기 승인을 검토 중이다.
 
종합하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올 성탄절 직후 영국에서 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1월초보다 열흘 이상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에서도 다음주에 승인이 날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럴 경우 국내에서도 이른 1분기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접종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조기승인을 위해 자료 분할 심사에 들어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이어 얀센 백신 역시 2분기에는 접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얀센 백신은 현재 3상 진행 중인데 내년 1분기 중 해외에서 첫 허가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초기 생산물량이 작아 영국 정부에 납품할 3000만도스 중 400만도스를 겨우 공급할 것으로 예상돼 과연 한국에도 악영향이 없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다만 SK바이오사이언스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안동 공장에서 위탁생산해 국내에 상당량을 공급할 것으로 알려져 안심이 되는 상황이기는 하다. 한편으로는 아스트라제네카는 유효성 미흡 논란을 명쾌하게 해명하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기도 하다.
 
백신으로 집단면역이 형성되려면 전국민의 70% 이상이 접종받아야 한다는 철칙을 감안하면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조기 수급이 중요하다. 이들 회사로부터 도입할 2000만명분의 백신 물량은 전 국민의 40%에 해당하는 만큼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 접종 시기보다 너무 늦게 한국에 들어올 경우 집단면역 형성에 지장을 줄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늑장 준비 논란과 관련, 23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7월 당시에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가 백신 개발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었고, 두 백신 모두 냉장보관이 가능하고 국내에 생산기반이 있었기 때문에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를 주력으로 하면서 화이자와 모더나의 임상결과를 보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임상에 차질(아스트라제네카는 부작용, 노바백스는 실험용 백신 생산 부족)이 생기면서 화이자, 모더나가 격차를 좁혔고, 더 좋은 결과로 임상을 끝냈다”며 “결과적으로 역전 상황이 발생해 정부 판단에 상당한 어려움을 줬다”고 난처한 정부 입장의 내막을 대변해줬다.
 
이와 관련,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이날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최근 우리 사회 분위기가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맞아야 하는 것처럼, 1등 경쟁을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어 방역당국으로서 상당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 백신은 개발 과정이 상당히 단축돼 안전성은 국민을 위해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주제”라며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맞는 상황은 가급적 피해야 하고, 먼저 접종하는 국가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한두 달 관찰할 기회를 가질 수 있어 굉장히 다행스럽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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