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는 필수, 비말 전파 줄여 예방 … 개인이 백신 선택은 어려울 듯 … 건강한 일반인은 내후년이나 기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3차 유행으로 지난 9일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올린 지 2주가 지났지만 확진자는 계속 증가해 확산과 저지의 분수령에 놓여 있다.
보건당국은 다음 주에도 하루 1000명 이상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매일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정부가 경제 사정을 고려해 완전 3단계로 진입하지는 못하더라도 약화된 3단계로 사람 간 모임을 통제하는 등 현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1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926명 늘어 누적 5만591명이다. 전날(1097명)과 비교해 171명 줄었다. 지난 15일(880명) 이후 엿새 만에 세 자릿수로 내려왔지만 이는 평일 대비 검사 건수가 줄어드는 휴일의 영향이어서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3차 대유행’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다. 앞선 1·2차 유행 당시에는 특정 시설과 집단을 중심으로 대규모 감염이 발생해 방역 대응이 상대적으로 용이한데 반해 이제는 일상적 공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면서 대처가 더 어려워졌다. 요양병원·요양시설 등에서의 집단감염도 여전하다.
최근 1주간(지난14∼20일)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 986명 중 959명이 수도권에서 나온 게 심상치 않음을 말해준다. 이런 난국에서 벗어나게 할 희망으로 백신이 부각하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영국을 시작으로 미국, 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서 백신 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코로나 백신과 관련한 국내 상황에 대한 궁금증들을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풀어봤다.
화이자·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의 원리가 어떻게 되나?
두 백신은 신개념 mRNA 백신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표면에 있는 S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정보를 RNA 형태로 담고 있다. 바이러스의 돌기를 이루는 S 단백질은 호흡기세포와 결합해 세포 내로 침투하는 교두보를 만들어주는 역할을 ㅎ나다. 백신은 돌기 단백질의 특징적인 일부만 복제한 것이어서 항체 형성을 유도할 뿐 그 자체가 공격적인 항원이 되지는 않는다. 백신을 맞게 되면 이 유전정보가 체내 세포에 유입되고 여러 과정을 거쳐 S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생성된 S 단백질과 체내 면역세포들이 서로 반응하면서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면역력이 형성된다.
두 백신의 구체적인 예방효과는?
짧은 개발 기간, 부족한 추적 관찰 기간 때문에 정확한 효능을 판단하기 한계가 있다. 3상 임상시험 중간 결과는 화이자는 95%(11월 18일 발표), 모더나 94.1%(11월 30일), 아스트라제네카는 70%(11월 23일)의 예방효과를 발표했다. 어디까지나 긴급사용승인을 위해 소수의 샘플로 평가한 결과다. 최종 결과는 적어도 1~2년이 지나야 나온다. 예방 효과는 백신과 위약을 투약한 후 실제 걸린 사람의 비율을 따져 산출한 것이다. 95%란 100명의 감염자 중 95명이 위약을 맞은 사람이고 5명이 백신을 맞았다는 얘기다.
백신 맞으면 효과는 얼마나 갈까?
면역력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명확하지 않다. 임상시험 및 실제 접종 기간이 짧아 장기적인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
현재 시점에서 긍정적인 소식은 화이자나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모든 코로나19바이러스 변이에 대해 면역반응을 유발하고 예방 효과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또 계절성 인플루엔자는 매년 변이가 생기기 때문에 해마다 다른 종류의 백신이 필요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계절성 인플루엔자 백신처럼 매년 새롭게 개발해야 할 필요성은 없어 보인다.
코로나 변종이 생기고 있는 상황에서 백신이 효과가 있나?
런던 로얄 칼리지(Royal College of London)의 다니엘 알트만(Daniel Altman) 교수는 최근 영국에서 보고된 신종 변이(new strain)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현재 접종 중인 백신에 문제를 유발하지 않을 것으로 봤다.
옌스 슈판(Jens Spahn) 독일 보건부 장관도 지난 20일 언론 인터뷰에서 유럽 보건 당국과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이 변종에도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그램 ‘초고속 작전’의 최고책임자인 몬세프 슬라위도 20일 CNN방송에서 “지금까지 백신에 내성을 지닌 단 하나의 변종도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지금으로선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변종이 더 심각한 증상을 유발하거나 치명률을 높이지도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화이자와 백신을 공동 개발한 독일 바이오엔텍의 우구르 사힌 CEO는 “변종이 나타나더라도 앞으로 6주 이내에 새로운 백신을 개발해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mRNA 백신은 바이러스 유전정보가 담긴 mRNA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돌연변이가 일어나도 그에 해당하는 유전정보를 첨삭해 변경하면 되기 때문이다. 사힌 CEO는 “변종 바이러스는 1270개의 아미노산 가운데 단지 9개 아미노산이 변이한 것”이라며 “코로나19 백신은 변종 바이러스에 대응할 아미노산을 99% 함유하고 있어 효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왕립내과학회의 최고과학고문(Chief Scientific Adviser)인 패트릭 발란스 경(Sir Patrick Vallance)은 “현재로선 백신에 의한 면역반응이 변종에도 적합하다고 추정하고 있지만, 경계심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확보한 백신 물량은 충분한가?
우선 정부의 접종목표 물량은 4400만명분. 인구의 80% 정도 수준으로 집단면역 형성이 가능해 충분한 양이다.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공급을 위한 다국가기구인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 1000만명분을 들여올 계획이다. 개별 협상을 통해 2021년 국내로 들여오는 백신 4종은 아스트라제네카 2000만회분(2회 접종, 1000만명분), 화이자 2000만회분(2회 접종, 1000만명분), 모더나 2000만회분(2회 접종, 1000만명분), 얀센 400만회분(1회 접종, 400만명분)이다.
정부는 12월 초 화이자와 얀센(구매약관 동의서), 모더나(공급확약서)와 구매약관 및 공급확인서를 체결했다. 구두 협상에 불과해 법적 구속력을 갖추지는 못했다. 이에 화이자 및 얀센은 12월, 모더나는 내년 1월 정식 계약 체결을 목표로 기업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많은 백신을 확보하는 이유는 혹시라도 백신 개발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 여러 곳에 보험을 들어두는 셈이다. 정부는 제한된 자료 내에서 최대한 검증 절차를 거쳐 성공 가능성이 높은 백신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다만 일부 백신은 유효기간이 6개월 정도 수준이라 남으면 예산 낭비가 될 수도 있다. 미국 정부가 자국에서 생산됐거나 조달한 백신을 미국인이 우선 쓰게하는 국방물자동원법이나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국내 백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다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미국이 아닌 국내서 생산된 게 공급될 예정이어서 미국 정부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다.
국내 도입 및 접종 일정은 어떻게 되나?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21일 오전 온라인을 통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내년 2~3월 확실하게 국내에 들어온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차례 걸쳐 2~3월에 들어온다는 점을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했고 보장돼 있다”고 강조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미국 FDA 승인을 받지 못해 ‘한국에 들어오는 시기가 늦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문제 없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나 유럽의약품청(EMA)에서 승인받는다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심사하는 데 부담도 줄이고 참고할 수도 있지만 식약처의 독자적인 승인권과 심사권이 있어 당국에서 효과가 충분하고, 부작용 우려도 적다고 판단한다면 충분히 도입할 수 있다.
보건당국은 2021년 2~3월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해 내년 11월 전에 예방접종을 완료하는 단계적 시행방안을 짜고 있지만 접종 시기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국내 코로나19 백신 개발 현황은?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1년 말 국내 개발 완료를 목표로 추진 중이다. 항원 단백질 유전자 재조합 백신으로서 11월 23일 임상 1/2상을 승인받아 임상에 들어갔다. 내년말까지 임상을 완료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빌&멜린다 게이츠재단이 지원하는 글로벌 협력사들과 공동으로 백신을 개발 중이다. 올해 안에 임상 1/2상을 신청한다는 당초 계획은 다소 지연될 전망이다.
누가 먼저 맞게 되나?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면 노인, 집단시설 거주자, 만성질환자 등 코로나 취약계층과 보건의료체계 1차 대응요원 등 필수 서비스 인력 3600만명이 먼저 접종을 받는다. 어린이와 청소년은 임상 결과가 충분하지 않아 순위에서 배제됐으며 일반 국민은 후순위다. 따라서 일반 국민들의 접종 시기는 내후년으로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면 마스크는 더 착용하지 않아도 되나?
코로나19 백신을 맞아도 코로나19 감염을 완벽하게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라 마스크는 착용하는 게 좋다. 마스크까지 착용해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비말 전파를 줄이면서 예방 효과를 더욱 증대시킬 수 있어서다.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경우 바이러스에 감염됐더라도 증상이 없거나 가볍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 일상생활 속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바이러스가 계속 전파될 수 있ㅇ 바이러스 전파를 최대한 줄이려면 마스크를 착용이 필요하다.
원하는 회사의 백신을 선택해서 접종받을 수 있나?
정부는 백신마다 가장 적합한 대상자를 매칭하는 만큼 개인의 의사에 따라 선택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젊은 사람은 회복력이 좋아 백신 부작용을 감안, 접종하지 않는 게 나을까?
50세 미만의 성인은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대체로 큰 문제 없이 잘 회복되는 것이 맞지만 50세 미만이더라도 당뇨병, 비만, 만성 심폐질환, 면역저하 질환이 동반된 경우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이 중증으로 진행할 수도 있고 일부에서는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젊은 성인이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자신에게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주변의 고령 성인에게 전파할 수도 있다. 최근 코로나19 환자가 급속도로 늘어남에 따라 병실이 점점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고위험군에 전파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젊은 성인들도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게 도움이 된다.
백신 접종 후 부작용은 어떤가. 부작용 사고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지나?
화이자 백신의 부작용은 연령, 인종, 민족적 차이 없이 일관돼 있다. 백신 접종 후 피로 3.7%, 두통 2% 등의 증상은 나타났지만 심각한 부작용은 없다. 2회 접종해야하고 1회 접종비용이 약 2만1500원이다. 영하 70도 이하의 초저온 ‘콜드체인’을 통해 유통해야 하는 게 큰 부담이다.
모더나는 최소 3개월 항체가 유지된다. 접종 부위 통증, 피로, 두통 등 가벼운 부작용만 있다. 2회 접종해야 하고 도스 당 비용은 1만7000원~2만8000원 사이다. 영하 20도 보관이 원칙이고 영상 2~8도에서도 최대 30일간 안정적인 상태가 유지된다.
아스트라제네카도 중대한 부작용은 없다. 2회 접종해야 하고 도스 당 가격은 약 3300원~5400원 사이다. 영상 2~8도에서 6개월 동안 냉장보관이 가능하다.
부작용에 대한 책임은 백신 제조사가 아니라 정부가 대부분 질 전망이다. 임상기간이 짧고 코로나19라는 위급하고 특수한 사정 때문에 제조사가 각국 정부에 부작용에 대한 면책을 요구하고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