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20분이면 검사 끝, 광역 조기검사로 급증 막아야” vs “안전성, 정확도 논란, 방역에 혼선만 초래”
지난 15일 의사 처방 없이 집에서 스스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를 검사할 수 있는 자가진단키트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국내에서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빠른 검사로 방역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위양성 등의 부정확한 결과 때문에 방역에 혼란만 줄 수 있다는 반대 여론도 크다.
15일 미국 최초 허가 … 이낙연‧최문순 등 정치권, 국내 도입 주장
FDA는 지난 15일 호주 디지털헬스케어 기업 엘룸(Ellume)이 개발한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자가진단키트가 승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키트는 검사자가 자가진단키트에 든 면봉으로 코 안을 닦아 일회용 카트리지에 넣으며 20분 안에 검사 결과가 나오다. 결과는 블루투스로 연결된 스마트폰으로 전송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검사결과는 자동으로 당국에 보고된다.
키트는 30달러(약 3만3000원) 안팎의 가격으로 약국, 편의점, 대형마트 등지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엘룸은 내년 1월까지 자가진단키트를 매일 10만개가량 생산해 1월에만 300만개 이상을 공급하고, 이후 일일 생산량을 늘려 3월에는 하루 25만개, 6월에는 하루 100만개를 공급할 계획이다.
자가검사키트는 신속항원검사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체내에 들어올 때 우리 몸의 면역 반응으로 인해 생기는 항체를 검사하는 방법이다. 기존의 유전자증폭(PCR) 방식과 달리 결과가 빠르게 나타나고, 비용도 저렴하고 도구도 작고 가볍다.
엘룸 측은 “기존 검사처럼 면봉을 코 안 깊숙이 넣지 않아도 돼 일반인도 쉽게 검사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자가진단키트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이낙연 대표는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누구나 손쉽게 신속진단키트로 1차 자가검사를 하고 결과에 따라 추가 정밀검사를 받게 하는 방안을 논의할 시기가 됐다”며 신속진단키트의 도입에 대한 운을 뗐다.
이 대표는 앞서 지난 10월 충북 오송에 있는 SD바이오센서 공장을 방문해 “광범위한 조기진단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며 “한쪽은 조기진단, 한쪽은 치료 두 바퀴가 잘 굴러가야 해결된다”며 신속진단키트를 이용한 광범위한 조기진단에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방역에 대한 부담을 지고 있는 지자체장들도 자가진단키트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보탰다. 지난 15일 최문순 강원도 지사는 광역단체장이 참여한 ‘K방역 긴급 화상 점검회의’에서 “전수조사가 필요한 현 상황에서 강원도의 모든 역량을 모아도 하루 검사 대상은 4000명 정도”라며“ 당이 주도해 신속 진단키트를 빨리 쓸 수 있도록 달라”고 요청했다.
방역당국 난색 … 위양성 등 정확도 낮고, 안전성 문제로 혼선 야기 위험
하지만 방역당국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아직 키드 개발 기술이 안전성과 정확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날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코로나19 자가 진단을 하려면 스스로 검체를 채취할 수 있는 제품 개발이나 도입이 전제돼야 한다”며 “좀 더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에 자가 진단을 하더라도 그건 선별검사의 역할을 하므로 거기서 양성이 나오면 확진 검사를 받는 절차에 대해서는 검토를 해볼 수는 있지만, 일단은 검증된 자가 진단키트의 개발과 도입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반인들이 직접 사용하는 데 따르는 안전상 문제와, 위양성 등의 부정확한 결과로 인한 방역 혼란도 지적됐다.
정 본부장은 “일반인이 스스로 검사를 하다가 잘못할 경우에는 출혈을 일으키는 등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며 “또한 정확하게 하지 않는 경우에는 검체 채취를 잘못해서 생기는 검사 결과의 오류가 분명히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전과 검사의 정확성을 위해 검체 채취에 훈련된 사람, 의료인도 의료인이지만 훈련된 사람이 하는 게 필요하다”며 “코로나19 검체 채취법이 좀 독특하기에 일반인이 스스로 본인의 검체를 채취하는 데는 안전이나 정확도 면에서는 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자가진단키트를 도입한 미국에서도 자가진단키트의 정확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엘룸의 자가진단키트는 신속항원검사법으로 평균 민감도는 95%다. 검사를 하면 5%는 위음성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FDA도 “자가진단키트 검사 결과는 위음성(가짜음성) 이나 위양성(가짜양성)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음성이 나오더라도 코로나19와 유사한 증상이 있는 경우 선별진료소에서 PCR을 이용한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속진단키트 연구결과 민감도는 70%인데, 10명 중 3명의 검사 결과가 정확하지 않다는 뜻”이라면서 “방역당국도 민감도가 낮아서 쓰기 힘들다고 했던 방법이라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섣불리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자가진단검사 결과 양성이 나온 확진자가 보건소에 보고하지 않거나, 자가격리를 지키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 만큼 만약 도입한다면 이러한 부분이 보완해야 한다”며 “유럽,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 진단검사는 감당이 가능한 만큼 굳이 자가진단검사키트를 도입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자가검사키트 대신 선별진료소에 신속항원검사 도입 … 검사접근성 높아 자가검사 필요성 낮아
일각에서는 최근 수도권 임시선별진료소 설치와 타액 유전자증폭(PCR) 검사, 신속항원검사 도입 등으로 검사량이 증가했기 때문에 자가진단키트 도입이 필요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임시선별검사소, 익명검사 등 검사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자가진단키트는 선별검사소를 가는 수고를 덜어준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방역 당국은 14일부터 운영하는 수도권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신속항원검사 등을 도입해 운영중이다. 검사자는 비인두도말(콧속 분비물) PCR, 타액 PCR, 신속항원검사 중 원하는 방식을 고를 수 있다. 방역 당국은 검사 정확도를 고려해 비인두도말 PCR→타액 PCR→신속항원 순으로 검사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비용은 무료다
일반병원에서도 신속항원검사를 받을 수 있다. 응급실·중환자실·의료취약지 등에선 건강보험 50%가 적용돼 본인부담금은 약 8000원이다. 보험 적용 대상이 아닌 일반 의료기관에서도 비급여로 검사를 받을 수 있다.
지난 17일 기준 코로나19 검사는 5만71건이고, 확진률은 2%였다. 이와 별도로 수도권 임시선별검사소 익명검사는 1만9169건이 이뤄졌다. 지난달 검사량이 하루 5000~7000건인 것에 비하면 10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