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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시험 일정 파행 중 ‘면제’ 내건 정부 … 사실상 코로나 ‘강제차출’ 의혹
  • 김지예 기자
  • 등록 2020-12-15 14:09:27
  • 수정 2020-12-26 20: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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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문의시험 접수 일정 4차례 연기, 전문과목‧학회별 기준은 아직 … 속 타는 전공의들 앞에 정부 발언은
정부가 전문의 시험 면제를 전제 조건으로 전공의를 코로나19 대응 인력으로 차출하려는 제스처를 보이자 전공의의 간절함과 불안감을 이용하려는 술책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으로 전공의들의 전문의 시험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전공의 3, 4년차를 코로나19 대응에 차출하는 대신 전문의 시험을 면제해 주는 방안을 검토 중으로 알려져 의료계가 반발하고 있다. 시험이 간절한 전공의들의 불안감을 정부 정책 집행에 활용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코로나 대응 인력 부족에 전문의시험 면제 조건으로 전공의 차출 방안 논의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지난 13일 전문의 시험 일정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하면서 “전문의 자격시험을 앞둔 전공의들은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면허를 취득한 뒤, 전문 수련과정을 다 마쳤기 때문에 전문의사로 활동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전문의 자격시험 면제 방안 등이 제시(고려 또는 제안)되고 있다”며 코로나19 대응에 동원되는 전공의들을 배려해 시험을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임을 시사했다.

다른 복지부 관계자 역시 같은 날 “전공의도 코로나19 관련 업무에 지원하고자 하지만 겸임 금지 규정 등 현실적인 이유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들이 나와 관련 대책들이 검토됐다”고 말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퍼진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의료인력과 병상 등 의료자원이 빠르게 고갈되면서 의료 붕괴 위기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의료자원을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부족한 의료인력을 채우는 방안으로 전공의들을 활용하는 카드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의 시험의 일정 코로나19로 계속 일정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발언이 나오자 의료계 일각에서는 전문의 시험에 대한 전공의들의 간절함을 정부가 이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전공의들 강력 반발 “시험 50일 앞두고, 공정성 무너뜨려” … 정부 “논의일 뿐”

전공의들은 정부 일각의 전문의시험 면제 검토 방안에 즉각 반발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다음날 14일 성명서를 발표하며 “코로나19와의 싸움에 앞장선 의사에게 돌아온 것은 수모와 멸시였으며 4대악(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원격진료 허용, 한방첩약 급여화) 정책과 여론몰이로 정부는 그동안 쌓아왔던 의사집단과의 신뢰를 깨뜨렸다”고 비판했다.

전문의 시험 면제 방안과 관련 “정부의 제안은 지금껏 전문의를 검증한 시험의 권위를 땅에 떨어뜨리는 처사로 시험이 50여 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전공의들의 의견 수렴이 없는 현재 상황은 절차적 민주주의 또한 위배하고 있다”며 “만일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정부가 지금껏 강조해왔던 공정성과 민주성을 모두 스스로 배반하는 행위인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대전협 측은 “정부는 의사와의 신뢰와 공조, 연대를 깨뜨렸던 이전 발언과 행동에 대해 사과하고 병원 핵심 인력인 전공의 대신 다른 의료인력 투입을 고려하라”며 “유럽 국가의 선례를 참고해 의대생의 국시 면제 및 코로나19 방역 투입을 고려하라”고 주장했다.

서울대병원 등 35개 병원 전공의 대표들도 14일 저녁 공동성명을 내고 반대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일선 병원 전공의들은 의학 수련과 환자 진료라는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하는 ‘전공의’라는 신분과 의료라는 영역의 전문성에 대한 이해 없이 내려진 행정편의주의적 결정에 유감을 표한다”며 “전공의들이 소속 수련병원의 방침에 따라 직접, 간접적으로 코로나19 관련 의료행위에 종사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전공의 동원 방침은 단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와 같다”고 지적했다.

또 “우리는 제대로 된 과정에서 수련을 받고 공부한 올바른 전문의가 되기를 간절히 원한다”며 “정부의 의도에 맞춰 타협하고 거래하기 위해 환자와 국민들이 정당한 절차를 거쳐 검증된 전문의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저버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화들짝 놀라 발을 빼는 모양새다. 보건복지부 의료인력정책과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인력관리팀은 15일 보도설명자료를 내며 “전문의 자격시험을 면제하는 조건으로 레지던트 3, 4년차를 코로나19 지원 업무에 의무적으로 동원할 것이라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복지부는 “코로나19를 위한 민간 의사인력 확보는 대한의사협회 '재난의료지원팀'을 통해 자발적인 참여로 모집할 예정”이라며 “레지던트 3, 4년차에 대한 전문의 자격시험 면제는 대한의학회와 전공의 수련병원, 레지던트 3, 4년차 등의 논의와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할 사항으로 확정된 내용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코로나19로 전문의 시험 미뤄온 복지부 … 시험 간절한 전공의들 이용?

정부의 발언이 더욱 비난을 사는 이유는 올해 전문의 시험이 거듭 미뤄지며 파행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부는 그동안 코로나19로 인한 전공의의 연차별 수련 교과과정 불충족을 이유로 올해 전문의 시험을 3차례 연기한 바 있다.

당초 올해 전문의 자격시험은 지난 10월 27일 원서 접수를 마감할 예정이었다. 내년 1월 28일에 1차 시험, 2월 5일에 2차 시험을 시행해 2월 18일에 최종 합격자를 발표하고 내년 2월 말까지는 전문의 자격증을 발급하는 스케줄이 잡혀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복지부로부터 시험관리를 위탁받은 대한의학회는 원서접수 마감 시한을 11월 10일로 1차 연기하고 다시 11월 20일, 12월 1일로 2회 더 연장했다. 현재로서는 접수마감이 언제 이뤄질지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28일과 2월 5일에 잡힌 시험 일정이 제대로 이행될지 미지수다. 코로나19 및 수련의 부족 상황 등으로 변수가 크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복지부와 대한의학회 및 각 전문학회가 일단 전문의 자격시험 기준을 예년보다 완화하는 것으로 잠정 결론을 냈으나 전문학회별로 구체적인 기준을 아직 정하지 않아 전공의들의 불안이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의학회는 “적어도 오는 18일 안에는 시험 자격과 평가기준에 대한 심사가 완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심사 및 승인이 완료되는 대로 전문의 자격시험 계획을 공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전문과목별, 학회별로 형평성 등을 문제 삼으며 의견이 갈려 합일된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결국 이번 논란은 정부가 전문의시험 면제를 미끼로 전공의를 코로나19 대응인력으로 수월하게 차출하려는 꼼수를 드러내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전공의의 간절함을 정책 시행에 이용하려는 기성제도권의 객관성 상실을 보여줬다. 비록 정책에 반영하려는 적극성을 띠지 않았다 하더라도 시험 면제를 조건으로 코로나19에 대응에 차출하겠다는 정부 내 책임 있는 관료들의 발상과 발언은 한편으로 전공의들에게 무언의 압박이 되고 말았다.

행동하는 여의사회는 14일 성명서를 통해 “전문의 시험을 빌미로 한 인권 유린이자 강제 차출 협박과 마찬가지”라며 “전공의를 코로나19 진료에 차출한다는 발상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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