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자 백신접종 시 부작용 위험, 빠른 검진 위해 도입 … 낮은 정확도 및 원내 감염관리 부담 등 현실성 없다 반론도
내년에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개원가에서도 코로나19 진단을 시행할 수 있도록 허용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10일 대한의사협회가 주최한 ‘코로나19 방역의 현주소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 주제 온라인 토론회에서 조현호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의무이사는 이같은 내용의 주장을 펼쳤다.
정부는 최근 백신 구매 관련 다국가 연합체인 코박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1000만명분을 확보를 추진한 데 이어, 아스트라제네카 등 4개 글로벌 백신 기업과 최대 3400만 명분의 선구매 절차를 완료했거나, 마무리하는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내년 상반기 안에는 백신 접종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에 앞서 코로나19의 신속한 진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염된 상태에서 백신을 접종했다가는 심각한 부작용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의 임상시험이 무증상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이뤄져 감염된 이가 접종했을 경우에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유사 아나필락시스 등 전신 염증반응이 가장 크게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조현호 의무이사는 “현재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선별진료소가 전국에 619개에 불과하다”며 “백신 접종 전 필수적인 진단을 감당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더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을 위해 ‘신속항원검사’가 이뤄져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인플루엔자 창궐 당시, 개원가들이 나서 신속항원검사를 경험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빠른 결과가 빠르게 나오는 항원검사를 개원가에서 나서서 하게 될 경우 전체적인 진단 속도가 높아져 방역에도 유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조 의무이사는 “백신이 개발됐지만 바이러스 종이나 변이에 다양한 변수가 있는 상황이므로, 지금은 진단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힘을 실어야 한다”며 “먼저 시범적으로 시행해보고 더 확대할지 말지 준비를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개원가에서 신속항원검사를 진행할 경우 병원 내 감염관리에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김자영 가톨릭관동의대 국제성모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는 인플루엔자보다 감염력이 높아, 개인의원(로컬)에서 진단을 진행할 경우 원내 감염 등의 위험이 있다”며 “선별검사가 되려면 민감도가 높아야 하는데 신속항원검사는 민감도가 낮다”고 꼬집었다.
정확성이 비교적 낮은 신속항원검사를 개원가에서 실시할 경우 그만큼 확진자를 걸러내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다. 엄중식 교수 역시 “신속항원검사 25건 중 5건이 위양성이 나온다”며 “위양성자를 PCR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격리수용해야 하는데 개원가에서 이런 공간을 만드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사 결과 양성이 나왔다면 보건소에서 의심 환자를 데리러 와야 하고, 그 병원은 방역을 이유로 한동안 문을 닫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조윤미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공동대표는 "검사 양을 늘려야 하는데, 전제는 검사하는 공간 자체에서의 감염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의 문제"라면서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게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선제 대응이 부족해 최근 코로나19 확산세를 다잡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지적과 함께 집중치료실(ICU) 등 중환자 치료 병상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동현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10월달에 골든타임에 선제적 대응이 이뤄지지 않아 지금 확진자 수가 굉장히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며 “1차 피크 때 놓쳤으니, 2차에서 제대로 준비하자는 얘기가 나왔으나, 정책적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양상이 반복됐다”고 꼬집었다.
엄중식 교수는 “중환자 치료 병상 문제가 심각하다”며 “확진자 수를 기준으로, 단계별로 지역에서 중환자 치료 병상이 얼마나 필요한지 예측할 수 있는데, 환자의 증감 사이클을 바탕으로 지역 병원의 협조를 구하는 등 병상 마려 계획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대하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위기상황임에도 정부와 의료계, 의학계의 소통이 되지 않아 문제가 심각하다”며 “의료계 내부에서 먼저 소통하고, 토론하고, 어느 정도 합의를 형성해 대한의사협회라는 스피커를 통해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모색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