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비효율 개선 목적 암 관련 이해단체 다수 참여 … ‘암환자 정서적 지지 제고 및 사회복귀 지원’
암환자를 위한 비영리단체 ‘All.Can International’의 한국지부 ‘All.Can Korea’가 10일 발족 기념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암치료 과정에서의 비효율을 개선한다’는 아젠다를 밝혔다. 아울러 “특정 약제의 보험급여, 약가 관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거듭 약속하며 단체의 순수성을 강조했다.
All.Can International은 “암치료의 비효율성에 대한 지속 가능한 해결책 모색”을 목표로 암과 관련된 여러 이해단체와 의료인, 환자들이 모인 비영리단체(NGO)다. 본사는 벨기에 브뤼셀에 있으나 이미 16개국에서 지부가 설립돼 각국의 환경에 맞춰 암환자의 치료환경 개선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All.Can Korea는 17번째, 아시아에서는 최초의 지부다.
All.Can Korea에도 헬스케어 전문가, 암시민연대, 한국GIST환우회,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등 환자단체, 법률전문가, 후원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했다.
최성철 All.Can Korea 대표는 “All.Can이 말하는 암치료의 비효율성은 비용적인 측면뿐만이 아니라 진단부터 치료 후 사회 복귀까지 모든 과정에서의 어려움”이라며 “환자 입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관련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월소득 300만원 이하 국내 암환자 70% 사회복귀 어려움 호소 … 소득수준에 따라 요구사항 달라
이날 All.Can Korea는 한국 암치료 환경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암환자 설문조사도 발표했다. 국내 주요 암 환우회에서 일정한 비율로 추출한 암환자 495명을 대상으로 진단에서 치료, 재활에 이르는 비효율을 온라인으로 물었다. 문항은 암 진단, 암 치료, 암 치료 후 사후관리, 암 치료 관련정보 습득 현황 및 경제적 영향 등 총 4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조사 결과를 발표한 정유석 단국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가장 큰 변수는 소득이었으며, 소득에 따라 차별화된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암 진단에서 저소득층일수록 ‘자각 증상 발현 이후 검사 진단’ 비율이 높았으며, 3~4기로 암 진행 혹은 전이된 상태에서 최초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고소득층일수록 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하는 경우가 많았다.
암환자들이 진단 시 바라는 점으로는 ‘보험적용이 되지 않는 고가 검사비에 대한 지원’이 48.3%로 가장 많았다. 고소득층에서는 의료진의 공감 등 커뮤니케이션 개선에 대한 요청이 컸다.
치료 단계에서는 연령 등 특성에 관계없이 암환자 10명 중 8명은 암 진단 시 정신적, 심리적 충격이 컸다고 응답했다. 하지만 저소득층은 암 치료비에 대한 걱정이 높게 나타났고, 고소득층은 암치료로 인한 사회생활 단절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다.
치료 중 어려움으로는 저소득층은 신체적·경제적 곤궁함을, 고소득층에서는 심리적 혹은 병원 제공 정보 부족을 꼽았다. 이 항목은 연령대별로도 답변이 갈려서, 30대에서는 심리상담, 40대는 고용안정 및 직장 내 배려, 60대 이후는 암치료 선택 가능성 확대(정보 제공) 등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이밖에도 암 치료 후 건강걱정(49%)과 신체적 이유(40%)로 사회복귀에 어려움을 느끼면서도 대다수(75.2%)가 사회 복귀를 희망했다. 저소득층일수록 사회복귀 바람이 강했으나 월소득 300만원 미만 환자 10명 중 7명이 복귀에 어려움을 호소해 취업이 여의치 않음을 보여줬다.
특정 약제 급여‧약가 관련 활동 배제 선언 … KCCA와 활동 달라
All.Can Korea는 이같은 설문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2021년의 주요 아젠다를 ‘암, 치료를 넘어 일상으로’로 정하고, 암 치료 후 일상 복귀 시대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암환자에 대한 심리적 지원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저소득층의 암 검진 접근성을 개선하는 활동에 나선다. 또 상병수당, 유급휴가제도, 암치료 후 안정적 사회 복귀를 위한 통합적인 제도 등을 구축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활동 방법으로 포럼, 온라인 플랫폼 오픈, 리서치 학술활동, 아디어 공모전 등을 꼽았다.
그러나 특정 약제의 보험급여 및 약가 관련 활동은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전체 암환자의 치료 비효율을 개선한다는 공익적인 목적성과 맞지 않아, 환자와 이해당사자의 건강한 연대가 위축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에 처음부터 논란을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이미 활동하고 있는 KCCA(한국암치료보장성확대협력단)와 차별성을 두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은영 한국백혈병환우회 사무처장은 “환자단체가 약가 보장 등을 강화하려고 활동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이는 각 환우회의 개별적인 활동으로 All.Can Korea으로 끌고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성철 회장은 “특정 항암제에 목숨이 걸린 환자들이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모든 암환자 단체가 특정 약이 필요한 것 아니지 않느냐”며 “우리는 제약사의 이익과 무관하게 국내 암환자에게 필요한 아젠다를 찾아 활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현실에 필요하다면 암환자의 치료받지 않을 권리, 잊혀질 권리에 대한 활동을 할 수도 있는 게 ‘All.Can Korea’”라며 “치료 자체보다는 치료를 포함한 전반에 대한 비효율을 찾아 개선하는 게 역할”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