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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불안한데 메일 오발송까지 … 건강검진 받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 김지예 기자
  • 등록 2020-12-09 17:27:14
  • 수정 2020-12-10 15:5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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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반기 건진 미룬 직장인들 올해 연말 북적 … 내년 6월까지 기간 연장, 암 검진 등은 가급적 연내 권장
건강관리협회(MEDICHECK) 건강증진의원 서울서부지부
연말이면 국민건강검진이나 회사마다 설정한 건진 기한이 끝나기 전에 검진을 받으려는 이들로 병원 건강검진센터마다 북새통을 이룬다. 올해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증후군(COVID-19, 코로나19)으로 상반기에 검사를 미룬 이들이 예년보다 훨씬 많아 연말에 예약잡는 게 거의 불가능할 만큼 초포화 상태다.

정부가 얼마 전 6개월 연장 조치를 발표했지만 시기가 늦어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평가다. 그런 가운데 건진 분야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은 건강관리협회가 거리두기를 무시하고 공장식으로 검진을 진행하다가 개인정보를 타인에게 유출할 뻔한 사고가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연말에 몰리는 건진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협, 메일 오발송 및 거리두기 무시 … 연말에 이용객 몰리는 구조적 문제
 
지난 1일 건강관리협회(MEDICHECK) 건강증진의원 서울서부지부에서 검진정보를 잘못 전송해 개인의료정보를 유출했다는 이용객의 제보가 나왔다. 이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검진을 받은 이용객은 2주 이상 검진결과가 나오지 않자 센터로 연락을 취했다. 센터에서는 이메일 주소를 잘못 입력했으며 다시 보내겠다는 답변을 남겼다. 이름과 생년월일, 민감한 개인 의료정보가 담긴 건진 결과서가 엉뚱한 이메일로 보내져 유출됐다.
 
건협 측에서는 “검진 결과서 메일을 다른 곳으로 보낸 것은 맞으나 열람 기록은 없으며 이중으로 인증을 해야 메일을 볼 수 있도록 설정돼 유출 가능성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는 상황이 빚어진 것은 사실이었다.
 
이밖에도 건협은 검진 동안 거리두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환경에서 긴 시간 대기하게 하거나, 산부인과 진료없이 HPV(Human Papiloma Virus, 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 접종이 이뤄지는 문제가 있었다고 제보했다.
 
검진센터 관련 종사자들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수용 가능 인구보다 한꺼번에 많은 이용자를 수용하면서 나타나는 문제”라며 “매년 연말마다 일어나는 고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내에 검진을 끝내야하는 직장인들이 연말에 몰리기 때문에 검진센터 입장에서는 적정 인원보다 많은 인원을 받아 공장식으로 검진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정보누출, 안전문제 등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관계자들은 “1~2년에 1회라는 인식 때문에 한번 연말에 받기 시작하면 매번 연말에 검진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매년 상반기에 검진을 받자는 캠페인 등을 진행하지만 큰 효과가 없다”고 호소했다.
 
올해, 코로나19로 연말쏠림현상 심화 … 정부, 너무 늦은 6개월 연장 발표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상반기에 검진을 미룬 이들이 연말에 몰리면서 예년보다 더 많은 인원들이 모여 건진을 받는 상황이 이뤄지고 있다. 한 건강검진센터 관계자는 “체감상 예년 연말보다 약 20% 더 많은 예약 전화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검진을 포기하는 사람도 늘었지만, 연말까지 검진을 받지 못하면 과태료를 물 수밖에 없는 직장인들은 울며겨자먹기로 어떻게든 연내에 검진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예약이 마감돼 건진 자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
 
또 다른 검진센터관계자는 “1,2,3월 등 상반기에는 코로나19로 극도로 이용객이 적었으나, 9월 이후는 예년보다 더 많은 예약이 몰리고 있다”며 “올해 안으로 검진을 받아야 하는 직장가입자들은 예약이 어렵다는 안내에 화를 내기도 한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올해 일반건강검진 수검자는 2056만2174명으로 이 중 10월까지 898만2255명이 검진을 받아 수검률은 43.7%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50%에 불과하다. 국가건강검진을 받지 않을 경우 페널티가 부과되는 직장가입자 1082만8544명 중에서도 10월 안에 일반건강검진을 받은 사람은 525만1837명에 그쳐 수검률 48.5%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수검률은 55.7%에 비하면 7%p, 수검자수는 약 67만명이 줄어든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에서는 지난달 18일 올해 일반건강검진, 암검진, 성별·연령별 검진 등이 포함된 국가건강검진 기간을 내년 6월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복지부는 “코로나19 장기화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한시적으로 국가건강검진 기간을 내년 6월 30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사무직 근로자 등 2년 주기 검진 대상자가 올해 검진기관의 사정 등으로 검진을 받지 못한 경우 추가 신청등록을 통해 2021년 6월까지 검진을 받을 수 있다. 1년 주기 검진 대상자(비사무직 근로자)는 별도의 신청 없이 가능하다. 연장기간 내 수검 시 2020년과 2021년 일반건강진단을 모두 수검한 것으로 인정돼 과태료를 물지 않아도 된다. 다만 비사무직 근로자 본인이 2021년 일반건강진단 실시를 원할 경우 2021년 하반기에 또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연말쏠림 해소를 기대하기에는 정부의 기간 연장 발표가 너무 늦었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이미 예약이 다 꽉꽉 차서 마무리 된 후 나온 발표라는 것이다. 한 건강검진기관 관계자는 “이미 10월 말 올해 예약이 다 끝난 상황”이라며 “예약없이 방문하는 이용객이 줄어들 수는 있으나, 이미 예약을 마친 이들이 굳이 내년으로 건진을 미루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진 미루면 도리어 코로나19 예방에 불리 … 게인방역 준수, 예약 시간 방문이 도움
 
이러다보니 가장 큰 걱정은 건강검진 중의 코로나19 방역이다. 검진센터 관계자들은 “대부분의 검진센터는 원내 소독을 철저하게 하고, 아크릴판 등 비말을 막는 시설을 보강하며, 수검자가 과밀되지 않도록 동선 조절 및 예약시간을 분배하는 등 방역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수검자들의 너무 많이 몰리거나 개인방역 지침을 어기는 경우에는 감염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이유로 건진을 미루는 게 도리어 건강관리에 불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미루기만 하다가는 질환의 치료시기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코로나19에 더 취약할 수 있으므로 검진으로 이를 확인하는 게 코로나19 예방에 더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복지부도 국가검진기간 연장을 발표하면서 “다만 암을 포함한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코로나19에 더 취약한 만큼 암 검진 등은 가급적 연도 내 검진을 받으실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다만 검진받는 동안 개인방역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 신상엽 KMI한국의학연구소 학술위원장(감염내과 전문의)은 “위 내시경 외에는 검진 중 마스크 벗을 일이 거의 없다”며 “대기시간 및 검진 중 마스크를 꼭 착용하고, 대기시간에 가급적 타인과 거리를 유지하며, 건진 후 손발을 깨끗이 씻는 등 개인방역 수칙을 잘 지키면 안전하게 건진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약 인원을 기준으로 시간 분배와 동선 조절이 이뤄지므로 가급적 당일 방문하기보다는 예약 후 안내받은 시간에 방문할 것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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