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는 말이 있듯 눈은 살아가면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꼭 필요한 기관이다. 외부로 노출돼 있는 민감한 감각기관 중 하나다. 시력을 지키는 것은 백세시대를 맞아 가장 기초적인 건강자산을 챙기는 것이다.
그러나 ‘당뇨병성 망막증’, ‘황반변성’, ‘녹내장’은 잘못된 생활습관이나 불가피한 노화로 어느덧 찾아오기 마련이다. 이들은 실명의 3대 안질환으로 꼽히기도 한다. 서울성모병원 김미리내, 정경인 안과 교수의 도움말로 이들 질환의 관리법을 알아본다.
“당뇨병성 망막병증, 손상 시작되면 이전으로 돌아가기 어려워 … 철저한 혈당관리 필수”
당뇨병성망막병증은 당뇨병성신증, 당뇨병성말초신경병증과 함께 당뇨병의 3대 주요 미세혈관 합병증 중 하나다. 당뇨병 환자에서 만성적인 고혈당으로 인해 망막 모세혈관에 손상이 생기고 이로 인해 전반적인 허혈성 변화와 신생혈관이 만들어지는 게 당뇨병성 망막병증의 원인이다.
당뇨병성 망막병증의 발병과 진행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당뇨병의 유병기간이 가장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고혈압, 고지혈증, 임신, 유전적 요인 등도 관련이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정도에 따라 크게 비증식성과 증식성 단계로 나눠 볼 수 있다. 비증식성 당뇨망막병증 단계에서는 망막출혈, 지방삼출물, 부종 등이 관찰된다. 증식성 당뇨망막병증은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자라나면서 출혈이나 망막박리 등을 일으키는 단계를 말한다.
망막의 혈관벽이 약해지면서 혈관내 성분이 망막으로 유출돼 망막이 부어오르는 게 황반부종으로 중심시력이 저하될 수 있다.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레이저치료, 주사치료, 수술적 치료로 회복할 수 있다. 범망막광응고술이라 불리는 레이저치료는 망막 주변부에 레이저를 조사함으로써 신행혈관의 퇴행을 유도하는 시술이다. 국소레이저 치료는 레이저를 통해 혈관의 누출을 줄여 황반부종을 호전시킬 수 있다.
주사치료는 황반 부종을 유발하는 혈관내피성장인자를 억제함으로써 부종을 줄여 시력을 개선시키거나 신생혈관을 억제하기 위한 치료다. 수술적 치료는 증식성 당뇨망막병증 단계에서 유리체 출혈이나 망막박리가 발생한 경우에 시행한다.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한번 진행돼 손상이 시작되면 이전 단계로 돌아가기 어려워 예방과 조기진단이 중요하다. 당뇨병성 망막병증의 발생과 진행을 막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철저한 혈당관리가 필수다. 지속적이고 규칙적인 운동, 식이습관 조절, 적정체중 유지, 금주, 금연 등 생활습관 조절이 도움이 된다.
초기에는 증상을 거의 느끼지 못하고 병이 진행돼야 증상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당뇨병 환자라면 반드시 정기적인 안과검진이 병행돼야 한다. 모든 당뇨병 환자는 증상이 없더라도 적어도 1년에 한 번 안과검사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가벼운 비증식 당뇨망막병증은 6~12개월 간격, 중등도 비증식 당뇨망막병증은 4~6개월 간격, 증식 당뇨망막병증 혹은 황반부종이 있는 경우 2~4개월 간격의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황반변성, 비교적 심한 시력상실 일으키지 않아 … 상당 기간 시력 유지 가능해
황반변성(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의 원인은 유전적 소인 및 여러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하는 것으로 밝혀져 있다. 나이가 들수록 발생 빈도가 높아지며, 황반변성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도 발병 위험성이 높아진다. 이밖에 고혈압, 고지혈증, 심혈관계질환 등 전신질환, 흡연 등 생활습관, 영양요인과도 관련이 있다.
황반변성은 크게 건성(비삼출성)과 습성(삼출성)으로 구분한다. 건성 황반변성은 드루젠과 같은 노폐물이 황반부에 쌓이면서 시각세포에 손상을 주는 질환이며, 비교적 심한 시력상실을 일으키지 않아 상당 기간 시력을 유지할 수 있다.
습성 황반변성은 황반부에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자라면서 혈관 내 액체의 누출 또는 출혈 등으로 시세포가 파괴되는 질환이다. 습성 황반변성의 경우에는 건성 황반변성에 비해 빠른 진행을 보이고,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시력상실의 위험이 있으므로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건성 황반변성은 확실한 치료 방법은 없지만, 루테인과 비타민 복합 제제의 항산화제 복용 등을 통해 진행 위험을 감소시킬 수 있다. 습성 황반변성의 치료를 위해 신생혈관의 성장을 억제하는 혈관내피성장인자 억제제를 안구 내로 주사해 신생혈관의 활성을 억제하고, 부종과 출혈을 감소시켜 시력 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 하지만 약효가 지속되는 시간이나 병의 상태 등을 고려해 정기검진과 반복적인 주사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흡연은 나이 관련 황반변성의 위험요인 중 하나로 금연하는 게 좋다. 황반색소(루테인, 지아잔틴)가 풍부하게 포함된 녹황색 채소, 과일,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한 등푸른 생선, 견과류 등의 식품을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모자나 선글라스를 통해 자외선을 차단하는 게 좋다. 50대 이상, 가족 중 황반변성 환자가 있는 경우에는 정기적으로 안저 검사를 받는 것도 조기 진단에 도움이 된다.
“녹내장 위험요인, 고안압‧근시‧가족력 등 … 꾸준히 치료하지 않으면 실명 위험↑“
녹내장은 눈의 시각정보를 뇌에 전달해주는 시신경이 손상되면서 시야가 서서히 좁아지는 질환으로 흔하게 들어봐 낯설지 않다. 녹내장의 원인은 여러 가지로 추정되고 있으나 그 중 가장 중요한 위험요인은 높은 안압이다.
고안압 외에도 근시, 녹내장 가족력, 눈으로 가는 혈류의 불안정성 또는 저하가 녹내장의 발생 및 진행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전신적으로 저혈압 또는 고혈압, 자율신경계 기능장애 등이 녹내장의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 등에서는 원발성 개방각 녹내장 환자 중 정상안압 녹내장 환자의 비율이 높다. 정상안압 녹내장의 명확한 기전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시신경이 통과하는 사상판 및 시신경 유두 주변의 공막이 약하면 높지 않은 안압에도 기계적인 압박에 상대적으로 취약할 가능성이 있으며 눈으로 가는 혈류공급이 불안정하고 충분하지 못해 시신경이 손상돼 녹내장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계속 연구 중이다.
현재까지 입증된 치료는 녹내장의 진행을 늦추거나 억제시키기 위해 안압을 낮추는 것이다. 녹내장의 유형에 따라 치료 방법은 약간씩 다르지만 녹내장이라고 진단을 받았으면 안압이 높건 낮건 현재 안압 보다 낮추기 위해 일반적으로 안압을 낮추는 안약을 점안한다. 약물로도 안압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거나 안약 부작용으로 더 이상 점안하기 어렵게 되면 레이저 시술을 하거나 녹내장 수술을 받게 된다.
녹내장에서 치료약으로 보통 점안하는 안약을 사용하며 눈 안의 방수의 생성을 억제하는 안약들과 방수의 유출을 향상시켜주는 안약들이 있다. 안압을 조절해도 진행하는 일부 녹내장 환자들에게 혈액순환을 개선시켜주는 경구약들을 보조적으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아직까지 안압을 낮추는 치료만큼 효과가 명확히 입증되지는 않았고 계속 연구 중인 분야다.
녹내장에서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가 높은 안압이고 안압 하강이 녹내장 치료에서가장 입증된 치료다. 기본적으로 안압을 낮추는 치료를 꾸준히 받는 게 중요하다. 치료를 제대로 잘 받지 않으면 실명의 위험이 훨씬 높아진다.
녹내장 환자에서 생활습관 중에 안압을 높일 수 있는 물구나무서기 자세를 피하는 것을 권유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건강한 성인의 생활습관 중 녹내장의 발생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밝혀진 것은 아직까지 없다.
보통 원발성 개방각 녹내장이 발생해도 초기에는 증상이 없는 경우가 훨씬 많아 40세 이상이 되면 정기적으로 녹내장 유무에 대해 확인해 보는 것을 권유한다. 전방각이 좁아 폐쇄각 녹내장 발생 위험이 높은 경우라면 어두운 곳에서 고개 숙인 채로 장시간 있는 행동을 삼가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