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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적 비대면진료 국회 통과, 대형병원 스마트헬스케어 집중 … 원격의료 물꼬 터지나?
  • 김지예 기자
  • 등록 2020-12-03 15:20:43
  • 수정 2021-09-16 00: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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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원들 환자서비스 개선 명분 IT 환경 업그레이드, 국회는 입법 실마리 … 의료계, ‘단계적 추진’ 우려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대형병원들에서 추진하고 있는 원내 스마트헬스케어 구축 움직임도 원격의료 도입의 일환으로 지목된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처럼 심각한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특정 지역에 한시적 비대면진료를 허용하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했다. 여기에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대형병원에 이어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까지 중환자를 비대면으로 모니터링하는 스마트헬스케어 도입 움직임을 보이자 의료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원격의료의 합법화 수순을 밟고 있다는 우려를 보내고 있다.
 
감염병 ‘심각’ 단계서 한시적 비대면진료 명문화 … 의료계 “원격의료 합법화 수순” 반발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은 지난 2일 염병 유행에 대비하기 위한 방역 체계를 재정비하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감염병 위기 경보가 지금처럼 가장 높은 '심각' 단계 이상 발령됐을 때 한시적 비대면진료를 할 수 있게 된다. 환자·의료인의 감염 예방과 의료기관 보호를 통한 대응력 강화를 위해서다. 비대면 진료 지역, 기간 등 범위는 감염병관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하도록 했다.
 
감염취약계층의 범위를 감염 예방 등 자가관리에 어려움이 있는 저소득층과 사회복지시설을 이용하는 어린이·노인·장애인 등으로 확대하고, 감염병 예방 및 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인력을 국가와 지자체가 보호해야 하며, 이에 조력할 약사를 재정적으로 지원할 근거도 마련됐다. 
 
이밖에 접촉자 격리시설을 감염병 의심자 격리시설로 확대하고, 의료·방역 물품의 범위와 용어를 정리하며, 감염병 발생 ‘신고의무자’에 사회복지시설의 관리인·경영자 또는 대표자, 약사, 한약사, 약국개설자 등이 포함되도록 하는 등 방역체계도 정비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 일각은 비대면의료의 법적 근거의 실마리를 연 이번 법안 통과가 원격진료의 수순이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법안으로 근거를 마련한 후 이를 확대하면 결국 원격진료 합법화로 이어지게 된다는 분석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까지 정부는 대리처방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코로나19 이후에는 여러 방법으로 원격의료를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법안 통과는 원격진료 합법화 과정으로 가는 첫 단추”라고 해석했다.
 
이어 “정부는 지난 9.4 의정합의가 이뤄진 이후에도 한약첩약사업, 공공의대 설립 등을 추진했다”며 “코로나19 이후 합의체를 만들어 논의하자던 약속을 일방적으로 어기면서 원격의료 도입에 밑불을 때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법안 개정의 취지는 일부 공감하나 의정협의에서 논의하기로 한 만큼 의료계와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며 “비대면진료에 대한 반대 입장을 개진했으나 국회를 통과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번 개정안 중 비대면진료 관련 법안은 공포 즉시 적용되며 나머지 조항은 공포 후 6개월 후 시행될 예정이다.
 
환자 비대면 모니터링 ‘스마트헬스케어’ 확대 … 원격의료 환경 구축 준비?
 
의료계가 우려하는 정부의 원격의료 추진은 비단 이번 개정안 통과만이 아니다.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대형병원들이 추진하고 있는 원내 스마트헬스케어 구축 움직임도 궁극적으로 원격의료를 향한 포석으로 읽힌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10월 환자 개인 병상에 다양한 기능을 갖춘 스마트모니터와 병실 입구 디지털 사이니지, 간호사실 대시보드로 구성된 스마트병실을 구축하고 환자와 의료진과의 접촉을 줄이고 환자의 원격 모니터링이 가능한 원내환경을 구축했다.
 
환자는 스마트 모니터를 통해 △입원생활 및 일정안내 △맞춤형 건강정보 △검사 및 수술, 교육 일정과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또 화면 터치만으로 수액 교체, 진통제, 화장실 보조, 각종 증명서 신청 등을 요청할 수 있게 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1월 원격의료 협진이 가능한 5G환경을 적용한데 이어 11월부터 원무창구를 들리지 않고도 결제와 서류발급 등을 할 수 있는 ‘페이스루’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이밖에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고려대 구로병원, 이화의료원 등이 원내에서 의료진과 환자의 접촉을 줄이고 정보를 빅데이터화하는 스마트헬스케어 시스템 추진을 발표했고, 지난 2일에는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도 SK와 손잡고 스마트헬스케어 추진을 발표했다.
 
환자와 의사의 접촉을 줄이고 모니터링 기기를 통해 감염병환자와 중환자등을 진료하는 스마트헬스케어 시스템 구축은 결국 원격의료의 준비 단계라는 지적이다.
 
즉 대형병원들 중심으로 스마트헬스케어라는 이름으로 원격의료가 가능한 인프라를 깔아놓고, 언젠가 의료법이 개정돼 원격의료에 대한 법적 근거가 마련돼 합법화된다면 즉시적으로 변화에 적응하겠다는 심산이 엿보인다. 
 
의료계 관계자는 “2011년 경북대병원 응급센터에 실려온 장중첩 소아환자를 원내수술이 어려워 다른 병원으로 전원했다가 응급환자에 대해 24시간 상시 진료 의무를 어겼다는 이유로 당직 전문의 소아청소년과 교수와 응급의학과 교수 등 2명이 성실근무의무 위반으로 면허정지 15일 처분을 받은 바 있다”며 “성실의무를 이토록 엄격히 적용하던 정부가 모니터링으로 환자의 상시진료를 대체하는 측면이 있는 스마트헬스케어를 눈감아 주는 데에는 원격의료를 위한 셈법이 존재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비대면진료 10개월 차 … 기준 모호하고 대상 광범위해 안전성 확보 어려워 
 
지난 2월부터 코로나19 유행으로 10개월간 이어지고 있는 한시적 비대면진료와 처방이 약물 오남용 및 불법 원격의료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의료계는 물론 약사계에서도 나오고 있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7월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시적 허용된 비대면진료가 사실상 불법 원격의료로 악용되는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며 복지부의 실태조사를 주문했다.
 
김 의원은 “의사의 얼굴한번 보지 않은 초진환자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예약하고 전화로 상담하면 처방전을 발급받아 약을 살 수 있었다”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전화로 처방전 장사를 했다는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의료계와 약사사회에서는 정부의 한시적 허용안의 기준이 모호해 문제점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의 고시 내용은 비대면 진료와 처방을 지나치게 광범위한 기준으로 허용하고 있어 환자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의약품 규제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닥터가이드(대표 장지호)가 개발한 ‘닥터나우’ 등 애플리케이션은 전화 처방에서 일선 약국의 택배배송까지 ‘원스톱’ 으로 진행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약사법 위반뿐만 아니라 과도한 약물 오남용을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복지부는 지난 9월 초 약사가 아니면 약을 판매할 수 없고 약국이 아닌 곳에서 약을 보관할 수 없다는 약사법을 근거로 약사회의 의견을 반영한 유권 해석을 내놓았다. 지금도 기본 입장에는 큰 변화가 없다.

그러나 닥터가이드는  약사회로부터 반발을 사 9월 초에 중단했던 ‘배달약국’ 서비스를 지난달 20일 ‘닥터나우’로 바꿔 다시 서비스하면서 복지부가  “대면 전화상담 처방 한시적 허용방안' 프로세스만 지키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반발을 피해나가는 중이다. 

복지부가 고시한 허용안은 의약품 수령과 관련해 ‘환자에게 복약지도(유선 및 서면) 후 의약품을 조제, 교부(수령 방식은 환자와 약사가 협의하여 결정)할 수 있다’고 적시돼 있다.  이에 복지부 관계자는 "지침에 따라 조제약 수령방식은 환자와 약사가 협의해 결정하고, 환자가 직접 약국을 선택해 담합을 차단해야 하며, 업체는 의료법에서 허용하는 전자서명이 들어간 전자처방전을 이용해야 한다"면서 “이런 부분이 지켜진다면 사실상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전자처방전은 지금도 일부 병원과 인접 약국에서 활용되고 있으나 전산프로그램을 깔아야 하고 가입 및 운용 등에 소정의 비용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병원의 의지가 강해야 원활하게 이뤄진다. 닥터나우의 경우 전자처방전만 가능하며 소비자가 이를 다운받아 닥터나우에 전송해야 해당 약국을 통한 조제약 배달서비스가 가능하다. 다시 논란이 일자 복지부는 닥터가이드의 자의적인 해석이라며 비대면진료 및 조제약 배달 서비스가 전면 허용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거듭 표명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비대면진료는 병의원은 쉽게 수익을 얻고, 환자는 편리하게 약을 구할 수 있어 과도한 처방이 유도되기 쉽다”며 “비대면진료 대상을 한정하거나, 수가 차등을 두고, 본인 부담금을 올리는 등의 제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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