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라이선스 도입 ‘관문’ 자처 … 릴리 ‘엘루네이트’ 도입 성공 경험 바탕 ‘제줄라’ ‘옵튠’ 등으로 상반기 매출 1920만달러
2014년에 설립된 중국 상하이에 설립된 자이랩(Zai Laboratory, 再鼎醫藥)은 창업자 겸 CEO인 사만다 두(Samantha Du)가 중국 생명공학산업의 대모로 알려져 있다.
20년 전 중국 내 제약업계가 거의 전적으로 제네릭 의약품 중심이었을 때, 두는 7년 동안 일하던 미국 화이자에서 중국으로 돌아와 새로 태어난 차이메드에 합류했다.
투자전략을 짜기 위해 영입된 두는 여기서 3건의 합작법인 계약을 성사시켰다. 이후 사내 의약품 연구개발(R&D) 부문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탄생한 게 중국 최초의 바이오기업 중 하나인 중국 상하이 소재 허치슨메디파마(Hutchison MediPharma)로 혁신적인 의약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차이메드는 두의 감독 하에 릴리와 제휴한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VEGFR) 억제제인 ‘엘루네이트’(Elunate, 성분명 프루퀸티닙 Fruquintinib)을 비롯한 혁신적인 파이프라인을 만들었다. 이 약은 연구개발과 상용화를 완전히 중국에서 마친 주요 암종에 대한 중국 최초의 치료제였다.
두는 2011년 차이메드를 떠나 정통 생명공학 후원 벤처캐피털인 세콰이어차이나(Sequoia China)에서 헬스케어산업 투자를 주도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후, 두는 다시 기업가의 길로 돌아갔다.
2014년 두는 자이랩을 설립했다. 타이밍은 매우 좋았다. 이후 수년간 중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신약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국제 표준에 더 잘 부합하도록 규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새로운 정책들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자이랩는 ‘혁신 자산을 위한 중국 진출 관문’으로 내세우면서 현재 중국 개발과 상용화를 위해 인 라이선싱(in-licensing 해외 도입) 제품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두는 2018년 네이처리뷰드럭디스커버리(Nature Review Drug Discovery)와의 인터뷰에서 “혁신치료제 70%가 다른 곳에서는 허가를 받았지만 아직 중국으로 수입되지 않았다”며 “우리는 해외서 3상을 통과한 의약품에 대해 중국 내 승인을 돕거나 직접 도입해 상용화하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중국의 생명공학 생태계에서 두의 영향력으로 인해 이 회사는 인기 있는 협력사가 되었다. 조나단 창(Jonathan Chang) SVB 리링크(Leerink) 애널리스트는 2018년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두는 중국의 생명공학 혁신가 및 기업가 중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널리 평가받고 있다”며 “파트너들이 중국에서 의약품 개발과 상용화를 위한 실적을 보유한 팀을 찾고 있는 만큼 자이랩의 인맥과 경험은 그동안 달성할 수 있었던 종류의 사업개발 계약을 촉진한다”고 말했다.
자이랩의 임상 파이프라인에는 주로 중국에 현지법인을 갖고 있지 않은 광범위한 기업들에게서 도입한 의약품이 포함된다. 자이랩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리제네론, 인사이트(Incyte), 데시페라(Deciphera), 엔타시스테라퓨릭스(Entasis Therapeutics), 파이브프라임테라퓨틱스(Five Prime Therapeutics), 마크로제닉스(MacroGenics), 노보큐어(Novocure), 파라텍파마슈티컬스(Paratek Pharmaceuticals) 등으로부터 약을 도입했다.
자이랩은 GSK가 51억달러에 테사로(Tesaro)를 인수하기 2년 전인 2016년에 테사로의 PARP 억제제 ‘제줄라캡슐’(Zejula, 성분명 니라파립 Niraparib)에 대한 중국 판권을 취득했다. 2019년 말 백금 기반 화학요법에 반응하는 난소암 재발 환자에 대한 유지요법으로 중국에서 허가되면서 중국 본토에서 자이랩의 첫 상용화 제품이 됐다. 올 9월에 제줄라는 또 1차 치료제로서 성인 대상 단독 유지요법제로 추가 승인을 받았다.
자이랩이 시판한 또 다른 제품은 지난 5월 중국 당국이 교모세포종(Glioblastoma Multiforme, GBM, 신경아교세포종) 치료 의료기기로 허가한 노보큐어의 두피 부착 전기장 치료기구(electric field therapy)인 ‘옵튠’(Optune)이다. 이 의료기기는 2012년 12월 3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의해 허가됐다.
일명 종양치료전기장(Tumor Treating Fields, TTFields)을 형성시켜 종양 내에서 세포 구성요소를 대전(帶電)시킨다. 저강도의 교번 전기장(alternating electric field)이 세포 구성요소에 물리력을 가해 정상적인 유사 분열을 막는 방식으로 암세포를 파괴한다.
옵튠은 현재 미국에서 22세 이상의 GBM 환자를 대상으로 처방된다. 신규 진단된 또는 이미 수술을 받은 환자는 화학요법제인 테모졸리드(temozolomide, TMZ)와 함께 병용해야 한다. 재발성 환자는 익히 화학요법제 치료를 받았고 더 이상 근로 역량이 없는 사람에 한해 처방된다.
두 제품은 2020년 상반기 자이랩에게 1920만달러의 매출을 올려줘 업계 관측통들의 예상인 1640만달러를 앞섰다. 조나단 창은 지난 8월 투자자들에게 “초기 판매량은 글로벌 신종코로나 대유행에도 불구하고 자이랩의 경험과 중국 시장에 대한 전문성을 부각시키는 긍정적인 요소로 본다”고 전파했다.
현재 자이랩의 자체 R&D는 초기 단계에 있으며, 복수의 종양에 CD47을 표적으로 하는 전임상 자산, 건선을 겨냥한 항IL-17 표적치료제 등을 비롯한 항암제 및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자이랩은 2017년 1억7300만달러 규모로 나스닥에 처음 상장했다. 지난 9월에 홍콩 증권거래소에서 7억6100만달러를 유치하면서 2차 상장에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