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산부인과학회 보조생식술 지침 수정 ‘사실혼 부부’까지 … 비혼여성 여전히 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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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예 기자
등록 2020-11-25 17:32:09
수정 2020-11-27 18:23:20

“비혼여성 인공출산 사회가 받아들이기 어려워” 보수적 입장 견지 … 공청회로 사회적 합의가 먼저

대한산부인과학회는 개정된 보존생식술 윤리지침에서도 시술 대상에서 미혼여성이 배제된 것에 대해 사회의 통념과 의사의 윤리를 반영해야 한다며 향후 공청회 등을 통해 지침 개정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픽사베이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사실혼 부부에게도 인공수정 등 보조생식술이 가능하도록 윤리지침을 개정했다고 25일 밝혔다. 하지만 여전히 미혼(비혼) 여성은 배제돼 사회적 요구에는 못 미친다는 분석이다.

산부인과학회는 25일 입장문을 통해 “임신에 대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며, 이의 확대와 관련된 사회적 논의가 시작된 것에 대해 환영한다”며 “시술 대상 환자 조건을 ‘법적인 혼인관계’에서 ‘부부(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경우를 포함한다)’로 수정한다”고 밝혔다.

기존 지침에서는 ‘정자 공여 시술은 원칙적으로 법률적 혼인관계에 있는 부부만을 대상으로 시행한다’고 돼 있었다. 기존의 지침에서는 한 발짝 나아가 대상을 확대했으나 여전히 미혼 여성은 배제돼 있어 논란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학회는 지난 24일 난임 및 인공수정 관련 내부 위원회를 열고 논의를 거쳐 보조생식술 대상자의 범위를 확대하기로 결론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부인과학회의 이번 지침 수정은 최근 일어난 미혼여성의 보조생식술 허용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 씨는 일본에서 정자은행으로부터 일본인 남성의 정자를 기증받아 아들을 출산했다는 소식을 전하며 "한국에서는 결혼한 사람만이 시험관이 가능하고 모든 게 불법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계기로 국내 ‘자발적 비혼 출산’과 관련한 논의가 뜨거워졌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한국에서 사유리처럼 비혼 상태에서 보조생식술을 활용해 임신해 출산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라고 밝혔다. 금전, 재산상의 이익 등을 조건으로 배아, 난자, 정자를 제공 또는 이용하거나 이를 유인하거나 알선해서는 안 된다는 법령을 위반하지 않는 한 미혼자의 체외수정은 불법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산부인과의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이 대상을 ‘법적 부부’로 한정하고 있어 실제로는 미혼여성이 보조생식술로 임신할 수 있는 길이 막혔다고 지적해왔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9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법적 근거도 없이 학회 지침이 미혼여성의 보조생식술을 금지하고 있다”며 “복지부는 불필요한 지침 수정을 위한 협의에 들어가 달라”고 발언했다.

학회는 입장문에서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은 법률이 규정하지 못하거나 규정하기 어려운 생식의학 분야에 대한 자율적 규제로서 보건복지부와 논의해 합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제정된다”고 밝히며 비혼 여성에 대한 보조생식술 비허용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하지만 이번 지침 개정에도 결국 미혼여성이 시술 대상에서 배제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학회는 “보조생식술은 새로운 생명의 잉태를 통해 가족의 형성내지 확대를 도우므로 의료인의 윤리적 판단뿐만 아니라 사회 윤리적 통념에 기반해 시행돼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시술 대상의 확대와 관련한 사회적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성을 느낀다”며 “지침 개정에 앞서 사회적 논의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판단해 공청회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공청회 등을 통해 여론의 합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학회는 “사회적 합의 내지는 보완 입법이 이뤄질 경우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에 이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며 “난자 및 정자 공여에 의한 시술이나 대리출산 등에 관해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의 법령 개선에 참여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학회 내부에서 여전히 매우 보수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전향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필량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24일 내부위원회에서 “해외에서 비혼여성의 출산이 가능하다고 해서 국내에서도 가능해야 한다는 접근은 곤란하다”며 “비혼 여성의 인공출산은 아직 사회가 받아들이기 어렵고, 의사나 수요자의 의도에 따라 많은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윤리지침은 가장 보수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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