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온도 상승과 북쪽 찬 공기의 충돌로 지난주 100년 내지 200년에 한번 올까말까한 집중 폭우가 내렸다. 폭우가 지나자 이번에는 폭염이다. 7월 22일 대서(大暑)를 맞아 온열질환 대처법에 대해 알아본다.
고온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체온조절 기능에 손상돼 온열질환인 열경련, 일사병, 열사병이 발생할 수 있다.
열경련은 고온에서 운동 후 땀을 많이 흘리면서 염분이 빠져나가 근육경련 등이 발생하는 것으로, 시원한 곳으로 옮기고 염분 등 전해질이 포함된 음료를 마시면 회복된다.
열실신은 더위 속에서 장시간 서 있거나 움직이다 탈수와 말초혈관 확장으로 뇌혈류가 일시적으로 감소해 일시적 실신이 발생하는 것으로, 환자를 눕히고 다리를 높게 들어 뇌혈류를 회복시키고 수분 섭취와 안정을 취하면 된다.
일사병(열탈진)은 땀을 많이 흘려 수분과 염분이 적절히 공급되지 못해 생기는 질환이다. 더운 곳에서 운동 등 신체적 활동을 열심히 했거나 장시간 햇볕에 노출되면 심박수가 빨라지고 구역, 구토, 어지러움, 두통,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무더위 속에서도 땀 안 나면 더 위험 … 고령자는 열사병에 훨씬 취약
반면 일사병보다 위험한 열사병은 체온을 조절하는 신경계가 외부의 열 자극을 견디지 못해 기능을 상실한 상태로, 지나치게 더운 장소에 오래 있는 경우 발생할 수 있다. 열사병의 주요 증상은 40도 이상의 체온, 뜨겁고 건조한 피부, 중추신경계 이상(의식 저하, 섬망, 혼수, 발작) 등이며,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기도 한다.
체온이 40도 이상 오르는데도 땀이 나지 않아 피부가 건조하고 뜨거울 때는 열사병을 의심해야 한다. 열사병은 다발성 장기손상과 기능장애 등을 유발할 수 있고 치사율도 높다. 하원선 부산 봉생기념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응급실에 입원한 온열환자를 돌보고 있다. 봉생기념병원 제공
하원선 부산 봉생기념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열사병은 체온조절 중추가 외부의 열 스트레스에 견디지 못해 기능을 잃고, 땀 흘리는 기능마저 망가져 지속해서 체온이 상승하는 것"이라며 "온열질환 중에서 가장 심각한 응급 질환으로, 적절한 조치가 없을 시 치사율이 높다”고 강조했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자, 심뇌혈관질환자, 알코올 중독자, 정신질환 약물 복용자, 만성질환자는 혈관기능 저하, 자율신경 이상, 약물 영향, 체내 수분조절 능력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발생해 열사병 발생 위험이 더 높다.
온열질환을 예방하려면 가장 더운 낮 12시부터 오후 5시 사이에는 신체 활동량 강도가 높은 작업이나 야외활동을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건설공사, 농사, 택배배달 등에 종사하는 근로자는 더욱 이를 준수해야 한다.
야외활동이 꼭 필요한 경우에는 최소 △1시간에 10분 정도는 통풍이 잘되는 그늘이나 에어컨이 작동되는 안전한 실내에서 휴식 △수시로 물과 이온음료 음용 △피부에는 물을 뿌리면서 부채나 선풍기 등으로 몸을 식히는 게 중요하다.
특히 만성질환의 80세 이상 고령층과 체온 조절 기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어린이의 경우에는 온열질환에 걸릴 위험이 크다. 질병관리청 2024년 응급실 감시체계 발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온열질환자의 30.4%가 65세 이상 노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의 경우 차에 혼자 있거나 밀폐된 공간에 오래 머물지 않도록 보호자가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또한 고령 및 만성질환자는 수분이 부족하지 않도록 실외 활동 중 수시로 물을 충분히 마셔줘야 한다.
이형석 대전을지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땀 분비량이 줄고 피부 혈류량 조절 능력도 감소해 열을 효과적으로 내보내기 어렵다”며 “이로 인해 더위에 대한 신체의 반응이 느려지고 약해져 체온 상승 시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아울러 “갈증을 잘 느끼지 못하거나 느끼더라도 수분 보충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탈수의 위험성이 높을 수 있으며, 치매나 인지기능 저하가 있을 시 더위에 대한 대처 능력 자체가 부족해 위험 상황을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덕희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일사병의 경우 시원한 장소로 이동해 수분을 섭취하면서 휴식을 취하면 대부분 호전되지만, 열사병은 치사율이 높아 온열질환 중 가장 위험하다”며 “체온이 상승하고, 의식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시원한 장소로 옮긴 후 젖은 수건이나 부채질 등을 통해 체온을 내려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휴식 후에도 체온이 비정상적으로 높고, 발작, 경련, 현기증, 메스꺼움, 근육경련, 의식소실, 혈압 저하, 빈맥 또는 서맥, 숨가쁨 또는 얕은 호흡 등의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119에 신고 또는 신속히 응급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응급실 환자가 8월에 가장 많은 건 온열질환 때문
국립중앙의료원이 집계한 2014년부터 2023년까지 최근 10년간 응급의료현황 통계 자료에 따르면 8월에 응급실을 이용하는 환자수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 응급실 이용 환자수를 월별로 확인해 본 결과 8월이 498만1807명으로 가장 많았고, 9월이 두번째로 493만5435명, 5월에는 490만9706명으로, 8월, 9월, 5월 순이었다.
김영식 분당제생병원 응급의료센터소장은 “실제 여름철에 응급의료센터로 이송되는 환자 수가 많고 특히 8월과 9월에 최고치를 기록하는데, 이는 높은 기온과 연관이 있다”며 “기온이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에는 온열질환을 비롯해 급성장염, 탈수 등 환자가 증가하고 방학 및 휴가철로 가족단위의 이동으로 교통사고, 골절 등 외상성 사고도 많다”고 말했다. 기온이 높은 여름철에는 사람들의 활동성이 증가함에 따라 발생하는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환자도 증가하기 마련이다. 여름의 역동성 이면엔 위험성도 도사리고 있음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