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피부가 점차 딱딱해지고, 손끝이 하얗거나 파랗게 변하며, 이유 없는 호흡곤란이나 소화불량이 반복된다면 ‘청소년 전신경화증(Juvenile Systemic Sclerosis, JSSc)’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김영대 인제대 일산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대한소아임상면역학회장)는 최근 ‘대한류마티스학회지(Journal of Rheumatic Diseases)’에 “청소년 전신경화증은 매우 드물지만 진행이 빠르고 장기 손상을 유발할 수 있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조기 진단과 적극적인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영대 인제대 일산백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전신경화증은 피부와 내부 장기의 섬유화가 진행되는 결체조직 질환이다. 결체조직은 다른 조직이나 기관을 연결하고 지지하는 기본 조직이다.
전신경화증은 손가락 등 피부에 부종이 생기고 주름이 사라지며, 발적·통증 등 염증 증상이 나타난다. 주요 증상으로는 △손끝 궤양 △손톱 주변 모세혈관 이상 △삼킴곤란 △속쓰림 △부정맥 △신장기능 저하 △폐 섬유화 △산소 교환능 저하 △손발저림 △관절통 및 근육염증 △자가항체 양성 등이 있다.
폐, 심장, 신장, 위장관 등 주요 장기에 영향을 미쳐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단일 증상만으로는 감별이 어렵고 성장기 아이들의 정상 발달 과정과 혼동되기 쉬워 보호자와 의료진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전신경화증은 증상이 모호해 진단이 늦어질 수 있는 병”이라며 “면역억제제나 생물학적제제를 포함한 조기 치료와 장기별 보조 치료가 병행된다면 장기 손상을 막고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치료에는 메토트렉세이트, 마이코페놀레이트 등 면역억제제뿐아니라 최근에는 다양한 생물학적제제가 활용되고 있다. 물리치료 및 호흡기·심장 기능을 보조하는 약물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청소년 전신경화증은 흔치 않은 희귀질환으로, 일반인은 물론 의료진에게도 생소할 수 있다. 대부분 10세 전후에 발병하며, 초기 증상은 일상생활 속에서도 포착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전신경화증은 추위나 스트레스에 노출되었을 때 손가락 끝이 창백해졌다가 파랗게 변하는 레이노현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이밖에 아이가 손가락을 잘 펴지 못하거나, 평소와 달리 숨이 차거나 위장 문제를 자주 호소한다면 단순 질병으로 간과하지 말고 소아 류마티스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