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이 발생하면 진화 과정뿐 아니라 진화 과정 후에도 발생한 잔류 유해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은 심각하다.
함승헌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산불 진화에 참여한 소방관,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의용소방대, 군인, 자원봉사자. 인근 주민들은 유해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커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산불은 기후 변화와 인간의 활동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은 산불의 확산을 가속화하며, 신속한 진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피해는 커진다. 산불 진화 작업은 대개 소방관과 특수진화대의 협력으로 이뤄진다.
진화 작업 중 다양한 유기물이 연소돼 발생하는 오염물질이 소방 인력에 직접 노출될 수 있다. 오염물질로는 초미세먼지(PM2.5), 미세먼지(PM10), 일산화탄소(CO), 이산화질소(NO₂),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 복합적인 대기오염 물질이다.
문제는 산불 진화가 완료된 후에도 남는다.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대기 중에 남아 있으며 이는 인근 지역 주민들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특히 초미세먼지(PM2.5)는 폐포를 통과해 혈액에 직접 침투할 수 있어 호흡기질환뿐만 아니라 심혈관계질환, 신경계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는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미세먼지의 농도가 높아지면 호흡기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더욱 심각한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
함승헌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함 교수는 “산불 진화에 나서 인력이 유해물질에 최소한으로 노출되고, 진화 후에도 지속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주민, 자원봉사자, 군인, 화재조사관, 손해사정사들도 마을 인근의 산불이 진화된 잔해를 정리하거나 조사를 할 때 적절한 개인보호구를 착용해야 한다.
개인보호구로는 방진과 방독이 동시에 가능한 마스크, 인증된 보호복, 일반 작업 장갑이 아닌 보호용 장갑 등이 있다. 진화에 참여한 사람들 대부분은 KF마스크 착용 정도로 대처하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미국의 경우 화재 후 집에 돌아갈 때 주민들에게 가이드라인을 배포해 교육하고 있다.
함 교수는 “산불 진화 후 발생하는 유해물질의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건강을 넘어 사회 전체의 건강과 안전에 영향을 미친다”며 “정부와 관련 기관은 산불 진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에 대한 연구와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불 진화에 참여하는 사람과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불이 다른 화재와 혼합돼 발생할 경우 진화 작업의 난이도는 더욱 높아진다. 예컨대 산불이 인근에 주차된 전기자동차에 옮겨 붙었다면 전기배터리가 연소돼 더욱 심각한 유해물질이 발생할 수 있으며 진화 작업에 참여하는 인력에게 추가적인 위험 요소가 된다. 따라서 전기차의 안전성에 대한 연구를 심화하고, 산불 진화 시 전기차의 위험을 인지하고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