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정맥류는 혈액순환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정맥 내 판막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혈액이 원활히 흐르지 못하고 역류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혈관이 확장되고 돌출된다. 주로 오래 서 있거나 앉아 있는 직업군에서 발생하며, 가족력이나 비만, 운동 부족도 요인으로 작용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0년 하지정맥류로 진료를 받은 21만여 명의 환자 가운데 여성이 14만5000여명으로 약 69%에 달했다. 겨울의 기운이 걷히고, 화사한 봄이 다가오면 많은 여성들이 원피스나 투피스로 종아리의 각선미를 드러내고 싶지만 하지정맥류가 생긴 여성들은 그렇지 못해 고민이 자못 깊다.
하지정맥류는 사실 질환의 이름이 아니다. 정확한 질환명은 ‘만성정맥부전’(Chronic Venous Insufficiency)으로, 하지정맥류는 정맥부전의 대표적인 증상 중 하나이다.
하지정맥류는 하지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면서 다리의 부종, 경련, 둔중감, 가려움, 쥐남, 통증, 염증, 작열감 등이 일어난다. ‘쥐가 났다’라고 표현하는 국소성 근육경련이 수면 중 다리에 발생하는 경우, 오래 서 있는데 종아리가 터질 것 같은 불편감, 다리 부위가 아침에는 멀쩡하지만 저녁에는 힘든 경우 등이 하지정맥류를 설명하는 대표적 증상이다.
박상우 건국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하지정맥류를 방치하면 혈관이 튀어나오고, 피부색이 변하거나 궤양이 생기는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박상우 건국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하지정맥류는 진행성 질환이므로 조기에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리 부종과 피로감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피로로 넘기지 말고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정맥부전은 단순히 다리에 튀어나온 혈관만으로 진단되지 않는다. 초음파검사를 통해 혈액의 역류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진단을 위헤ㅐ 초음파 프로브(probe)를 피부에 대고 역류가 있는지 소리를 녹음한다. 초음파검사 소리가 개 짖는 소리처럼 들리면 정상, 늑대울음 소리로 들리면 비정상이다. 개 짓는 소리는 하지정맥의 판막이 0.5초 이내에 닫히는 것을 의미하며, 늑대울음 소리는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혈액 역류의 소리가 0.5초 이상으로 길게 들리는 것을 비유하는 표현이다.
치료법으로는 허벅지 또는 종아리 뒷쪽 부위 정맥을 치료하게 된다. 하지정맥류에 대한 흔한 오해로 ‘하지정맥류는 종아리에 있는데, 치료는 왜 허벅지에 있는 정맥에 하느냐’가 있다. 정맥류는 종아리 부위에 생기지만 원인은 허벅지 쪽에 있는 정맥으로부터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원인 제거를 위해 허벅지 부위 정맥을 더 집중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치료법으로는 외과적 수술, 고주파 치료, 레이저 치료, 접착제 치료, 기계화학폐쇄술(경화제주입술) 등이 있다. 박 교수는 “역류가 일어난 하지의 복재정맥을 제거하는 절제(발거) 수술은 일상으로의 회복이 더디고 흉터가 남을 수 있지만 고주파, 접착제, 기계화학폐쇄술을 활용한 치료는 환자의 일상 회복이 빠른 게 장점”이라며 “환자의 특성에 맞춰 적절한 치료법을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고주파 치료 vs 접착제 치료 vs 기계화학폐쇄술
고주파 치료의 경우 열을 이용한 시술로써 열을 가하는 주변 조직이나 신경에 손상 가능성이 있다. 또 혈관을 따라 팽창마취를 해야 하는데 마취를 위해 15회 이상 주삿바늘로 찔러야 해 아픔을 호소하기 쉽다. 마취 적용 강도에 따라 인근 신경이 자극받아 찌릿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시술 후에는 압박스타킹을 2주가량 착용해야 한다.
고주파는 레이저에 비해 통증, 멍이 적고 회복 속도가 빠르지만 열 손상에 의해 신경, 연부조직, 심부정맥 등이 파괴될 수 있다. 상당한 통증도 동반되고 큰 혈관의 폐쇄에 부적합하다. 다만 레이저보다는 열 손상, 통증이 덜하다. 레이저는 큰 정맥의 폐쇄, 짧은 혈관의 정밀한 폐쇄에 고주파보다 유리하다.
접착제(상품명 베나실) 치료는 팽창마취와 압박스타킹을 착용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시술 후 접착제에 의한 알레르기반응이 발생할 수 있다. 시술한 부위가 가렵거나 붉게 일어날 수 있는데 이 경우 약을 통해 증상을 완화시킨다. 접착제 치료의 경우도 종아리의 튀어나온 부분을 제거하기 위해 경화제라는 약물을 사용하게 되면 압박스타킹을 착용해야 한다.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은 “순간접착제를 주사하는 하지정맥류 치료법은 체내에 영구적으로 이물질이 남게 돼 면역거부반응에 의한 심부정맥혈전증, 정맥염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어 재고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계화학폐쇄술은 시술시간이 가장 짧고 효과도 가장 빠른 게 장점이다. 경화제를 사용하면 혈관을 폐쇄하는 데 접착제 치료처럼 팽창마취할 필요는 없으나 고주파 치료처럼 압박스타킹을 착용해야 한다.
스타킹의 길이가 증상 개선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으므로, 착용이 용이하고 피부 과민반응이 적은 무릎 아래 길이의 스타킹이 권장된다. 수술 후 압박스타킹 착용은 수면 시를 제외한 일상생활 시간에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게 권고된다. 스타킹 탄력이 저하되므로 6개월마다 교체하는 게 좋다.
예방을 위해서는 꾸준한 운동과 적절한 생활 습관이 필수적이다. 오랜 시간 같은 자세를 유지하는 경우 30분마다 스트레칭을 하거나 발목을 움직여 혈액순환을 돕는 것이 좋다. 수면 시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올려주는 습관을 들이면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