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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전증은 ‘정신병’ ‘난치병’이란 편견 버려야 … 70~80%는 약물로 치료 가능
  • 정종호 기자
  • 등록 2025-03-25 04: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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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년 투여 후 발작 완화되면 약물 중단 … 너무 어리거나(2세 이하) 너무 늦게(10세 초과) 발병하면 중단 시 재발 쉬워
  • 약물로 해결 안되면 절제술 또는 미주신경·뇌심부자극술 시행 … 케톤생성 식이요법도 도움

매년 3월 26일은 뇌전증 인식 개선의 날인 ‘퍼플데이(Purple Day)’다. 2008년 뇌전증을 앓던 캐나다 소녀가 뇌전증의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환우 간 유대 강화를 위해 보라색 옷을 입자고 제안한 것에서 시작됐다.

   

한편 국제뇌전증협회(IBE)와 국제뇌전증퇴치연맹(ILAE)은 2015년부터 매년 2월 둘째 주 월요일을 ‘세계 뇌전증의 날’로 제정해 기념하고 있다.

   

뇌는 뇌내 신경세포들끼리 전기적 신호를 주고받으며 인체활동을 제어한다. 여러 원인에 의해 뇌 조직이 과다한 전기를 방출하면 발작이 일어나게 된다. 뇌전증(腦電症, epilepsy)은 뇌신경세포가 일시적으로 과도한 흥분상태가 되면서 발작이 일어나면서 뇌기능 마비를 불러오는 만성적인 신경질환이다. 

   

발작이 특별한 유발 요인 없이 최소 24시간 이상의 간격을 두고 2회 이상 불규칙하고 반복적으로 발생한 경우에 뇌전증으로 진단된다. 또는 발작이 1회만 있다고 하더라도 발작이 재발할 확률이 60% 이상 높을 것으로 예상될 때, 또는 ‘뇌전증증후군’으로 진단될 수 있는 발작이 있을 때 뇌전증으로 진단한다. 뇌 속 신경세포는 서로 연결돼 미세한 전기적 신호로 정보를 주고받는데 비정상적인 뇌파가 뇌전증을 유발한다.

   

뇌전증은 그동안 ‘미친병’, ‘지랄병’이라는 의미의 간질(癎疾)이나 전간증(癲癎症) 등 사회적 편견이 있는 질환으로 불리다 2014년 법령 용어가 뇌전증으로 바뀌었다. 

 

뇌전증은 전체 인구의 0.5~1%에서 나타날 만큼 비교적 흔한 신경계 질환이다. 소아청소년기와 노년기에서 발생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15만933명이 뇌전증으로 병원을 찾았고, 이 중 20세 미만 소아 뇌전증 환자는 3만703명으로 20.3%를 차지한다. 주로 소아기에 발생하지만 인구 고령화로 노년층 환자도 늘고 있다.

   

영·유아기에는 △선천성 기형 △유전적 요인 △주산기 뇌손상 △감염(중추신경계)과 열성경련 △뇌종양 등이 주된 발병 인자다. 청장년기와 노년기에는 △외상 △뇌졸중 △뇌종양 등이다.

   

뇌전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발작이다. 손발 떨림, 언어장애 등이 함께 나타날 수 있으며, 의식이 불분명해져 스스로 발작을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발작의 형태는 다양한데 가장 심하게 나타나는 대발작의 경우 정신을 잃고 쓰러지면서 전신이 뻣뻣해지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입술과 몸에 청색증이 나타나고 입안에 다량의 침이나 구토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른 바 ‘거품을 무는’ 증상이 대발작의 극단적인 형태다. 

   

소발작은 5~10초 이내로 짧은 의식 손상과 함께 행동을 멈추고 멍한 상태를 유지하거나, 눈이나 얼굴 등이 떨릴 수 있으며 증상이 멈추면 바로 원래 상태로 돌아가게 된다.

   

부분발작은 대뇌 피질 일부분에서 신경세포의 과흥분으로 인해 유발되는 발작이다. 뇌의 전기활동 이상으로 잠깐 뇌기능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소발작과 다른 개념이다. 성인에서는 국소발작(부분발작 포함)이 더 흔하다. 부분 발작은 한쪽 팔다리에 힘이 들어가거나 이상 감각이 나타나고 한쪽 얼굴만 씰룩이며 멍한 표정으로 고개와 눈이 한쪽으로 돌아가면서 입맛을 다시거나 손을 만지작거리는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인다.

   

국소발작과 상대적인 개념으로 전신발작이 있다. 전신발작에는 정신을 잃고 전신이 뻣뻣해지면서 눈동자와 고개가 한쪽으로 돌아가는 ‘전신강직간대발작’, 아무런 경고나 전조 증상 없이 하던 행동을 멈추고 멍하니 바라보거나 고개를 떨어뜨리는 ‘결신발작’, 갑자기 전격적 또는 순간적으로 전신이나 사지, 몸통 일부에 강한 경련이 일어나는 ‘근간대발작’ 등이 있다. 

   

황경진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일회성의 짧은 발작은 대부분 수분 내에 자연적으로 회복하며 뇌손상을 일으키지 않지만, 일부에서는 잠들거나 일시적인 혼란 상태를 보이기도 한다”며 “대부분의 발작은 오래 지속되지 않지만, 성인은 5분 이상, 어린이는 3분 이상 지속된다면 병원으로 빨리 이동하는 게 좋다”것이 좋다”고 말했다.

   

발작은 그 자체로 다양한 신체적 또는 정신사회적 문제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에 그치지 않고 신체적 손상, 교통사고, 이차적 뇌손상이 발생할 수 있고, 사회생활 위축을 초래할 수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뇌전증 발작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발작의 원인을 알아내는 것이다. 치료 가능한 원인이 있다면 원인을 해결해야 발작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과거에는 원인을 찾지 못하거나 원인에 따른 치료법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지만, 유전자검사의 발전으로 원인을 확인하고 그에 따른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뇌전증 진단에는 병력 청취가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스스로 발작 상황을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어 주변인의 진술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뇌파검사와 뇌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뇌파검사는 두피에 전극을 부착하고 뇌의 미세한 전기 활동을 증폭해 기록하는 것으로 시간이나 상황마다 변하는 뇌기능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이는 뇌전증 종류를 구분해 약물 선정에 도움을 준다.

   

뇌전증의 치료는 약물치료와 수술치료로 나뉜다. 뇌전증 발작이 특별한 유발 요인 없이 2회 이상 나타나는 경우 약물치료를 시작한다. 뇌전증 발작을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약제는 항경련제다. 뇌전증 환자의 약 70~80%는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단 뇌전증 발작의 종류와 뇌전증증후군 여부에 따라 사용하는 약물은 조금씩 다를 수 있다. 최근 약리기전을 달리하는 뇌전증 신약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20가지가 넘는, 다양한 기전의 항뇌전증 약물이 투여되고 있다.

   

보통 초기 치료는 한 가지 항경련제로 시작한다. 뇌전증의 세부 진단에 따라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약제를 선택한다. 소량으로 시작해 점차 증량하며 치료반응에 따라 적절한 복용량을 결정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약물치료를 시작하면 항경련제를 2~3년 이상 복용한다.

   

최근 개발된 항경련제는 대뇌에 미치는 부작용이 적어 비교적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지만, 일부 체질적으로 민감한 환자에서는 장기간 투여할 때 인지기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투약 전후 환자의 인지기능과 대뇌활동의 저하가 있는지 면밀히 살피고 이런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약제를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항발작 약물치료를 받는 환자의 70~80%는 발작이 없이 지내며, 약물을 중단할 수 있다. 그러나 나머지 20~30%는 평생 뇌전증이 지속되는 난치성이다. 

   

소아 뇌전증에서 약물 중단은 발작 시작 나이, 뇌전증의 종류, 또는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항발작약물을 중단하기 전 발작 완화 상태가 길수록 재발의 위험성이 적다고 알려져 있다. 중단 시 발작의 재발 위험이 큰 경우는 발병 나이가 아주 어리거나 또는 오히려 많을 때(2세 미만 또는 10세 초과), 뇌파에서 뇌전증 모양방전이 지속될 때, 발달장애 또는 신경학적 이상 소견이 있을 때, 항발작 약물의 중단 실패의 기왕력이 있을 때, 청소년근간대뇌전증·레녹스-가스토증후군 등과 같은 뇌전증증후군을 갖고 있을 때, 여러 가지 발작 유형을 복합적으로 갖고 있을 때 등이다. 재발 위험이 높은 경우에 해당하면 상당 기간 발작이 없는 상태를 유지하더라도 약물 중단은 신중히 결정한다.

   

윤송이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뇌전증의 기본적인 치료방법은 약물치료로 환자의 약 60~70%는 약으로 증상조절이 가능하며 통상 2~3년간 추가적인 발작이 없는 완화 상태가 유지될 때 중단을 고려할 수 있다”며 “약물은 급격히 중단할 때 재발의 위험이 있어 3~6개월 이상 경과를 보면서 서서히 감량하여 중단한다”고 설명했다. 약물치료를 중단한 환자의 약 20%에서 재발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전문의와의 긴밀하게 상담해야 한다.

   

난치성 뇌전증 환자는 수술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두개강 내 전극을 이용하는 등 추가적으로 충분한 검사를 통해 예상되는 수술 결과와 수술로 발생할 수 있는 신경 증상이나 합병증에 대한 면밀한 검토 후 수술 여부와 수술 방법을 결정한다. 그러나 모든 뇌전증 환자가 수술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수술이 어렵거나 불가능한 부위에 해당하거나, 수술 후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된 경우에는 수술을 진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

   

수술은 문제가 되는 뇌의 특정영역을 절제하는 게 기본이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절제술이 불가하다면, 미주신경자극술(vagus nerve stimulation, VNS), 뇌심부자극술(deep brain stimulation, DBS), 반응성뇌자극술(responsive neurostimulation, RNS) 등을 시행한다.

   

미주신경자극술은 목에 위치한 미주신경에 미세한 전기자극을 주면서 뇌에 신호를 보내 발작 횟수와 강도를 줄이는 치료다. 수술보다 효과는 적지만 최소 침습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비교적 시술에 대한 부담감과 부작용이 적은 게 장점이다. 이밖에 케톤생성 식이요법이 증상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뇌심부자극술은 뇌전증의 원인이 되는 뇌 깊은 곳에 전극을 삽입해 전기자극을 가하는 치료다. 뇌조율기라 불리는 이식형 맥박 발생기가 전극에 연결돼 뇌 기능을 조절한다. 뇌전증뿐만 아니라 파킨슨병, 본태성 진전, 근긴장이상증, 수전증, 난치성 통증 등에도 널리 적용되고 있다. 

   황경진 경희대병원 신경과 교수(오른쪽), 윤송이 강동경희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황경진 교수는 “뇌전증 환자를 향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자는 인식개선 활동으로 병명도 과거 간질에서 뇌전증으로 정식 용어가 변경되었지만, 사회적 편견으로 환자나 가족이 겪는 고통은 여전하다”며 “원인이 후천적이든, 선천적이든 신경학적 질환 중 하나로 스스로 탓하거나 좌절할 필요가 없는 질환”이라고 말했다. 

   

윤송이 교수는 “뇌전증 환자의 발작이 잘 조절되는 경우에는 일상생활에서 다른 일반인들과 차이가 없다”며 “뇌전증 발작은 신경세포의 일시적이고 불규칙적인 이상흥분현상으로 발생하는데 이러한 현상을 억누르는 약물을 쓰거나 병소를 제거하면 대부분 조절이 가능하고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뇌전증 환자에겐 정확한 진단과 치료는 물론 철저한 생활관리도 중요하다. 음주와 불규칙한 수면은 경련 발작을 일으킬 수도 있다. 단기간에 심박수를 올릴 수 있는 과격한 운동은 위험한 상황을 일으킬 수 있어 피하는 게 좋다.    

   

뇌전증 환자 생활수칙

   

1. 환자의 보호자는 발작에 대한 응급 대처법을 숙지해야 한다.

발작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환자의 몸이나 고개를 옆으로 돌려서 호흡을 안정시킨다. 혀를 깨물고 있다면 손수건이나 손을 입에 물려 손상을 방지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그대로 둔다. 수분 이내에 발작이 멈추지 않는다면 119 신고로 빨리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2. 수영‧등산‧자전거 등 사고 위험이 큰 상황은 피하는 것이 좋다.

뇌전증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손상을 입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 정도는 대부분 경미하다. 그러나 익사와 같은 사고사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뇌전증과 관련된 손상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수영은 혼자 하지 않게 하고 등산과 같이 높은 곳에 오르거나 교통사고의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자전거 타기 및 기계를 이용한 작업은 피해야 한다.

   

3. 규칙적인 수면이 중요하다. 불규칙한 수면 습관은 발작을 유발할 수 있다.

   

4. 학습, 운동(사고 위험이 큰 운동 제외), 단체생활 등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

적절한 운동은 발작을 줄이고 뇌파를 호전시킨다는 보고가 있다. 다만 증상이 발생했을 경우 대처할 방안을 마련해 놓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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