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시대에 접어들며 저속노화, 웰니스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관리를 위해 새해에 다이어트를 계획하거나 관련 약 구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독감 등이 유행하면서 감기약을 복용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다이어트 약이나 감기약 성분 중 일부가 안압을 상승시킬 수 있어 녹내장 환자라면 복용 전 약 성분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녹내장을 앓고 있지 않더라도 안압 상승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녹내장은 안압 상승 등 여러 원인으로 인해 시신경이 손상되면서 점차 시야가 좁아지고 결국 실명에까지 이를 수 있는 질환이다. 눈 내부에는 눈의 압력을 일정하게 유지해 주는 액체인 방수가 있다. 방수가 과도하게 생성되거나 방출되는 통로가 막히면 안압이 상승하게 되고 시신경을 압박하거나 시신경으로 향하는 혈류 공급에 장애가 생기면서 녹내장이 발생하게 된다. 초기에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고 30% 이상 시신경이 손상된 후에야 눈 주변부부터 시야가 좁아지는 등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며, 한번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안압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일부 다이어트약, 감기약, ADHD 치료제는 안압을 올려 녹내장을 초래할 수 있다. 김안과병원 제공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약이라도 성분에 따라 안압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어 안압관리가 중요한 녹내장 환자라면 복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안압을 높일 수 있는 약으로는 대표적으로 △토피라메이트 성분이 들어간 다이어트약 △메틸페니데이트 성분이 들어간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약 △항히스타민제 등이 들어간 감기약 스테로이드제 등이 있다.
토피라메이트 성분의 경우 항경련제(뇌전증 치료제) 일종으로 우리 눈의 안쪽 구조물인 섬모체 부종을 유발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방수가 지나가는 통로가 좁아지며 방수가 빠져나가는 것을 방해해 안압이 상승할 수 있는데, 이때 근시가 심해져 눈에 초점이 맞지 않는 등 폐쇄각녹내장 증상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대부분 복용을 중단하면 원래대로 회복되지만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안과 방문 시 복용 중인 약과 증상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코감기 알레르기 등에 쓰는 항히스타민제는 동공을 확장시키며. 안압을 상승시킬 가능성이 있다. 최근 집중력에 좋다는 이유로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도 복용하는 ADHD 약물인 메틸페니데이트는 교감신경 흥분제로서 교감신경의 알파수용체, 베타수용체에 모두 작용해 활성화시킨다. 그 중 B2 수용체에 영향을 미쳐 안압을 올리게 된다. 눈 섬모체의 베타수용체에 노르아드레날린이 증가하면서 섬모체혈관이 확장하고 눈의 방수가 증가하는 기전이다.
이런 맥락에서 인데놀 등 베타차단제 계열의 고혈압약은 안압을 낮추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메틸페이데이트는 심장을 쓸데 없이 뛰게 하므로, ADHD 환자가 아니라면 무분별하게 복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고, 만약 방수가 지나가는 길인 전방각이 좁은 경우라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정종진 김안과병원 녹내장센터 정종진 전문의는 “실제로 다이어트약 복용 후 안압이 상승된 상태로 병원에 내원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폐쇄각 녹내장과 증상이 비슷해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어려울 수 있다”며 “원인이 되는 약물 복용을 중단하면 대부분 회복되는데, 급성폐쇄각 발작으로 오인하여 레이저 치료를 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내원 시 안과전문의에게 안질환 관련 약뿐만 아니라 현재 복용 중인 약에 대한 정보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