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3 비상계엄 포고령 발표로 촉발된 대통령 탄핵, 작년 12월 29일 제주항공 여객기 무안공항 대참사, 지난 15일 헌정 사상 초유희 현직 대통령 체포 등으로 극심한 정치 혼란과 경제 불안정이 빚어지고 있다.
한창수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한창수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계엄과 탄핵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으로 사회적, 심리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며 “국민들의 스트레스와 정신적 고통이 급증할수록 심각한 사회적 불안과 ‘집단공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정치적·심리적 불안정성이 지속되면서 국민들은 불안, 분노, 무기력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겪고 정신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갈등이 심화되면 사람들 사이의 신뢰가 떨어지면서 감정적 불편감과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게 된다. 정치적 양극화는 계층 간 갈등을 심화시키고 정치적 견해 차이가 극단적으로 나뉘면서 나와 의견이 다른 타인에 대한 불신과 멸시, 증오를 증폭시킨다.
한 교수는 “정치적 갈등은 단순한 이념 차이를 넘어 사람들 간의 심리적 거리감을 벌어지게 하고 사회적 통합을 어렵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런 와중에 경제적 어려움마저 심화되면서 사회 전반에 걸쳐 불안과 울분이 증폭되고 있다.
한 교수는 현 상황이 국민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수준을 넘어 ‘집단공황’과 같은 사회적 불안으로 확산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집단공황은 사람들이 공동체의 안정성을 상실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극단적인 수준으로 확산하는 현상이다. 지속적인 사회적 불안과 혼란은 대규모 불안반응을 촉발하고 사회적, 집단적 차원의 분노발작 같은 심리적 위기로 확대될 수 있다.
한 교수는 “정치적 불안과 사회·경제적 위기가 동시에 발생하면 국민들의 정신적 회복력이 크게 떨어지고 트라우마로 발전할 수 있다”며 “사회적 분열과 신뢰 상실이 가속화되고 극단적 사회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경제적 불안정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지속적인 긴장 상태를 만들어 불안과 우울을 유발한다. 실직, 부채, 생활고 등 실질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정신적 스트레스를 안겨준다.
한 교수는 “장기적인 스트레스는 급성 불안장애나 우울증, 심지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발전할 수 있다”며 “감정을 억누르거나 무시하는 것보다는 인정하고 건강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게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스트레스 반응은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적절하게 처리하는 것”이라며 “감정을 이해하고 적절히 대처하고, 무엇보다도 나와 타인의 의견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도한 뉴스 시청, 오히려 해로울 수 있어
사회가 불안할 때 뉴스 시청은 중요한 정보 습득 수단이지만, 전문가들은 계속 뉴스나 TV를 보는 게 항상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과도한 뉴스 시청은 자율신경계를 자극해 불안과 긴장감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특히 밤에 뉴스를 시청하면 자율신경계가 계속 흥분 상태에 놓여 뇌의 과도한 각성을 초래하고, 수면을 방해하며,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스트레스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가 증가할 수 있다.
한 교수는 “뉴스를 확인하는 게 필요하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대화와 취미활동, 일상의 루틴을 통해 마음의 안정성을 유지하도록 하라”고 조언했다.
사회적 공감과 통합을 위한 정신건강 회복
사회적 회복력은 공동체의 공감과 사회적 지지 체계에서 비롯된다. 이를 통해 국민들은 정신적 안정을 되찾고 사회적 통합을 이루게 된다. 그러나 정신건강은 단기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국민들의 정신적 고통을 예방하고 위기 상황에서 회복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국가 차원의 통합적인 정신건강 관리 시스템 구축은 시급한 과제다.
한 교수는 “정신건강 관리가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라며,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통해 국민들이 필요할 때 적절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