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첫눈이 내려 무려 21cm의 적설량을 보였다. 첫눈으로는, 또 11월에 내린 눈으로는 117년 만의 최대 폭설이라고 한다. 갑작스러운 폭설과 한파로 빙판길 낙상 사고 급증이 우려되고 있다. 노년층은 골밀도가 낮고 뼈의 강도가 약해 가벼운 낙상에도 골절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골다공증은 뼈가 약해지는 질환으로, 증상이 없어 ‘소리 없는 도둑’이라고 불린다. 나이가 들수록 뼈의 양이 감소하며 골다공증 발병 위험이 커진다. 특히 폐경 이후 여성에서 호르몬 감소로 인해 골밀도가 급격히 떨어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골다공증 진료인원은 2020년 105만4892명에서 2023년 127만6222명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성별 요양급여비용총액을 비교하면 여성이 94.6%(남성 5.3%)를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많다.
대한골대사학회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함께 한국인의 골다공증 및 골다공증 골절의 발생 및 관리양상에 대해 분석한 ‘골다공증 및 골다공증 골절 fact sheet 2023’에 따르면, 50세 이상 성인의 골다공증 골절의 발생 건수가 2012년 약 32만3800명에서 2022년 기준으로 약 43만4500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50~60대에는 손목 및 발목 골절이 주로 발생하고, 연령이 증가할수록 고관절 및 척추 골절 발생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다공증 환자들은 겨울철에 골절상을 많이 입게 된다. 미끄러운 빙판길이 중요 위협 요인이 되며, 겨울에는 두꺼운 외투나 여러 겹으로 껴입은 옷 때문에 다른 계절보다 민첩성이 떨어지고 추위로 근육이나 관절이 경직돼 사고 발생 확률이 높아진다. 넘어지면서 손목이나 발목을 다치는 것은 물론 심한 경우에는 고관절이나 척추에도 손상을 입게 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조심해야 할 부위가 바로 엉덩이뼈, ‘고관절’이다.
고관절 골절은 흔히 허벅지와 골반을 잇는 부위가 부러지는 것을 말하는데 고관절이 골절되면 체중을 견딜 수 없어져 극심한 통증이 발생하며 거동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렇기 때문에 수개월 동안 침상 생활이 불가피한데, 이로 인해 폐렴, 욕창, 혈전 등 2차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커진다. 고관절 골절 수술환자의 1년 내 사망률은 14.7%, 2년 내 사망률은 24.3%로 분석되고 있다. 고관절 골절은 적절히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1년 내에 25%, 2년 내 사망률은 70%에 달할 정도로 높다.
김상민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
김상민 고려대 구로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고관절 골절은 한번 발생하면 여성 기준으로 2명 중 1명꼴로 기동 능력과 독립성의 회복이 불가능하며, 4명 중 1명이 장기간 요양기관 또는 집에서 보호가 필요할 정도로 심각하게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고관절 골절 치료의 기본은 수술
고관절 골절의 경우 대부분 수술로 치료해야 한다. 고관절의 전자간부(대퇴골의 중간 이하) 부위에 골절이 발생하면 금속정으로 뼈를 고정시킨 후 안정을 취하는 치료가 진행된다.
반면 대퇴골 상단부인 대퇴경부에 골절이 발생하면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수술이 필요하다. 뼈가 약해져 나사로 골절고정이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혈관 손상이 동반돼 골유합이 되지 않거나 골두에 혈류 공급이 끊겨 무혈성괴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고관절은 무릎에 이어 신체에서 가장 흔히 인공관절 수술을 시행하는 부위다. 고관절을 이루는 두 부분인 비구부(골반뼈)와 대퇴골두 부분, 손상된 물렁뼈를 제거하고 대신에 인공뼈로 대치해 주고 연결 부위에는 특수한 플라스틱 또는 세라믹으로 끼워주는 수술을 의미한다.
김 교수는 “인공고관절 수술은 과거와 달리 수술 절개 부위도 10~15cm 정도로 작아졌고, 인공관절면의 소재도 내구성이 크게 개선됐으며, 근육 손상을 줄이고 회복도 빠른 수술 접근법이 개발되면서 고령 환자들의 부담도 줄었다”며 “수술 1~2일 후부터 발을 딛는 힘이 생겨 보행이 가능해지므로 수술 후 환자들의 회복율도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술 후 한 달 정도 되면 독립보행으로 30분 이상 평지 보행이 가능하고 3개월이면 웬만한 일상생활은 모두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골절 및 골다공증 예방과 관리
첫째, 골절을 피하기 위해서는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겨울철 얼어붙은 빙판길을 걸을 때는 평소보다 걸음 속도와 폭을 10%이상 줄이는 게 안전하다. 주머니 속에 손을 넣고 걸으면 균형을 쉽게 잃어 낙상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주의하고, 지팡이나 보조기구 같은 것을 활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둘째, 평소에 꾸준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한다. 뼈의 강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걷기와 근력운동으로 뼈에 자극을 지속적으로 주는 것이 좋다. 스트레칭으로 유연성을 기르고 균형감각을 유지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겨울철에는 실내에서 가벼운 스트레칭 위주로 운동해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관절에 충분한 영양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해주며 근육과 인대에 활력을 되찾아주는 게 좋다.
셋째, 골 생성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칼슘이 많이 함유된 우유, 치즈 등을 포함한 유제품, 등푸른생선, 콩, 두부, 다시마, 멸치, 건새우 등을 다양하게 섭취한다. 비타민D는 체내 칼슘의 흡수율을 높이고, 칼슘의 뼈내 저장 유지에 중요하다. 하루 30분 이상 적절한 햇빛에 노출되도록 한다. 커피, 담배, 술 등은 뼈에서 칼슘을 빠져나가게 하므로 줄이는 게 좋다.
넷째, 나이가 들면서 뼈가 약해지는 것을 운동과 영양만으로는 막기에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전문가와 상담 후 적절한 골밀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의학적 관리 및 약물치료를 받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