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뇌졸중학회는 10월 29일 ‘세계 뇌졸중의 날’을 맞아, 평소 뇌졸중의 위험인자를 관리하고 뇌졸중 증상을 인지함으로써 뇌졸중을 예방하고 ‘골든타임’ 안에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뇌졸중은 갑자기 뇌혈관이 터지거나 막혀 발생하는 뇌혈관질환으로 필수중증응급질환이다.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은 전 뇌졸중의 80%, 뇌혈관이 터지면 뇌출혈은 20%를 차지한다.
뇌졸중은 국내 사망원인 4위인 질환이며, 성인 장애 원인의 1위 질환으로 연간 11~15만명의 새로운 뇌졸중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2만4194명이 뇌졸중으로 사망했다. 시간당 2~3명이 뇌졸중으로 사망하는 셈이다(2023년 기준 2.76명).
초고령사회를 목전에 둔 우리나라의 경우 뇌졸중 환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19년 61만3824명이었던 뇌졸중 환자 수는 2023년 65만3409명으로 6.4% 증가했다. 2019년 대비 80세 이상이 남성은 5만5857에서 2023년 7만2927명으로 30% 늘었으며, 여성은 8만6502명에서 10만2999명으로 19% 증가했다.
뇌졸중 증상과 초급성기 치료를 기억하여 치료의 골든타임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
뇌졸중 예방과 치료를 위해 실천해야 할 첫 번째는 뇌졸중 예방을 위한 위험인자 조절이다. 뇌졸중의 대표적인 위험인자로는 나이,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방세동과 같은 심장질환, 흡연, 음주 등이 있다.
고혈압은 뇌졸중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이며, 혈압 관리가 안될 경우 뇌졸중 위험을 2~4배 이상 높일 수 있다. 정상혈압으로 조절할 경우 뇌졸중 발생 위험도 약 40%을 낮출 수 있다. 당뇨병 역시 뇌졸중 위험을 2배 높일 수 있으나 당화혈색소를 1% 낮추면 뇌졸중 발생 위험을 12% 감소시킬 수 있다. 고지혈증 또한 동맥경화의 주원인이 되기도 하며, 뇌경색의 주된 위험인자이기도 하다. 다행히도 고지혈증 관리를 적극적으로 할 경우 뇌경색 발생 위험을 30-40% 감소시킬 수 있다.
뇌경색의 중요한 위험인자인 심방세동은 적절하게 항응고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뇌경색 발생 위험이 5배 이상 커지는 주요 위험인자이다. 심방세동은 50세 미만에서는 0.5% 미만의 비율로 발병하지만 80세 이상이 되면 발병 비율이 10%에 이르며 심장병이 있는 경우 더욱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 금연과 금주도 뇌졸중 예방을 위해 필수이다. 뇌졸중의 위험인자 중 나이 외 위험인자는 주기적인 진단을 받고 적절하게 치료와 관리를 한다면 뇌졸중 발생 위험을 90%까지 낮출 수 있다.
두 번째는 나트륨 (소금) 섭취를 줄이고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이다. 나트륨을 과잉 섭취하면 혈액 내 수분량이 증가하게 되고 혈압이 상승하여 전신 혈관에 이상을 초래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 (WHO)의 하루 나트륨 권장량은 2000mg(소금 5g)이지만 우리나라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3600~4,000mg (소금 9~10g) 정도로 권장량의 두배 정도 많다. 평소 나트륨 섭취를 조절하기 위해 소금 대신 식초, 레몬, 참기름 등으로 신맛, 고소한 맛의 저염 양념을 활용한다. 라면, 즉석음식 등을 조리할 때는 스프나 양념을 줄여서 먹는 게 좋다. 매일 식사에 야채와 과일, 현미, 통밀과 같이 정제되지 않은 곡물을 섭취하고, 가공식품의 섭취를 줄이고, 등푸른 생선을 자주 섭취하도록 한다.
세 번째는 꾸준한 운동이다. 규칙적인 운동은 뇌졸중 위험을 2.7 배 낮춰 뇌졸중 예방에 효과적인 생활습관이다. 이는 근육량을 증가시키고 근육의 인슐린 감수성을 높여 근육 내로 당을 흡수시켜 혈당을 조절하며, 혈압을 조절하고, 체중 감소에도 기여해 뇌졸중 발생을 낮출 수 있다. 적어도 하루에 30분 정도 주 3~5일씩 총 150분 정도의 운동을 계획하는 게 좋다. 처음 운동을 시작한다면 운동을 하는 동안 옆 사람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정도의 강도로 시작하는 게 추천된다. 만일 운동할 시간이 부족하다면 실생활에서 계단 이용, 스트레칭, 가까운 거리는 도보로 이동하는 게 도움이 된다.
네 번째는 뇌졸중 증상을 기억하는 것이다. 뇌졸중 증상은 갑자기 발생하게 되는데, 뇌졸중 의심 증상은 대표적으로 안면마비, 발음장애, 편측마비, 실어증, 안구편위, 시야장애, 중심을 잡지 못할 정도의 심한 어지럼증, 심한 두통 등이 있다.
따라서 평소에 이른 바 “이웃손발시선”을 기억하자.
▶이웃: 이~하고 웃지 못하는 경우 (안면마비)
▶손: 두 손을 앞으로 뻗지 못하거나 한쪽 팔, 다리에 힘이 더 없는 경우 (편측마비)
▶발: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 (구음장애, 실어증)
▶시선: 시선이 한쪽으로 쏠리는 경우 (안구편위)
이런 증상 중 어느 한 가지라도 이상하다면 즉시 119를 통해 뇌졸중센터에 방문해야 한다.
다섯 번째는 뇌졸중 치료의 골든타임을 기억하는 것이다. 뇌졸중, 특히 뇌경색의 골든타임은 증상 발생 후 4.5시간이다. 4.5시간은 뇌경색 초급성기 치료 중 첫 번째인 정맥내혈전용해제 투약이 가능한 시간이다.
만일 큰 대뇌혈관이 막혀 있다면 동맥내 혈전제거술을 받게 된다. 동맥내 혈전제거술은 증상 발생 6시간 이내 받는 것이 좋지만 뇌영상에서 확인되는 뇌경색 병변에 따라서 증상 발생 24시간까지도 시행할 수 있다. 빠른 치료를 받게 되면 그렇지 않은 뇌졸중 환자들에 비해 나중에 좋은 예후를 갖게 될 확률이 2~3배 높아진다. 뇌졸중 증상이 발생한다면 즉시 병원에 방문하여 초급성기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뇌졸중 어떻게 치료하나요
크게 2가지로 나뉜다. 뇌경색으로 막힌 뇌혈관을 뚫을 때 혈전(피떡)을 녹이는 용해제를 사용하는 ‘약물 재개통술’과 기구를 넣어 혈전을 제거하는 ‘기계적 재개통술’이다.
약물 재개통술은 혈전용해제를 주입해 막힌 혈전이 뭉친 혈관에 다시 피가 돌도록 뚫어 준다. 하지만 뚫릴 때까지 시간이 조금 걸리고 약을 너무 많이 쓰면 자칫 혈관 파열로 뇌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기계적 재개통술은 이같은 약물 재개통술의 단점을 보완한 치료법이다. 혈관을 막고 있는 혈전에 아주 얇은 와이어를 관통시킨 후 그 와이어를 따라 가느다란 관을 삽입한다. 이후 관을 빼면 관 속에 있던 스텐트(그물망)가 쫙 펴지면서 혈전에 엉겨 붙는다. 이때 그물망을 제거하면 혈전도 함께 빠지기 때문에 부작용을 크게 줄이면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최근에는 뇌혈관질환 중 50% 이상이 머리를 절개하지 않는 뇌혈관 내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허벅지에 위치한 다리혈관으로 1㎜ 이하의 얇은 기기를 뇌까지 넣어 치료한다. 뇌혈관이 터졌다면 메꿔주고, 막힌 공간은 뚫어 준다. 뇌동맥류, 경동맥협착증, 뇌동정맥기형, 혈관성 뇌종양까지 총 6가지 뇌혈관질환에 적용할 수 있다.
조병래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뇌수술이라면 지레 겁을 먹기 쉽지만, 최근에는 혈관 재활이라는 개념이 도입돼 손상된 혈관을 복원하거나 대체하는 새로운 치료 방법이 등장하는 등 의료 기술의 비약적 발전으로 환자의 회복 가능성을 높이고 더 나은 삶의 질을 제공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병래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한편 뇌졸중은 특별한 응급처치가 없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조 교수는 “뇌졸중 의심 증상이 나타날 때 혈액순환을 돕는다며 손과 다리를 주물러 주기도 하는데 도리어 자극이 될 수 있는 만큼 전문 의료진이 도착할 때까지 최대한 가만히 올바른 자세로 눕혀 두는 것이 좋다”면서 “단 의식에 변화가 없는지 살펴보고 경련을 일으킨다면 고개를 옆으로 돌려 토사물이 기도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