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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허가 목적 외 사용 만연인 필러 ‘안전 주의경보’ … 실명 위험도 부지기수
  • 박수현 기자
  • 등록 2020-11-17 18:54:01
  • 수정 2020-11-24 19:3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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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간 부위까지 필러 삽입시 “제대로 된 부작용 고지도 없어” … 식약처 “규제할 게 아니라 허가된 사용 목적 확인 권고 요망”
코필러 시술을 받고 있는 한 유튜브 영상. 출처=유튜브 캡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성형용 필러의 허가된 사용목적 외로 사용해 실명, 감염증 등의 부작용 사례가 발생함에 따라 이를 예방하기 위해 ‘성형용 필러 안전 사용 정보’ 제공했다.
 
개원가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이뤄지는 코 부위 필러 주입 시술, 소위 ‘코필러’ 뒤 실명 및 괴사 부작용 사례가 이어지면서 매년 논란이 일고 있다. 작년엔 강남의 한 대형 피부과에서 필러를 맞다가 한쪽 눈이 실명된 중국인 여성에게 병원 측이 5911만원을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온 바 있다.
 
현재 성형용 필러의 허가된 사용 목적은 안면부 주름개선, 안면부‧손등 불륨 회복 등이다. 히알루론산(HA)필러 중 코 부위 시술이 국내에서 허가받은 사례는 아직 없다. 하지만 의사들은 ‘허가 외 시술’, 소위 ‘오프라벨’ 형식으로 환자들에게 오래 전부터 시술을 해 왔다. 괴사 및 빈번한 실명 사례가 논란이 되고, 부작용이 끊이질 않으면서 아예 코 필러 시술을 금지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필러의 부작용은 염증반응과 피부괴사, 통증, 시력감소 등이 있다. 특히 혈관이 많이 분포돼있는 눈 또는 코 주변 부위 시술 시 혈관에 잘못 주입될 경우 실명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성형용 필러는 안면부 주름 개선을 목적으로 허가된 것으로 유방, 엉덩이, 종아리 등 신체부위의 볼륨증대와 손, 발의 주름개선, 뼈, 힘줄, 인대, 근육 이식 등은 허가된 사항이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에서 발표한 필러 부작용 상담 건수는 2013년 238건, 2014년 286건, 2015년 292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필러는 칼을 대지 않은 ‘쁘띠’ 성형의 일종으로 주사를 통한 시술로 방법이 간단하고 즉각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어 인기가 많다.
 
한 연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쁘띠성형 건수는 2000년 시술 건수에 비해 878%나 증가했다. 쁘띠는 불어로 ‘작은, 가치없는, 시시한, 사소한’의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인지 환자도 의사도 보톡스와 필러 시술에 대해 다소 가볍게 생각하고 쉽게 접근하는 경향이 있다.
 
실명 위험 부르는 콧등필러, 사실상 허가사항 위반 … 눈주위 사용 금지
 
쁘띠성형 시장이 커진 만큼 부작용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적잖게 발생하는 실정이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콧대를 높이기 위해 소위 ‘콧등필러’ 시술을 받았다는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명했다는 사례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코의 시작점인 콧대를 높이기 위해 눈과 가까운 미간 부위까지 필러를 삽입하다 생기는 문제다.
 
콧등필러는 코 끝에 구멍을 뚫은 뒤 쇠로 만든 관인 ‘캐뉼라’를 이용해 필러를 주입하는 방식이다. 캐뉼라를 미간 부위로 삽입한 뒤 코 끝까지 밀어넣은 다음 서서히 빼내면서 콧등에 필러를 채운다. 이 과정에서 눈과 가까운 혈관에 손상을 입혀 필러가 혈관내로 삽입되거나, 필러 때문에 혈관이 압박을 받아 폐색될 경우 환자는 실명에 이를 수 있다.
 
필러 제품들의 허가사항 중 사용상 주의사항을 살펴보면 “혈관 내에 주입된 경우 실명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피부가 얇고 혈관에 주입될 가능성이 높은 '미간 등 눈 주변 사용을 금지'하며 시술 시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2014년 눈 주위와 미간에 사용이 금지된 필러 제품을 제약사들이 마치 눈 주위에 사용할 수 있는 것처럼 광고한 게 논란이 되면서 제품의 허가사항에 추가된 내용이다. 당시 의료인들도 눈가주름 등에 필러 시술을 많이 하던 때여서 실명 부작용을 겪는 환자가 적지 않았다.
 
미간 부위까지 필러를 채우는 ‘콧등필러’ 시술은 사실상 식약처의 허가사항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소비자의 수요가 많다는 이유로 각 병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안전한 시술”이라며 적응증도 없는 오프라벨 시술을 계속하고 있다.
 
환자뿐 아니라 의사에게 재앙인 부작용, 예측 불가능하고 막을 방법 없어
 
부작용이 발생하게 되면 환자뿐 아니라 의사에게도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치명적인 부작용인 실명을 막을 방법은 아직 없다. 주입 전에는 흡입을 통해 주사 끝이 혈관에 닿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되도록 천천히 적은 압력으로 후진하면서 주사하지만 어디로 어떻게 들어갈지 모른다는 게 서울 은평구 J피부과 의사의 설명이다.
 
부작용이 나타난 후 골든타임은 90분 밖에 안되고 응급실을 찾게 될 경우 눈의 압력을 낮추는 ‘감압치료’를 하거나, 필러의 성분을 녹일 수는 있지만 원래의 시력으로 돌아가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다만 필러 시술 시 부작용에 대해 사전 고지를 해주는 병원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기자가 콧등필러 시술을 받으려고 강남과 강북지역의 피부과 3곳에 상담을 다녀봤지만 해당 사항에 대해 고지해주는 병원은 없었다. 부작용에 대해 우려를 하면 “경험이 많은 선생님이라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만 되돌아 올 뿐 이었다. 이마의 볼륨이 적어 전체 얼굴 윤곽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답을 듣고 단념하긴 했지만 위험성 때문에 안 된다고 권고하는 의사는 없었다. 

유튜브 채널에서도 필러 시술을 직접 경험해 보는 콘텐츠들이 올라온다. 하지만 이들 영상 속에서도 시술 전 부작용을 언급하는 의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제품 사용에 대해 규제할 권한이 없다. 허가받은 대로 사용하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앞으로도 소비자들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안전사용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부작용 등을 일으킨 의료인의 시술 규제 문제에 대해선 “보건복지부의 소관”이라고 선을 그었다. 필러는 의약품이 아닌 의료기기로 분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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