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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바이오 ‘굴기’ 10선 … ②차이메드, NET 치료 ‘수루파티닙’, NSCLC 항암제 ‘사볼리티닙’ 막강
  • 임정우 기자
  • 등록 2020-11-15 17:00:00
  • 수정 2021-07-08 16:3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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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0년 창립, 다른 제약사 판매대행하다 릴리·AZ와 제휴해 신약발굴서 임상·영업까지 완주 준비
차이메드(Chi-Med)로 불리는 허치슨차이나메디테크(Hutchison China MediTech)는 생명공학 회사로 불리기에는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2000년 허치슨 왐포아(Hutchison Whampoa)가 설립되고 이후 홍콩의 억만장자 리카싱(Li Ka-shing)에게 합병돼 CK허치슨(CK Hutchison)이 된 직후 이른바 ‘상업 플랫폼’을 바로 개발했다.
 
차이메드는 처방약 및 소비자 건강제품에 포커스를 두고 있으며, 제3자 유통 및 마케팅 서비스를 겸하며 기존 중국 제약회사와 함께 여러 합작회사(조인트벤처, JV)를 운영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인 크리스찬 호그(Christian Hogg)는 직원으로 이 회사에 입사하기 전 소비자 대상 대기업인 프록터앤갬블(Procter & Gamble)에서 일했다.
 
차이메드가 이들 사업을 관리하고 있지만 제품들은 주로 JV 협력사가 출자하거나, 다른 회사 제품을 판매 대행하며 차이메드가 통합하지 않은 제품들이 많다. 2019년 상용 플랫폼은 1억89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화이자 베테랑인 수 웨이궈(Weiguo Su)가 이끄는 차이메드의 내부 ‘혁신 플랫폼’은 이 회사가 진정으로 자신의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좀 더 바이오기업다운 허치슨메디파마(Hutchison MediPharma)이다.

제약유통사에서 2018년 릴리서 ‘엘루네이트’도입 계기로 신약개발 집중
 

2018년 9월 초 차이메드의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VEGFR) 억제제인 ‘엘루네이트’(Elunate, 성분명 프루퀸티닙 Fruquintinib)는 최소 2차례의 이전 치료에 실패한 대장암 환자의 치료제로 중국에서 승인받았다. 이 회사가 최초로 개발한 혁신의약품이었고, 연구개발과 상용화를 완전히 중국에서 마친 주요 암종에 대한 중국 최초의 치료제였다.
 
중국인 환자 416명을 대상으로 한 프레스코(Fresco) 3상 임상 결과에 따른 것으로 위약에 비해 사망 위험을 35% 줄인 것을 근거로 허가받았다. 차이메드는 이 약이 간독성이 적어 치료 중단 환자가 적은 것과 다른 약물과의 병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다른 표적치료법보다 우위가 있음을 자랑해왔다.
 
앞서 2013년에는 릴리를 끌어들여 엘루네이트 개발 및 중국 내 영업권을 획득했다. 릴리는 원래 이 약에 대한 유일한 상업적 권리를 가지고 있었지만 차이메드는 최근에 더 큰 역할을 맡기로 자처했다.
 
2013년 맺은 협정을 지난 7월말 개정해 올 10월 1일부터 모든 의사 대상 제품 디테일과 마케팅 활동을 맡기로 했다. 의료 세부사항과 마케팅 활동을 맡게 되었다. 릴리는 여전히 매출을 집계하고 국가적 전략에 대한 노하우를 공유할 예정이다.
 
엘루네이트는 63% 할인된 가격으로 올해 중국 국가의약품 상환(급여)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상반기에 처방이 174% 증가해 매출액이 1400만달러에 달했다.
 
이 약은 2018년 11월 비소세포폐암 3차 치료제로서 3상 임상에 실패했지만, 여전히 위암 2차 치료제로서 3상 임상시험인 프루티가(Frutiga) 연구를 진행 중이다.
 
차이메드는 2018년 미국 뉴저지주에 중국 외 사무소를 설립했다. 이 팀은 최근 전이성 대장암에 대한 프레스코-2 글로벌 임상시험의 환자 등록을 시작했으며 2021년 말에 마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는 또한 엘루네이트와 PD-1 억제제 병용요법을 전세계적으로 승인받기 위한 가능성을 모색하러 중국의 베이진(Beigene 百濟生物, 百濟神州北京生物科技有限公司), 릴리의 파트너인 이노벤트바이오로직스(Innovent Biologics) 등와 제휴했다.

미국서 2개 파이프라인 ‘담금질’ …  ‘수루파티닙’ 2021년에 미국·유럽 동시 승인 기대
 
이 회사 호그 CEO는 지난 10월 1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영업 전환에 대비하기 위해 사내 항암제 마케팅팀을 연초 90여명에서 250여명으로 확대했으며 연말까지 450여명, 2023년까지 1000년 이상으로 증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야심찬 목표는 두 개의 3상 파이프라인 약물이 상용화에 성공하느냐에 달려 있다.
 
우선 차이메드는 신경내분비종양(NET) 치료제로 설계된 수루파티닙(Surufatinib)이라는 혈관-면역 키나제 억제제를 보유하고 있다. 이 분야의 기존 약품으로는 화이자의 ‘수텐정’ (Sutent, 성분명 수니티닙 Sunitinib), 노바티스의 ‘아피니토정’(Afinitor, 성분명 에베로리무스 Everolimus)와 루타테라(Lutathera, 성분명 루테튬 옥소도트레티오타이드, Lutetium(177Lu) oxodotreotide), 소마토스타틴 유사체(somatostatin analogs) 등이 있다.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TKI)인 수루파티닙은 VEGF와 FGFR을 억제해 종양이 새로운 혈관을 형성해 성장하는 것을 막고, 종양세포에 대한 신체의 면역반응을 조절하는 CSF-1R을 타깃으로 한다.
 
두 차례의 중국 내 3상 시험에서 효험이 밝혀져 임상이 조기 중단됐다. 비(非) 췌장 NET를 대상으로 한 SANET-ep 시험에서 수루파티닙 투여군의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은 9,2개월로 위약군의 3.8개월보다 월등했고 결론적으로 사망위험을 67% 줄였다. SANET-p 췌장 NET 시험에서 수루파티닙은 위약의 2.7개월보다 훨씬 긴 10.9개월 동안 질병 진행을 막았다.
 
수루파티닙 신약 승인 신청서는 중국 보건당국의 심사를 위해 접수됐다. 미국에서는 차이메드가 2015년부터 지금까지 1b상 시험을 하고 있다. 과거에 고강도 치료를 받은 32명의 NET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100% 질병 통제율을 보고했다.
 
차이메드는 FDA와 두 건의 중국에서 이뤄진 시험과 미국에서의 가교시험에 대해 합의한 후 2020년 말부터 2021년 초까지 승인 신청 서류를 준비되는 대로 분할 접수(rolling submission)키로 했다. 이와 함께 미국 출시를 위한 영업 준비를 병행하고 있다. 수루파티닙의 유럽 신약승인 신청은 FDA 신약승인 절차가 끝나는 대로 이어질 예정이다.
 
수루파티닙은 차이메드가 개발부터 판매까지 스스로 관리하는 최초의 약이 될 전망이다. 이 약은 FDA로부터 2020년 4월에 췌장 및 비 췌장 NET 개발에 대한 패스트트랙 지정을 받았다. 2019년 11월엔 췌장 NET에 대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다.

MET 억제제 ‘사볼리티닙’ … 올 5월 중국서 비소세포폐암 승인, AZ 협조로 ‘타그리소’ ‘임핀지’ 병용 임상 
 

또 다른 3상 파이프라인은 MET 억제제 사볼리티닙(Savolitinib)이다. 2011년 아스트라제네카와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공동 개발 중이다.
 
지난 5월 중국 당국은 차이메드의 MET 엑손 14 결손(skipping) 변이 비소세포폐암에 사볼리티닙을 투여하는 오픈라벨 2상 임상시험을 근거로 신약 승인을 내줬다.
 
올 봄 미국 임상종양학회(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 ASCO) 가상 연례회의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사볼리티닙은 환자의 49.2%에서 종양 위축, 93.4%에서 질병조절을 달성했다.
 
아스트라제네카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차이메드는 사볼리티닙을 ‘타그리소정’(Tagrisso 성분명 오시머티닙 Osimertinib) 및 ‘임핀지주’(Imfinzi, 성분명 더발루맙 Durvalumab)과 병용할 수 있게 됐다.
 
두 회사는 지난 해 타그리소를 포함한 EGFR 억제제에 대해 저항성을 보인 일부 환자들이 사볼리티닙+타그리소 병용요법에 여전히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1b상 데이터를 발표했다.
 
신약개발 외에도 차이메드는 현재 주식시장에서 골칫거리들과 직면하고 있다.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지난 5월 미 상원은 중국을 주 목표로 한 외국기업책임법(Holding Foreign Companies Accountable Act)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이 언젠가 발표된다면 미국 회계감독위원회(Public Company Accounting Oversight Board)가 그 기업의 회계감사를 검토할 수 없을 경우 외국기업은 미국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됨을 의미한다. 중국은 미국 규제당국이 이런 회계감사를 수행할 수 없는 비협조적 관할국으로 오랫동안 리스트에 등재돼왔다.
 
차이메드는 2016년부터 나스닥에 상장돼 이와 관련된 곤경을 겪을 수 있다. 호그는 지난해 말 S&P 글로벌과의 인터뷰에서 “나스닥은 생명공학 증권거래가 지배적이기 때문에 상장폐지의 가능성은 제로”라고 말했다.
 
차이메드는 또 런던과 뉴욕에 이어 세 번째 주식거래처로 홍콩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화 시위 등 사회적 불안 속의 시장 불확실성 때문에 5억달러 규모의 시장공개(IPO) 계획을 연기했다. 호그 회장은 이 같은 연기에도 불구하고 홍콩 상장은 타이밍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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