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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판가름 ‘폭풍전야’ 대웅제약 vs 메디톡스 전쟁, 누가 이겨도 시장 ‘소용돌이’
  • 박수현 기자
  • 등록 2020-10-30 14:17:26
  • 수정 2020-11-02 06:4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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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각각 200억원 실적 손해 본 ‘승자없는 싸움’ 11월 19일 최종 결론 … 메디톡스, 중국 밀수출 공론화 예상 … 식약처 특정 기업 죽이기 의혹도
메디톡스 사옥(왼쪽)과 식품의약품안전처 청사
보툴리눔톡신 제제의 기술 도용 문제를 놓고 다툼을 벌이고 있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내달 최종 판결을 앞두고 모두 최종 승소를 확신한다며 맞서고 있다. 그 가운데 어떠한 판결이 나와도 국내 보툴리눔톡신 업계 전체에 큰 파장이 일어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보툴리눔 균주는 흔히 ‘보톡스’로 불리는 보툴리눔톡신 제제의 원료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의 균주와 제조기술 등을 훔쳤다고 주장하며 국내외 민·형사소송과 더불어 ITC에 공식 제소했다. 최종 판결은 미국 시간으로 다음 달 19일에 나올 예정이다.
 
대웅제약  vs 메디톡스, 보톡스 분쟁 최종 판결 앞두고 서로 “승소 자신”
 
대웅제약은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미국 ITC 최종결정에서 승소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앞서 대웅은 지난 9일에 ITC의 예비결정을 대대적으로 재검토하기로 한 위원회 결정에 따른 의견서를, 지난 16일엔 원고 및 스태프 어토니(staff attorney)의 서면에 대한 반박 의견서를 ITC 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해당 의견서들은 미국시각 10월 29일 공개됐다. 대웅제약은 의견서에서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을 도용한 사실이 없으며, 원고 측은 관련 내용을 입증하는 데 실패했고, 행정법 판사는 원고 측의 믿기 힘든 주장을 단지 원고가 고용한 전문가의 증언만을 근거로 하여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또 ITC 위원회가 제기한 6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메디톡스의 균주와 기술은 영업비밀이 될 수 없으며, 본 사건이 소송의 요건도 충족하지 못했다”는 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특히 “메디톡스가 그동안 홀 에이 하이퍼 균주는 전세계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으며 한국으로 수입도 불가능하다고 주장해왔고, 행정판사는 예비결정에서 이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메디톡스의 균주가 영업비밀이라고 판단해 버렸다”며 “그러나 그동안 우리가 ITC에 주장했듯이 홀 에이 하이퍼를 포함한 많은 보툴리눔 균주는 194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전세계에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었고, 상업적으로 보톡스 생산에 사용 가능한 균주를 구하는 것은 과거는 물론 지금도 전혀 어렵지 않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새로운 균주를 구매하면서 지금도 균주는 쉽게 구할 수 있고, 그 과정이 몇 개월 걸리지도 않음을 보여주며 ITC 예비결정의 판단이 틀렸음을 직접 입증했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 스태프 어토니도 위원회의 전면 재검토 결정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스태프 어토니의 의견서는 새로운 내용이나 근거 없이 기존 주장을 그대로 반복한 것에 불과했다는 게 대웅제약 측의 판단이다. 처음부터 스태프 어토니는 원고 측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지지하는 편향된 자세를 취하고 있었기에 이렇듯 잘못된 의견으로 예비판결이 이뤄졌고, 그렇기때문에 최근 위원회에서 전면 재검토 결정은 물론 당사자들에게 구체적인 질문까지 제기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대웅제약은 “ITC의 예비결정 이후 미국의 저명한 전문가와 기관들 역시 ITC의 예비결정에 반박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내놓았다”고 밝혔다.
 
대웅제약에 따르면 지적재산권(IP) 소송 전문가이자 뉴욕대(NYU) 법학 교수인 로저 밀그림(Roger Milgrim)은 ITC에 제출한 공익의견서(Public Interest Statement)에서 메디톡스의 균주가 ‘경쟁우위성’과 ‘비밀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영업비밀이 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밀그림 교수는 수많은 영업비밀 소송에서 전문가로 참여해 온 이 분야 전세계 최고 전문가이다.
 
미국 현지 업계에서는 ITC의 예비결정을 두고 쏟아지는 이러한 반박 의견들이 최종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경제정책 관련 유력 기관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선임연구원 게리 허프바우어(Gary Hufbauer)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무역 전문매체 ‘인사이드 US 트레이드’(Inside US Trade)와의 인터뷰를 통해 “만약 ITC가 예비결정에 동의하게 된다면, ITC는 완전한 외국 기업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지적재산권 권리에 대한 심판관이 될 것”이라며 ITC의 광범위한 관할권 확대를 경계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반독점 연구소(American Antitrust Institute, AAI)는 “수입금지 판결은 엘러간의 보톡스에 대한 독점만 강화해준다”는 이유로 위원회는 예비결정을 뒤집어야 한다는 내용의 공익의견서를 제출했다. 미국 반독점 연구소는 경쟁의 가치를 지키고 반독점의 사용을 막아 공익을 수호하는 미국 내 대표적인 독립적인 비영리기관이다.
 
반면 제3자로서 원고 측 공익의견서를 제출한 기관은 수입금지로 이익을 얻는 직접적 경쟁사인 멀츠(Merz) 한 곳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다양한 분야별 전문가들의 공익의견서가 쏟아지며, 객관적인 전문가 견지에서 ITC 예비결정의 오류들이 지적됐고 ITC는 제출된 의견서와 공익의견서들을 바탕으로 예비결정에 대한 심도 있는 분석을 통해 최종 판결을 내릴 것으로 대웅제약은 전망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대웅과 에볼루스를 비롯해 수많은 미국 현지의 전문가, 학자 및 의사들의 요구에 ITC가 동의하여 잘못된 예비결정을 재검토하기로 결정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예비결정의 오류를 바로잡아 최종결정에서 반드시 승소할 것이며, 대웅제약과 파트너사인 에볼루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소비자들과 의사들을 위해서, 혁신과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도 귀중한 승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메디톡스 역시 최종결정에서 승소를 자신하고 있다. 앞서 ITC 내 불공정 수입조사국(OUII)은 “ITC 예비판결에 대웅제약이 제기한 이의 신청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냈다.
 
OUII는 이번 의견서에서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를 도용했다는 최종 판결이 나면 해당 제품에 대한 수입 금지 명령은 무기한 효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ITC 산하 조직으로 소송 안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다. ITC 재판부는 최종 판결을 내릴 때 원고와 피고 입장에 더해 OUII 의견도 참고한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기존 예비 판결에 평생 수입 금지 명령 의견까지 나온 만큼 최종 판결에서 승소를 자신한다”고 말했다.
 
누가 이겨도 전쟁은 ‘~ing’ 
 
양측의 승소 확신에도 패자는 분명히 나온다. 하지만 보툴리눔톡신 전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메디톡스가 승소할 경우 대웅제약은 곧바로 연방법원 항소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대로 메디톡스는 ITC 소송에서 승소하더라도 ‘메디톡신’ 허가 취소 소송에 매달려야 한다.
 
메디톡스는 올해 6월 원액 바꿔치기와 국가출하승인 자료 위조 혐의로 주력 제품인 메디톡신의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고, 이달 19일에는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수출용) 메디톡신 등을 국내 판매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또 다시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다. 메디톡스는 현재 식약처와 복수의 허가 취소 처분 취소 소송을 벌이고 있다.
 
대웅제약이 ITC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메디톡스는 더 난감해진다. 현재 메디톡스는 엘러간을 통해 미국 현지에서 메디톡신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따라서 대웅으로서는 나보타 판매의 걸림돌이 사라지는 반면 메디톡신 출시 전부터 경쟁 업체에 밀릴 수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소송이 장기화하면서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모두 소송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고 막대한 소송 비용이 실적 저하로 이어져 ‘승자없는 싸움’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각각 200억원대 소송 비용을 지출했던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올해 상반기에도 184억원과 137억원을 소송 비용으로 부담했다. 이는 실적으로 연결돼 양사는 올해 상반기 각각 146억원, 35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폭풍전야’ K-보톡스 산업, 메디톡스 국내 보툴리눔톡신 업체 상대 중국 밀수출 및 국가출하승인 문제 공론화 예상
 
메디톡스에게는 또 하나의 문제가 생겼다. 식약처가 지난 19일 국가출하 승인을 받지 않고 보툴리눔톡신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보툴리눔톡신 제제 ‘메디톡신’, ‘코어톡스’ 등에 대해 다음달 13일까지 회수·폐기를 명령하고, 품목허가 취소 등 행정처분 절차에 착수해서다.
 
이에 메디톡스는 관행상 수출용에 국가출하승인이 면제돼 왔는데 식약처가 뒤늦게 요식절차 위반을 따져 묻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에 국내 보툴리눔톡신 업체들을 상대로 중국 밀수출 및 국가출하승인 문제를 공론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같은 문제가 논란이 되자 식약처의 특정 기업 죽이기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30일 JTBC는 메디톡스뿐만 아니라 H사, P사 등 대다수 국내 보톡스 업체들도 국가출하승인 받지 않은 보톡스를 국내 도매상이나 무역상을 통해 수출해온 것으로 확인됐다며 식약처의 메디톡스 핍박 의혹을 제기했다. 
 
법정 다툼의 핵심은 도매상이 제품을 사서 수출한 행위를 내수용, 혹은 수출용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여부다. 또한 도매상을 통해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수출해온 업계 관행을 식약처가 인정할 것이냐고 논점을 제기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한 보톡스 업체 관계자는 “저희도 일부 도매상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며 업계 관행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한 의약품 도매상도 “다른 업체들도 많이 그러고 있다”며 “문제를 삼는다면 보톡스를 생산해서 수출하는 회사들을 다 검수하고 확인하는 게 형평성에 맞지 않나”고 의문을 제기했다. 식약처는 “다른 업체에 대해서도 위법 사항이 발견될 경우 조사할 계획”이라며 방어적인 태도를 보였다. 
 
업계는 식약처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도매상을 거쳐 보톡스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는 다른 보톡스 기업들에 대해 어떠한 처벌을 내릴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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