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지질혈증에서 위험성 8배, 고혈압 6배, 당뇨병 3배 높아 … 선별검사 및 치료 근거 활용 기대
아침저녁 기온이 내려가는 환절기에는 뇌동맥류 파열 환자가 늘어나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다른 전신 혈관에 동맥류가 있을 경우 뇌동맥류의 유병률이 약 20배 더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송지혜·임용철 아주대병원 신경외과 교수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돼 있는 환자에서 무작위로 선정된 약 111만명의 표본 데이터를 이용해 뇌동맥류 환자군과 다른 전신질환 동맥류 환자군으로 나눠 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29일 발표했다.
뇌동맥류는 일교차가 클수록 잘 터져 겨울에 자주 발생한다. 뇌동맥류는 뇌혈관 벽 일부가 약해져 풍선 혹은 꽈리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를 말한다. 혈액의 압력에 의해 언제 터질지 몰라 일명 머릿속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혈관이 터지면 3분의 1이 사망에 이를 정도로 위험한 질환이지만, 그 전까지 전조증상이 없다. 컴퓨터단층촬영 혈관영상(CTA) 혹은 자기공명혈관영상(MRA) 검사를 받아봐야 확인할 수 있어 미리 발견하는 게 쉽지 않다.
연구팀은 다른 전신혈관 동맥류 환자군 1017명 중 25.7%(261명)에서 뇌동맥류를 동반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반면 다른 전신혈관 동맥류가 없는 환자군 111만2639명에서는 0.6%(6780명)만이 뇌동맥류가 확인돼 큰 대조를 보였다.
다른 전신혈관의 동맥류는 뇌동맥류와 대동맥류를 제외한 내장기관, 상지·하지혈관, 경동맥 등에 발생한 동맥류로 정의했다.
성별, 나이,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 관련 인자들을 보정해 분석한 결과 다른 전신혈관 동맥류가 있는 환자의 경우 뇌동맥류의 유병률이 정상 인구에 비해 약 20배 정도 더 높았다.
다른 전신혈관 동맥류 환자군에서 뇌동맥류 발생에 미치는 영향이 이상지질혈증이 있으면 약 8배, 고혈압은 6배, 당뇨병은 3배 정도 높았다.
연구팀은 동맥류가 서로 위치는 다르지만 2곳 이상에서 나타나는 것은 공통된 위험에 노출돼 있고, 병태생리를 공유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세계 최초로 다른 전신혈관 동맥류와 뇌동맥류의 유병률 간 연관성을 밝혔다는 데 의의가 있다. 이전 연구에서 대동맥질환이 있는 환자에서 뇌동맥류가 더 호발한다고 보고된 바 있으나, 다른 전신혈관의 동맥률의 유병률이 낮은 등의 이유로 인해 뇌동맥류와의 연관성은 거의 밝혀진 바 없다. 뇌동맥류는 일반적으로 전체 인구의 1~3%에서 나타난다.
송지혜 교수는 “뇌동맥류는 일단 터지면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가능성이 높아 미리 발견하여 개두술 혹은 색전술로 치료하는 게 가장 안전하다”며 “이번 연구가 뇌동맥류의 발생을 미리 발견할 수 있는 선별검사와 치료를 위한 근거자료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유전학적 혹은 병태생리학적 연구를 통해 관련 기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2020년 1월, 뇌졸중 분야 세계적 권위가 있는 학술지 ‘스트로크(Stroke)’에 ‘Prevalence of Intracranial Aneurysms in Patients With Systemic Vessel Aneurysms: A Nationwide Cohort Study’ (전신혈관 동맥류 환자에서 두개내 동맥류의 유병률)란 제목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