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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치질약’이 뜬다 … 동국 ‘치센’ 아성에 토종 제약사들 도전장
  • 박수현 기자
  • 등록 2020-10-27 13:43:04
  • 수정 2020-11-02 04:2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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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허가받은 16개 품목 중 13개가 알약 … ‘먹는 약’ 선호 속 캡슐에서 정제로 트렌드 변화, 복용 편리하고 더 빠르게 통증 완화
일동제약 ‘푸레파베인캡슐’(왼쪽부터), 동국제약 ‘치센캡슐’, 유유제약 ‘유유베노스민정’, 한미약품 ‘한미치쏙정’, 조아제약 ‘디오스민캡슐’, 동아제약 ‘디오맥스600mg정’
먹는 치질약이 인기를 끌면서 국내 일반의약품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있다. 치질이나 정맥류 개선에 쓰이는 ‘디오스민’(diosmin)을 주성분으로 한 의약품 제형이 캡슐에서 정제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정제는 복용하는 순간 녹아 위에서 바로 흡수돼 효과가 빠르고 캡슐에 비해 크기가 작아 복용이 편리한 게 비교 우위다.
 
‘동국제약 게 섰거라’ … 유유‧한미‧동아 등 먹는 치질약 도전장
 
유유제약은 지난 26일 치질 통증을 개선하는 디오스민 성분 600mg을 함유한 일반의약품 ‘유유베노스민정600mg’을 출시했다고 밝혔다. 1일 2~3회, 한 번에 한 알을 복용한다.
 
유유베노스민정의 주성분인 ‘디오스민’은 다양한 식물 속에 천연으로 존재하는 플라보노이드 중에서 감귤류에서 추출한 헤스페리딘 성분의 구조를 변형시킨 것으로 정맥혈관의 탄력을 증대시켜 혈관벽을 강화하고 모세혈관의 투과성을 감소시키며 염증반응을 억제한다.
 
디오스민은 통증 및 부기를 줄이는 효과가 있어 치질뿐 아니라 ‘정맥부전’으로 인한 다리 통증과 부종 등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정맥부전 개선 목적으로는 하루에 한 정을 복용한다.

유유베노스민정은 배변 시 드문드문 출혈이 보이는 1도치핵부터 배변 시 치핵이 항문 밖으로 나오는 2도치핵 환자의 경구용 치질치료제로 효과적이다.
 
앞서 주요 토종제약사들은 경구용 치질치료제를 선보인 바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 6월 지난해 출시한 일회용 바르는 치질약 ‘치쏙크림’과 병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먹는 치질치료제 ‘치쏙정’으로 라인업을 강화했다. 치쏙정 주성분도 디오스민이다.
 
치쏙정은 치질 치료시 1일 1정씩 2~3회, 정맥부전 증상 완화를 위해서는 1일 1회 1정을 복용하면 된다.
 
동아제약도 같은 달 동일 성분의 ‘디오맥스정600mg’을 출시했다. 동아제약을 시작으로 한미와 유유가 기존 300mg의 더블인 600mg을 내놓은 것이다.
 
조아제약은 지난 4월 20일부터 ‘조아디오스민캡슐’의 광고를 본격화했다. ‘조아디오스민캡슐’은 1회 300㎎씩 하루에 2번 먹는 치질약이다.
 
일동제약도 지난해 2월 먹는 타입의 ‘푸레파베인캡슐’(300mg)을 내놓고 기존 바르는 치질약의 라인업 확장에 나섰다.
 
기존 300mg 짜리 제품은 하루에 두 번 먹도록 허가가 났는데 600mg 짜리 신제품은 양이 두 배 인데도 하루 2~3회 복용하는 것으로 양이 늘었다.
 
제약사 관계자는 “디오스민의 최소 복용량이 정해져 있지 않지만 최대 복용량은 동일하게 정해져 있다”며 “1800mg 최대 복용량에 따라 디오스민 300mg 함량 제품은 하루 최대 6알, 디오맥스는 디오스민이 600mg이라 하루 최대 3알로 복용편의성이 있다. 복용방법만 지킨다면 부작용은 없다”고 말했다.
 
좌약‧연고 중심이던 치질약 시장 ‘치센’ 등장으로 지각변동 … 변화 바람 ‘솔솔’
 
이같은 먹는 치질치료제 열풍의 선두주자는 동국제약의 ‘치센’이다. 2017년 7월 동국제약이 출시한 먹는 치질약 ‘치센캡슐’은 시장 지형을 완전히 뒤엎었다. 연고 및 좌약에서 벗어나 먹는 치질약 위주로 변화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19년 전체 일반의약품 치질약(외용제 포함) 시장은 130억원 규모로 이 중 디오민스 제제 전체 누적 매출 65억원에 달했다. 동국제약 ‘치센캡슐’은 44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경구제 시장의 46.2%를 점유, 1위를 기록했다. 

 
2018년 디오스민 제제 전체 누적매출 43억원 매출 중 치센이 27억원(62.8%)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양적 성장이 눈에 띈다. 시장의 급속한 재편으로 바르는 치질약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던 일동제약 역시 지난해 먹는 치질약 ‘푸레파베인’을 내놔야 했다. 
 
치센은 지난해 코리아리서치가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최초 인지도(TOM)가 34.2%로 나타나 전년 대비 75% 성장했다. 이는 치질약 인지도 중 1위에 해당하는 것이다.
 
치질약 시장은 2016년만 하더라도 전체 규모가 10억원 정도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디오스민제제만 하더라도 85억원 안팎으로 커졌다. 좌약이나 연고 중심이었던 치질약 시장에 먹는 약이 점유율을 역전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이에 제약업계에서는 후발주자들의 정제형이 캡슐형 치센을 견제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 품목허가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디오스민’을 주성분으로 품목허가를 받은 의약품은 총 16개 품목이다. 이 가운데 정제형은 13개, 캡슐형은 3개 품목으로 확인됐다.
 
올들어 현재까지 제품을 허가받은 곳은 메디포럼제약, 유유제약, 한미약품, 하나제약, 제일헬스사이언스, 마더스제약, 아이큐어, 초당약품, 라이트팜텍, 킴스제약, 더유제약, 대웅바이오, 우리들제약, 에이프론제약 등 14곳이다. 이중 캡슐로 허가를 받은 업체는 우리들제약, 마더스제약, 메디포럼제약 등 3곳이다. 이 중 우리들제약과 메디포럼제약은 캡슐과 함께 정제형도 함께 허가받았다.
 
제약사 관계자들은 정제형 품목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로 빠른 효과와 복용 편의성을 꼽는다. 또 가격이 싸다는 장점도 있다.
 
‘디오스민’의 경우 식물 유래 성분으로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높으며 고용량 복용에서도 위험성이 적은 편에 속한다. 따라서 캡슐 제제가 300mg 용량을 유지하는 데 반해 정제는 상대적으로 용량을 쉽게 높일 수 있고, 고용량을 섭취해 빠른 효과를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후발주자들이 정제형 치질약으로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지만, 기존 제품들이 가지고 있는 아성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치질약 시장에서 동국제약 ‘치센’의 입지가 굉장히 탄탄하다”며 “익숙한 약을 쓰지 새로운 걸로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의 이런 인식을 깨려면 관심과 선택을 이끌어낼 수 있는 똑똑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에 따르면 치질은 인구 75%가 경험할 만큼 흔한 질환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발표 자료를 보면 2018년도 치질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65만명으로 해마다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2017년 주요 수술통계에서 치질 수술 건수는 19만9000여건에 달한다.

김범규 중앙대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평소에도 항문 주위를 깨끗하게 씻고 잘 말리는 게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며 “비누 사용을 자제하고 물로 씻는 게 좋다. 통풍과 흡수가 잘되는 면 내의를 입는 걸 추천한다. 콜라·커피·맥주·땅콩·우유·초콜릿 등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을 되도록 삼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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