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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은 독감접종 사망사고, 이번에도 ‘신성약품 유통분’?
  • 김지예 기자
  • 등록 2020-10-20 18:09:36
  • 수정 2020-10-22 18: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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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령바이오파마 “무료접종 분으로 신성약품 유통 추정” … 전문가들, 유통 문제된 백신 폐기해야
신성약품이 유통한 백신을 접종한 청소년이 16일 사망한 가운데 20일 사망한 70대 노인 역시 신성약품이 유통한 국가조달물량 백신으로 접종했다는 추측이 나왔다.
기저질환이 없는 10대 청소년이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하는 사건이 발표된 지 하루 만에 전북 고창에서도 백신을 접종한 70대가 숨진 채 발견됐다. 청소년은 신성약품 유통 백신을 맞은 것으로 확인되며, 70대 역시 제조사는 다르지만 국가조달 물량으로 신성약품이 유통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추정됐다. 앞서 유통과정 중 상온노출과 백색입자 발생 등으로 논란을 빚은 바 있는 독감백신에서 연이어 사망사고까지 일어나자 접종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북 고창서 70대 백신 접종 70대 노인 사망, 인천 청소년에 이어 두 번째
 
전북 고창에서 백신을 접종한 70대 노인이 숨진 채 발견됐다. 20일 전북도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35분께 고창군 상하면 한 주택에서 A씨(여·78)가 숨진 채 쓰러져 있는 것을 이웃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전날 오전 8시30분께 지역의 한 의원에서 독감백신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도 보건당국은 “A씨 사망과 백신 접종과의 연관성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며 구체적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 관계자는 “사망자는 생전에 고혈압약을 복용하는 등 몇몇 지병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현재까지 독감백신 접종이 직접적 사망원인이라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사안을 질병관리청에 보고하고 다른 백신접종자에 대한 이상 유무를 확인 중”이라고 덧붙였다.
 
A씨 사망은 질병관리청이 인천지역의 청소년이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했다고 19일에 발표한 지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라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인천 지역의 17세 고등학생 B군이 지난 14일 의료기관에서 독감 백신을 무료 접종한 후 이틀 뒤인 16일 사망했다고 알렸다. 
 
B군은 평소 알레르기비염 외에 특별한 질환을 앓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당국이 B군 가족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당시 이미 숨진 상태였으며 시반(사후 혈액이 아래로 쏠려 시신에 나타나는 반점)과 강직현상이 나타났다고 알려졌다.
 
경찰은 시신을 부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백신 접종과 사망 간 관련성은 적을 것 같아 보이지만, 사인은 미상"이라는 취지의 1차 구두 소견을 전달받고 추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질병청은 B군에 대한 부검 등 정밀조사를 거쳐 정확한 사인을 파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연이은 독감백신 안전성 논란, 공통분모에 신성약품 유통
 

B군이 접종한 백신은 국가조달물량 백신으로 신성약품의 컨소시엄 업체에서 배송한 제품이다. 질병청은 “유통과정 상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백신”이라고 강조했다.
 
A씨가 접종한 백신은 보령바이오파마가 생산한 보령플루Ⅷ 테트라백신주(제조번호 A14720016)로 파악됐다. 보건당국은 이 백신은 상온 노출로 효능 저하 우려가 제기되거나 백색 입자가 검출된 제품은 아니라고 밝혔다. 인천에서 사망한 10대 B군이 접종한 백신과도 다른 제품이다.
 
하지만 A씨는 신성약품에서 유통한 국가조달물량 백신을 접종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무료접종 분 중 노인, 13~18세 이하 청소년의 독감백신은 현물로 공급된다. 6개월~만 12세 이하 소아, 임산부, 지자체 지정자의 독감백신은 병원에서 개별 구매하고 접종한 후 비용을 돌려받는다.
 
백신을 생산한 보령바이오파마 측은 “우리가 직접 납품한 물량이 아니라서 파악도 하지 못하고 질병청의 발표를 기다리는 중”이라며 “A씨의 연령상 국가조달물량 접종 대상자로 신성약품이 유통한 백신을 접종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신성약품은 올해 백신 국가조달물량 공급 업체로 선정돼 정부가 각 의료기관에 제공한 백신의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달 백신을 배송하는 과정에서 냉장차의 문을 열어놓거나 제품을 바닥에 내려놓는 등 '냉장유통'(콜드체인) 원칙을 지키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질병청은 금년도 무료백신사업 시작 전날인 지난달 21일 밤 사업 일시 중단을 선언하고 문제가 된 유통분을 전량 수거해 조사에 착수하는 등 곤혹을 치렀다.
 
이후 한국백신사의 독감백신 '코박스플루4가PF주'에서 백색입자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접수되면서 백신 안전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일었다. 이때도 문제가 된 백신 61만5000개 중 55만6000개가 신성약품이 유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백신 탓 단정 어려워, 고위험자는 미루지 말고 접종해야 … 백신 관리시스템 정비 필요

연인은 사건으로 무료 백신 접종 대상자인 영유아와 노인들이 접종을 미루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무료 접종을 실시하는 전국 일선 보건소와 병·의원에 문의 전화가 급증했다.
 
보건당국과 의료 전문가들은 아직 이들의 죽음이 독감백신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특히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가 유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위험군이 독감백신 접종을 미루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정 청장은 “예방접종 후에 특별한 특이사항이 없었고 일정 시간이 지난 이후에 사망으로 확인됐다”며 “부검을 통해 사망원인을 먼저 규명하는 게 필요한 상황이고, 동일한 백신을 접종하신 분들에서 이상반응 여부를 조사하고 있는 상황인데, 아직까지는 이상소견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사망 사건들이 백신 때문이라고 단정하긴 아직 이르며 부검 등 조사결과를 기다려봐야 한다”며 “고령자‧임산부‧기저질환자 등 코로나19 고위험군은 반드시 독감백신 접종을 맞는 게 좋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독감백신에 의한 부작용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은 낮다”며 “부검 결과를 예의주시해야겠지만 지금과 같은 코로나19 상황에서는 독감백신 접종을 미루면 안 된다”고 동의했다.

독감백신, 사균 불활화백신 특성상 위중한 부작용 없어 … 아나필락시스 아니면 길랭-바레증후군 유발


또 백신이 심각한 사망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확률이 낮다고 봤다. 정 청장은 “백신 접종으로 인한 인과관계가 확인된 사망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증 이상반응인 경우 대부분 아나필락시스 등 접종 직후에 일어나는 부작용이거나, 접종 이후에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나타나는 길랭-바레증후군은 사망이 아닌 다른 임상 소견을 보이기 때문에 이번 사례는 아직 인과관계를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는 특정 식품, 약물 등 원인 물질에 노출된 뒤 수 분 혹은 수 시간 이내에 전신적으로 일어나는 중증 알레르기반응이다. 길랭-바레증후군(Guillain-Barre syndrome)은 감염 등에 의해 유도된 항체가 말초신경을 파괴해 마비를 일으키는 희귀 신경계 질환이다.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알레르기 과민 반응 증상으로, 독감 백신 생산 시 쓰이는 계란 단백질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경우 발생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백신의 정제 기술이 좋아지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

길랭 바레 증후군은 대표적인 알레르기성 신경병증의 하나로 바이러스 감염이나 백신을 통해 생성되는 항체가 중추 신경계에 염증반응을 일으켜 발생한다. 감염 후 10~14일 정도 후 다리부터 마비 증상이 발생한다.

건강한 상태라면 길랭 바레 증후군이 걸리더라도 수개월이 지나면 자연 회복 된다. 다만 노년층의 경우는 사망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2009년 10월 국내 독감 백신을 접종 받았던 만 65세 여성이 밀러 피셔 증후군(길랭바레 증후군의 아형)으로 흡인성 폐렴이 발생, 사망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이 경우도 마비증상 등이 한참 후에, 전조 증상처럼 나타나 이를 통한 사망에 이르렀다고 보긴 어렵다는 평가다.

엄중식 교수는 “독감백신의 주성분은 죽어 있는 균체의 단백질로, 사백신 불활성화 백신은 사망과 같은 중증의 심각한 이상반응을 일으키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지금까지 알려진 백신 부작용은 대부분이 국소적이고, 열이 나더라도 경미하거나 짧은 시간 내 호전된다”고 말했다. 이어 “백신이 유통 과정이나 관리하는 과정에서 변질된다고 하더라도 사망과 같은 중증의 이상반응이 생길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들이 안심하기 위해서라도 지금의 백신 유통은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우주 교수는 “안전성 측면과 신뢰성 측면을 모두 고려해서라도 문제가 된 곳의 유통 백신을 전량 수거해 폐기하고 안전한 새 백신을 공급해야 한다”며 “백신의 유통공급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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