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료‧급식비 높게 책정 … 공정거래법, 지방계약법, 사립학교법, 공익법인설립법 등 위반 의혹
‘계열사 일감몰아주기’의혹을 받고 있는 받고 있는 삼성서울병원이 상당수 일감을 입찰없이 계열사와 거래한 정황이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고영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산단원갑)이 19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생명 548억원, 웰스토리 291억원, 에스원 287억원, 삼성SDS 241억원 등 2019년 총 1412억원에 이르는 계열사 외부용역 하청이 대부분 입찰없이 진행됐으며, 이중 131억원은 입찰했지만 모두 계열사에 낙찰됐다.
이는 ‘공정한 절차를 거쳐 업체 선정이 이뤄졌다’는 삼성서울병원의 해명과 달라 파장이 예상된다. 고 의원은 수많은 법 조항을 위반한 게 의심된다며 비난했다.
지난 8일 고영인 의원은 국감에서 “삼성서울병원이 올해에만 총 1412억원에 이르는 외주용역비를 삼성 계열사에 지급했다”며 “다른 대형병원에 비해 몇 배나 많은 용역비를 계열사에 지급한 것은 부정한 ‘일감 몰아주기’가 아닌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삼성서울병원은 “보안에 예민한 병원의 특수성 때문”이라며 “예민하지 않은 분야는 공정한 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또 용역비가 다른 병원에 비해 크다는 점에 대해서는 “성균관대 협력병원으로 교수들의 인건비가 용역비로 포함된 것”이라 설명했다.
병원은 고 의원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성실하게 자료를 제공해 해명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16일 고 의원 측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병원이 제출한 자료와 설명이 납득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건물은 비싸게 임차, 전산장비시스템 계약은 자자채 미승인 … 급식은 입찰없이 선정
고 의원은 계열사가 계약을 따낸 1412억원 중 입찰에 붙여진 계약은 131억원으로 9%에 불과했으며 나머지 91%는 입찰 없이 계열사가 일감을 가져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고 의원 측은 19일 자료를 통해 삼성서울병원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삼성생명과 맺은 연간 건물 임차료 548억원에 대해서 1994년 이후 매년 수백억원의 임차료를 지급해 현재까지 지급한 임차료 총액은 건축비 회수액에 달하는 6000억원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생명은 1994년 토지비 1000억원, 건축비 6166억 상당의 지상 20층 지하5층 연면적 15만9639㎡(4만8290평) 규모의 현재 삼성서울병원 본관을 건립했다. 건축비에 비해 비싼 임차료를 지급하면서 계열사에 돈을 퍼 줬다는 게 고 의원 측의 주장이다. 병원과 삼성생명은 2018년 58억원, 2019년 124억원에 이르는 추가 임차 계약을 맺었다.
병원 측이 “보안을 위해 장기간 손발을 맞춰 온 계열사를 선정할 수밖에 없다”던 전산장비스템 운영 위탁관리에도 문제가 드러났다. 삼성SDS가 개원 이후로 이를 독점하고 있는데 지난해 거래액은 241억원이다.
사회복지법인의 경우 지방계약법에 따른 회계를 따라야 하는 규정상 2000만원 이상은 수의계약을 할 수 없고, 예외적으로 정보시스템 유지보수 등 장기계속 계약이 필요한 경우라면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승인을 받도록 지방자치법 제78조에 명시하고 있다.
고 의원 측은 “병원과 재단의 등록관청인 서울특별시에 확인한 결과 삼성서울병원은 개원 이후 수의계약과 관련한 어떠한 승인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1994년 병원 건립 이후 장기 독점 계약을 맺고 있는 것은 환자와 직원의 급식을 담당하고 있는 삼성웰스토리도 마찬가지다. 이 역시 2000만원 이상의 거래를 위해서는 반드시 입찰을 해야만 한다는 법 조항이 있지만 이를 무시하고 급식업체로 선정됐다.
급식 책정 비용도 도마에 올랐다. 대다수 병원에서 하고 있는 병원급식의 입찰계약 방식인 특정 급식 식수당(특정 목적에 맞는 식단과 그에 따른 단가) 예상 금액을 산정해 입찰액을 정하는 반면 삼성서울병원은 총액 식수로 환자식 연간 140만9000식을 114억원, 직원식 224만5000식을 164억원에 계약했다. 이는 인당으로 나누면 환자식은 1식 당 8114원, 직원식은 1식 당 7314원으로 2018년 분당서울대병원 6109원(환자식 기준)에 비하면 33% 높다.
용역비 62%를 차지한 교수 인건비, 사립학교법 시행령 위반 … 총 9개 법률 어겨
타 병원에 비해 용역비가 높은 이유로 거론됐던 교수 인건비 역시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지난 8일 국감장에서 권오정 삼성서울병원 원장은 외주용역비 1789억원 중 1112억원은 교수들의 인건비를 용역형식으로 지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제외하면 다른 병원에 비해 용역비가 결코 높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고 의원은 19일 자료를 통해 “교수들의 인건비를 용역비로 지급하는 것은 사립학교법 시행령 위반”이라고 꼬집었다.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24조의 4(겸직교원의 직무와 보수)항은 ‘협력병원은 겸직교원에 대하여 협력병원의 정관 또는 관련 규정이 정하는 바에 따라 수당을 지급할 수 있다.’고 적시하고 있어 겸직교원의 인건비를 ‘용역비’로 잡아놓은 것은 법적 요건에 맞지 않다.
삼성서울병원 측은 “2015년까지 분리해서 수당으로 지급하다가 개인 세액을 내는 것에 차이가 없다면 한 군데로 몰아주자해서 2016년부터 용역방식으로 지급했다”며 “문제가 있다면 다시 돌리겠다”고 설명했다.
고 의원은 삼성서울병원 일감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위반이 의심되는 법 조항이 △공정거래법 제 23조 2항 부당하게 경쟁자를 배제하는 행위, 7항 부당하게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를 지원하는 행위 △공정거래법 시행령 차별적 취급 중 가격차별, 계열회사를 위한 차별 △공정거래법 시행령 경쟁사업자 배제 중 부당고가매입 △사립학교법 시행령 제24조 4항 겸직교원의 직무와 보수 △사회복지법인 및 사회복지시설 재무·회계 규칙 제4절 계약 △지방계약법 제9조 계약의 방법 △지방계약법 제9조 2항 구매규격 사전공개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25조 수의계약에 의할 수 있는 경우 △지방계약법 시행령 제78조 장기계속계약과 계속 비계약 △공익법인설립법 제14조 감독 등 총 9개가 있다고 주장했다.
고 의원 측은 “삼성서울병원은 한 해 1조원 이상의 건보 재정이 투입되며 의료수입만 1조8000억원에 달하는 200대 상장사 버금가는 매출 규모를 자랑하는 곳인데 매년 손실규모가 수백억원에 달하며 최근 3년동안 1000억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했다”며 “이것이 계열사와의 불공정 거래를 통해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과도하게 일감을 몰아주며 만들어진 게 아닌지 면밀한 조사와 수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고 의원은 감독기관인 서울시, 국세청, 보건복지부가 감독 의무를 방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익적 목적으로 설립된 삼성생명공익재단과 비영리병원을 표방한 삼성서울병원이 계열사 배불리기에 활용된 것이 확인된 이상 공익법인에 대한 감사원 감사, 공정거래위원회의 불공정거래 조사, 국세청 세무조사는 물론 검찰 수사까지 필요한 사항”이라며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계열사 그룹의 최고 책임자임에도 본인이 직접 운영하는 산하 공익법인을 위법하고 방만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