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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시밀러’ 강국 한국, 성장엔 구조적 한계 분명 … 결국 신약개발이 해답
  • 박수현 기자
  • 등록 2020-10-14 06:11:46
  • 수정 2020-10-15 20: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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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년 글로벌 의약품 시장 1조5700억달러, 바이오의약품 4000억달러, 바이오시밀러 200억달러 … 바이오베터로 고부가가치 실현엔 ‘글쎄’
후발주자 계속 늘고, 판매수수료는 40% 육박 … 공장 증축에 수천억원, 한 품목에 年 수십억달러 벌려면 결국 ‘신약’
로슈, 화이자, 존슨앤드존슨 등 글로벌 빅파마와 경쟁하려면 특출한 바이오신약이 필요하다.
국내 ‘바이오시밀러’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바이오시밀러 위주의 사업 구조를 다양한 매출확보가 용이하고, 꾸준한 성장이 가능한 구조로 만들어야한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현재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삼성바이오에피스 등 국내 대형 제약사 3총사 주도의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연평균 24.6%의 성장률을 보이며, 지난해 39조 규모에서 2023년 54조 규모로 늘어날 전망이다.
 
바이오시밀러, 특허 만료된 ‘바이오의약품 복제약’ … 오리지널에 비해 50~70% 낮은 가격
 
바이오시밀러는 호르몬과 단백질을 이용해 인체 내 신호전달체계, 유전자, 수용체, 효소 등를 컨트롤해서 약효를 얻는 바이오의약품(생물학적제제, 생물의약품)의 복제약을 말한다. 처음 개발한 의약품을 오리지널(original)이라 하며, 특허가 만료된 의약품을 구조적으로 동일하게 제조해 만든 의약품을 복제약(generic drug)이라 한다. 화학적으로 합성하는 복제약은 구조식이 동일해 제네릭이라고 하지만 항체, 단백질 등으로 이뤄진 생물의약품은 화학적으로 합성할 수 없고 구조식이 정해지지 않아 따로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또는 바이오제네릭(biogeneric)으로 부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인터체인지블 약품(interchangeable drug)이라고도 한다.
 
보통 다른 미생물이나 세포 등에 유전자나 세포 등을 이식・배양 생산한다. 기존 의약품의 평균 특허 기간 20년이 만료되면 다른 제약회사에서 해당 의약품의 주성분을 복제해 시판할 수 있는데 바이오의약품도 화학의약품과 마찬가지로 가능하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과 비교해 의약품을 생산하는 세포주나 배양조건, 추출 또는 정제 방법 등 생화학적 프로세스가 다르다. 따라서 기존 특허받은 오리지널 생물의약품과 단백질 조성이나 형태가 완벽하게 동일하지 않다. 이에 따라 효능이 달라질 가능성이 있어 반드시 임상시험을 통해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과의 동등성을 증명해야 한다.
 
바이오의약품은 대체적으로 표적 특이성을 가져 합성의약품보다 효과가 뛰어나고 부작용이 적은 게 장점이다. 바이오시밀러는 오리지널과 동일한 효능을 보이면서도 국가마다 다르지만 오리지널보다 10~35% 낮은 가격에 판매돼 소비자와 보험사의 부담을 줄여준다. 흔히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의 50~70%수준으로 약가가 책정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35% 이상 할인되는 경우는 경쟁약이 많거나 경제력이 낮은 저개발국가에서나 해당하는 얘기이다.
 
미국의 경우 약가를 제약사가 알아서 매기기 때문에 시장을 장악하고 다년간에 걸쳐 브랜드를 세우고 처방의사와 끈적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빅파마나 오리지널 회사가 좀체 약값을 내리는 일이 없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수차례 제약사를 압박하고 스티븐 한 미국 식품의약국(FDA) 총괄국장을 통해 바이오시밀러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소비자가 체감할 만하게 제도화된 것은 없다.
 
지난 9월 24일 트럼프가 행정명령으로 캐나다에서 생산 또는 수입된 FDA 승인 의약품에 대해 내국인 회사와 동일하게 전면 수입을 허용한 게 그나마 혁신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지지만 이를 통한 약가 절감 효과는 한창 기다려야 할 전망이다.
 
바이오시밀러는 대체로 희귀질환, 암 등에 집중돼 있어 연간 수천만원을 넘는 고가 오리지널 약제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빈곤층이나 저개발국가 환자들에게 길을 열어줄 수 있다.
 
국내는 셀트리온‧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이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생산, 수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은 셀트리온의 ‘램시마주’(Remsima)로 얀센의 ‘레미케이드주사’의 바이오시밀러다. 2012년 7월에 첫 국내 허가를 받아 크론병, 류마티스관절염, 강직성척추염, 궤양성대장염, 건선성관절염, 판상건선 치료제 등의 국내 적응증을 갖고 있다. 2016년 2월엔 유럽의약품청(European Medicine Agencies)의 허가를 받았다.
 
셀트리온은 이외에도 전이성 유방암 및 전이성 위암에 효과가 있는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인 ‘허쥬마’(Herzuma), 림프종·류마티스관절염·만성림프구성백혈병(CLL) 치료제인 ‘맙테라’(Mabthera)의 바이오시밀러인 ‘트룩시마’(Truxima)도 생산하고 있다.
 
삼성그룹의 바이오시밀러 전문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인 ‘엔브렐’의 바이오시밀러인 ‘브렌시스’(SB4),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인 ‘렌플렉시스’(SB2),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인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인 ‘하드리마’(SB5), 당뇨병 치료제인 ‘란투스(Lantus)’의 바이오시밀러인 ‘SB9’, 유방암 치료제인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인 ‘삼페넷’(SB3)을 생산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바이오신약 고갈 따라 성장 한계 직면 … ‘바이오베터’ 등 모색 해야
 
다만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개발에 고비용, 장기간이 소요되는 바이오신약의 출현이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복제할 만한 빅 히트 제품도 몇 개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바이오시밀러는 특성상 60% 이상 시장을 점유해야 이해타산이 맞지만 그러기에는 제약이 많다”며 “가격 유지도 후발주자들의 등장으로 현상유지조차 어렵다. 연이어 신제품을 출시하지 않는다면 바이오시밀러는 역성장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셀트리온의 경우 개발 및 생산품목이 화학신약이 아닌 바이오시밀러에 치중돼 있다는 점이 경쟁력이 될 수도 있으나 거꾸로 고성장을 지탱하거나 고마진을 유지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높은 수수료에 대한 문제도 직면해 있다. 이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해 정초에 글로벌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 직접 판매에 나선다고 밝혔다.
 
서 회장은 작년 1월 4일 기자간담회에서 “셀트리온의 직접 유통이 가능하다는 확신으로 직판 시스템 구축을 결심했다”며 “해외 위탁판매 업체들에게 많게는 55%, 평균 40%의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는데 이를 절약하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미국과 유럽에 직판체제를 구축했다.
 
또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공장 건설에도 수천억원이 들어간다. 과연 바이오시밀러를 밀고 나가는 게 이득일까. 세계 의약품 시장규모는 파머징 시장 확대 등에 힘입어 연평균 약 6%로 성장, 2023년 약 1조57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그 중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연평균 8.6%씩 성장해 2023년 400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시밀러 시장도 블록버스터급 오리지널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맞물리면서 급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바이오시밀러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18년 140억5800만달러에서 2023년 170억7800만달러로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조사기관에 따라 2023년 시장규모를 200억~500억달러로 잡고 이지만 전체 바이오의약품 시장 규모에 비하면 그리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따라서 중후장대한 공장을 유지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고부가가치 실현이 녹록치 않다.
 
이런 상황 속에서는 국내 바이오시밀러에 주력하는 기업이 로슈(482억달러, 이하 지난해 매출), 화이자(461억달러), 존슨앤드존슨(424억달러 등) 글로벌 빅파마와 경쟁하려면 특출한 바이오신약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혁신신약을 통해 대규모 매출을 끌어모으고 있는 까닭이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처방의약품 매출 1위인 로슈의 ‘허셉틴’으로 60억8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아바스틴’, ‘헴리브라’, ‘퍼제타’, ‘티쎈트릭’ 등 바이오신약으로 2026년까지 연간 254억달러의 추가 매출이 전망된다. 존슨앤드존슨도 블록버스터 신약인 혈액암치료제 ‘다잘렉스’는 2026년 약80억달러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오시밀러 제약사들은 오리지널 신약개발이 어려운 점을 감안, 바이오시밀러보다 더 비싼, 효능을 개선해 가격민감도가 떨어지는 일종의 개량 바이오시밀러인 ‘바이오베터’(biobetter)를 개발하자는 견해도 나온다.
 
예컨대 서정진 셀트리온 기존 바이오의약품 효능과 편의성을 개선한 바이오베터로 부가가치를 더 올릴 수 있다는 주장을 해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유럽에서 ‘램시마SC’가 승인되자 셀트리온은 바이오베터라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 가격 측면에서 1차 치료제(휴미라, 엔브렐, 레미케이드 등)보다 더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이른바 ‘프라임 시밀러’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병원 방문 진료비가 많이 드는 미국과 유럽에서 기존 정맥주사형을 피하주사형으로 변경하면 환자가 매번 병원에 가지 않고 스스로 투약할 수 있다는 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한미약품은 바이오의약품의 약효 지속시간을 늘려주는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를 적용해 바이오베터 ‘롤론티스’(호중구감소증 치료제)를 내놨다.
 
그러나 이런 게 현실화될지도 의문이지만 가능하다해도 몇몇 케이스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잘못된 언론보도에 의하면 바이오베터가 오리지널보다 2~3배 높은 가격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하지만 실상은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보다 30%싸다면 바이오베터는 25% 정도 덜 싼 수준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화학합성이든 바이오의약품이든 당장 혁신적 신약개발에 나서거나, 배짱 있게 천문학적 거액을 들여 유력 파이프라인을 인수할 여력이 있는 국내 제약사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K-바이오가 바이오시밀러나 코로나19 진단키트 같은 작은 성취에 만족하지 않고 글로벌 빅파마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오직 새로운 기전을 갖춘 ‘퍼스트 인 클래스’ 신약을 개발하는 길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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