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영부인 등 특혜의혹 속 마스크 유통업체 선정 … 지오영, 한 달 순마진 64억원~129억원 예상
지오영 재고 쌓이자 여당‧약사회까지 나서 지원사격 … 폭리 취하고 절대 손해보지 않겠다는 심산?
민간사업자로 공적 마스크 약국 유통에 독점적 공급권을 쥐고 큰 매출을 올리면서 마스크 시장 생태계의 ‘최후의 승자’로 불린 지오영‧백제약품이 4300만장에 달하는 재고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약사회는 지오영 컨소시엄과 백제약품 등 공적 마스크를 공급해온 업체들이 물류창고에 쌓인 재고로 인해 경영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도움을 요청해왔다고 11일 밝혔다.
이 두 업체는 약사회로 공문을 보내 공적 마스크 재고 물량이 4260만장에 육박한다고 알렸다. 지오영 3300만장(약 310억원어치), 백제 960만장(약 90억원어치)이다.
이들은 정부의 ‘마스크 긴급수급 조정조치’ 시행에 따라 지난 2월 말 공적 마스크 유통처로 지정된 이래 7월 11일 유통 종료일까지 전국 약국에 공적 마스크를 공급해왔다.
약사회에 따르면 공적 마스크 종료와 마스크 공급량 확대로 저가의 보건용 마스크가 유통되기 시작하자 두 업체는 처리하지 못한 공적 마스크 재고를 창고에 보관하면서 관리비용 누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약사회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 관련 정부 부처에 교육부, 국방부, 지방자치단체 등을 통한 재고분 구매를 독려할 방침이다.
또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재유행에 대비한 정부 비축분 확대, 해외 인도적 지원과 수출 물량 확대 등 신속한 해결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건의하기로 했다.
같은 날인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서울 송파구병)도 “정부가 약 420억원으로 추산되는 재고 물량에 대해 이렇다 할 해소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며 “정부와 지자체 비축 및 공급이나 해외 마스크 원조 시 우선적으로 재고 물량을 처리하는 등 해소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판매 개시 13일만 28~56억원, 마스크 한 품목으로 떼돈 번 ‘지오영’ … 재고에 울상?
공적 마스크 판매처 지오영은 마스크 판매를 통해 어마어마한 이익을 챙겨갔다. 지난 3월 12일 미래통합당 곽상도 의원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지오영컨소시엄이 판매 개시 13일(2월27일~3월10일) 만인 11일 현재 28~56억원의 폭리를 취했다. 하루 2억1000만원~4억3000만원 꼴이다. 한 달이면 최고 64억원~129억원 순마진을 보는 것이다. 이 기간 전국 약국에 공급한 공적 마스크는 총 3738만5000개였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 기획재정부, 조달청이 발표한 마스크 수급 현황에 따르면 지오영 직거래 약국은 전국 2만2500여 곳 중 1만4000여 곳(60%)이며 수급 안정화 대책에 따라 거래 약국을 3000여 곳 더 늘려 총 1만7000여곳으로 확대했다. 나머지 5500여곳은 백제약품이 맡았다.
즉 전체 2만2500여 곳의 약국 중 75%를 지오영컨소시엄이 배송을 담당하고 나머지 25%는 백제약품이 납품했다.
공적 마스크 전제 약국 공급 물량이 하루 평균 약 560만개(3월 9~11일 기준)로 볼 때 지오영컨소시엄은 420만개를, 나머지 140만개는 백제약품이 공급하게 되는 셈이다. 판매 마진도 3대1로 나눠 가졌다.
이같은 통계 근거로 공적 마스크 420만개를 공급하는 지오영컨소시엄이 실제 챙겨갈 몫을 얼마나 되는지 추정 계산해 보면 최근 정부 발표대로 마스크 개당 마진이 100원이라면 하루 순 마진은 4억2000만원, 200원이면 8억4000만원, 한 달이면 126억원(100원 마진)에서 252억원(200원 마진)으로 순 마진을 취한다. 반년이면 마스크 품목 하나로 756억~1512억원을 앉아서 벌어 들이는 셈이다.
월 최고 순마진(200원) 252억원은 2018년 지오영의 한해 순이익 280억원에 육박하는 수치다. 6개월 최고 마진 1512억원은 한 해 순이익의 10.8배 수준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횡재를 본 게 사실이다.
특혜준 것으로 보이는 세력들, 이번엔 나서서 ‘도와줘야한다’고 한 목소리? … ‘밑바닥 민심’과 동떨어져
하지만 돈은 벌 만큼 벌어놓고 이제와서 ‘재고가 많아 경영난에 휩싸였으니 도와달라’며 약사회와 여당 의원이 나서니 대중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앞서 공적 마스크 공급처 지정을 놓고 영부인 연관설 등 특혜 의혹에 휩싸인 바 있기 때문이다.
조선혜 지오영 대표와 문 대통령의 영부인 김정숙 여사, 손혜원 의원이 모두 같은 고교 출신이라는 공통분모로 친분에 의해 지오영이 마스크 유통업체에 선정됐다는 설이 무성했다. ‘조 대표 남편이 문재인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이자 공영홈쇼핑 대표인 최창희씨’라는 소문도 돌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상황인 가운데 지오영의 특혜 의혹은 정권 유착 의혹으로까지 번졌다. 조 회장과 동선을 같이하는 인적 네트워크망 중 특히 스폿라이트 받고 있는 인물인 박명숙 전 지오영 고문(현 약사회 정책기획단장 및 국제이사)가 지난 3월 11일 더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로 최종 선정됐기 때문이다.
박 이사는 지난 1월 지오영 고문직을 던져버리고 정치에 뛰어들었다. 지난 40여 년간 민주화운동, 여성운동, 평화통일운동 등을 전개하면서 엄청난 인맥을 쌓아 온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덕성여대 약대를 나온 박 전 고문의 모친은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를 창립했고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지금도 고문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민주화운동의 주역인 현 정권 실세들과 지오영이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져 나온다.
게다가 박 전 고문의 부군 또한 이재현 현 성균관대 교수(2012년)다. 이 교수는 의약분업 사태 당시 복지부서 근무해 왔고 최근 한국의약품유통협회 산하 정책연구소장에 내정된 바 있다. 공교롭게도 현 한국의약품유통협회장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지오영 조선혜 대표다.
온갖 무성한 의혹에도 불구하고 마스크가 급한 코로나19라는 상황을 이용해 제대로 된 입찰이나 해명조차 없이 날치기 급으로 지오영과 백제약품을 공적 마스크 유통회사로 선정해놓고, 재고가 쌓이자 이제 와서 도와달라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로 하루하루가 힘든 밑바닥 인심과 이반돼 있다는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약사회가 지오영을 특정해 지원해야 한다고 나서는 것을 보면 성분명 처방 등에서 현 정권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현재 힘 있는 약사 출신 여당 국회의원이 많은 것을 약사회 회무에 십분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약사들이 높은 마스크 공급 가격으로 상대적으로 이득을 덜 챙겼는데 ‘왜 저렇게 나서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현 약사회 집행부가 이전 약사회보다 현 정권과 친하다는 걸 말해주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신성약품이 독감백신을 유통하다가 상온 노출 등 실수를 한 것을 보면 역시 지오영이나 백제약품처럼 확고한 전국망을 가진 도매업체가 마스크 유통을 맞는게 합당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남인순 의원도 오늘 보도자료를 내고 ‘두 업체 도와줘야한다. 대책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고 하는 걸 보니 특혜가 아니라고도 할 수 없다.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라고 일침을 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