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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간이식 환자에 ‘백혈구제거 혈액’ 수혈하면 간암 재발 위험 감소
  • 김지예 기자
  • 등록 2020-09-24 17:49:19
  • 수정 2021-06-16 15: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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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지혜·한상빈 삼성서울병원 교수, 5년 사망률 12.2%p 감소… 간이식 환자에 수혈 우선권 줘야
권지혜(왼쪽)·한상빈 삼성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간이식 수술 시 일반 혈액제제 대신 ‘백혈구제거 혈액제제’를 수혈하면 간암 재발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권지혜·한상빈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 마취통증의학과 교수팀은 간이식 후 간암 재발률은 ‘일반혈액’ 수혈 시 1년 후 15.6%, 2년 후 21.6%, 5년 후 33.7%였지만 ‘백혈구제거 혈액’ 수혈 시 1년 후 9.6%, 2년 후 15.6%, 5년 후 18.1%로 2배 가까이 줄었다고 24일 밝혔다.
 
5년 후 사망률도 백혈구제거 혈액 수혈 시 16.7%로 일반혈액 수혈 시 28.9%보다 낮았다.

연구팀은 2008년 3월~2016년 3월에 이 병원에서 간세포암 치료를 위해 간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 중 연구요건을 충족하는 166명을 최대 5년간 추적 관찰했다.

연구팀은 타인의 백혈구가 다량 포함된 일반 혈액제제는 백혈구로부터 면역조절물질이 분비돼 간암 재발 위험을 높이는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혈액이 헌혈 후 수혈되기 전까지 냉장 보관되는 동안 면역조절물질들이 백혈구로부터 빠져나가 혈액제제 내부에 축적된다. 수혈 시 혈액과 함께 환자에게 주입된 면역조절물질들은 면역력을 떨어뜨려 암세포에 대한 저항력을 낮추는 동시에 혈관 내 순환중인 암세포들이 이식된 간을 포함한 폐, 뼈 등 인체 다양한 부위에 붙어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반면 백혈구제거 혈액의 경우 ‘혈액원’에서 혈액제제가 만들어질 때 이미 백혈구가 대부분 제거돼 냉장보관 동안 혈액제제 내부에 면역조절물질이 쌓이지 않는다. 일반 혈액제제의 경우 ‘의료기관’에서 수혈 직전 백혈구를 제거하기도 하지만 백혈구만 제거될 뿐 이미 분비된 면역조절물질은 혈액 내부에 그대로 남게 된다.

단순히 백혈구 제거 여부가 아닌 백혈구 제거 시점의 중요함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는 임상적으로 의미가 크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혈액원의 시설‧인력‧비용 등 문제로 현재 ‘냉장보관 전 백혈구제거’는 전체 적혈구 제제의 15%에 제한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이로 인해 백혈구제거 혈액제제를 사용하려면 필연적으로 경쟁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현재는 면역 저하가 극심한 혈액암환자, 항암치료환자 등에게 우선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지금까지 간이식 환자에서 백혈구제거 혈액제제의 효과에 대해서는 전세계적으로 연구된 바가 없어 우선권을 보장받기 어려운 실정이었지만 이번 연구결과로 간이식 환자도 우선권을 보장받을 수 있는 이론적 근거가 마련됐다.

연구팀은 “이식 당일 및 이식 후 며칠 사이에 환자 체내에 남아 있는 암세포들은 빠르게 전이돼 경과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며 “일반 혈액 대신 백혈구제거 혈액을 사용하면 간암 재발 위험을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 만큼 간이식 환자에게 백혈구제거 혈액 사용 우선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수술 중 환자 본인의 피를 회수해 다시 수혈하는 ‘자가수혈기법’ 역시 적극적으로 적용돼야 한다”며 “자가수혈 없이는 제한적으로 공급되는 백혈구제거 혈액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삼성서울병원 장기이식센터는 이식외과, 진단검사의학과, 혈액은행, 마취통증의학과가 긴밀한 협조 하에 모든 성인 간이식 환자에게 자가수혈기법을 적용하고, ‘냉장보관 전 백혈구제거 적혈구 제제’ 사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혈액사업 중장기 발전계획(2018~2022)을 통해 전체 적혈구제제의 15% 에 머무르고 있는 ‘보관 전 백혈구제거’ 비율을 2022년까지 전면 확대하기로 확정한 바 있어 향후 백혈구제거 혈액에 대한 접근성이 한층 개선될 전망이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이식(Transplantation)’(2018년 기준 IF 4.743)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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