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열 나는 우리 아이, 병원에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의학건강

김지예 기자
등록 2020-09-23 17:42:29
수정 2020-10-04 19:13:52

심하지 않으면 해열제‧미온수로 대처 … 5분 이상, 1일 2회 이상 열성경련은 신경학적 검사 필요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흔하게 겪는 상황 중 하나가 아이에게 열이 나는 경우다. 특히 면역력이 떨어지는 환절기에 부모들은 아이의 열이 단순 감기 때문인지, 다른 질병에 의한 것인지 알 수 없어 곤란한 경우가 많다. 코로나19까지 유행하면서 병원 방문이 조심스러워지는 요즘 이원석 일산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의 도움말로 어떤 경우에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하는지 알아본다.

발열 증상은 신체가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신체 기전으로, 대부분의 경우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고열이 심하거나, 동반 증상이 기침·콧물 등 일반 감기의 유형과 다를 경우에는 병원을 방문,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중요하다.

39도 이하면 경구용 해열제 우선 사용 … 아세트아미노펜계와 부루펜계 사용 가능

아이가 열이 나는 경우에 대처하기 위해 소아의 정상 체온 기준이 몇 도인지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돌 이전 아기의 경우 37.5도 이하, 돌 이후 아이의 경우 37.2도 이하를 열이 없는 정상 체온으로 보지만 아이마다 개인차가 있고 재는 부위에 따라 체온이 조금씩 다를 수 있으므로 평소 체온을 알고 있는 게 중요하다.

‘열이 난다’고 느끼는 발열의 기준은 오전 37.2도, 오후 37.7도 이상이다. 3개월 미만의 영아가 아니거나, 39도 이상의 심한 고열 또는 특이한 신체반응이 없다면 무조건 병원에 방문할 필요는 없다.

아이가 생후 4개월 이상일 경우 체온이 38도 이상으로 올라 힘들어하면 경구용 해열제를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복용 가능한 해열제는 크게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계와 이부프로렌(부루펜)계 두 가지가 있다. 아세트아미노펜계 해열제는 연령과 상관없이 복용 가능하지만, 부르펜계 해열제는 생후 6개월 이상부터 복용하는 게 안전하다.

복용 후에도 열이 떨어지지 않으면 아이가 추위를 느끼지 않는 선에서 미온수로 온몸을 닦아주면 좋다. 하지만 38도 이상의 발열이 48시간 이상 지속될 경우에는 병원을 방문해 발열의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또 생후 3개월 미만의 영아가 열이 날 경우에는 패혈증‧뇌수막염‧요로감염 등의 심각한 원인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아이의 체온이 38도 이상이면 즉시 응급실을 방문하도록 해야 한다.

아이가 열이 갑자기 오르고 전신이 뻣뻣해지며 의식소실을 초래하는 ‘열성경련’은 소아 100명 중 2~3명의 비율로 발생하는 꽤 흔한 질환이다. 대부분의 열성경련은 지속시간이 1분내로 끝나고 발달장애 등 후유증도 없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금방 경련을 멈췄다 하더라도 아이의 상태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으므로 전문의의 진찰을 받아야 한다.

이원석 교수는 “경련이 5분 이상 지속되고 1일 2회 이상 발생하며 경련 시 심한 호흡곤란 혹은 경련 후 마비 증상이 동반되면 뇌전증과 같은 신경학적 질환을 가질 수 있으므로 반드시 신경학적 진찰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동반 증상에 따라 뇌전증, 요로감염, 소아폐렴, 가와사키병 등 의심 … 진단∙치료 받아야

폐렴은 초기 증상이 발열‧기침 등 감기와 매우 유사하다. 감기는 대부분 가벼운 대증치료로 2주 내에 저절로 치유되지만, 폐렴은 증상이 더 오래 지속되고 흉통이나 호흡곤란 등을 보인다. 농흉, 기흉 등 합병증도 발생할 수도 있다. 3일 이상 고열이 계속되면서 가래와 기침이 심하거나, 호흡수가 평소보다 많이 빨라지거나, 갈비뼈 사이와 아래가 쏙쏙 들어가는 흉부당김 증상이 있다면 폐렴을 의심해봐야 한다.

요로감염은 대개 발열 외에 다른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배뇨통이 있거나 소변 냄새가 평소와 다를 수도 있다. 설사 등 배변 이상이나 복통이 동반되기도 한다. 요로감염을 방치하면 신장 감염, 패혈증 등 합병증이 뒤따르기 때문에 다른 증상 없이 발열 증상만 지속된다면 유소아의 경우 반드시 소변검사를 받아야 한다.

소아 발열질환인 ‘가와사키병’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이 병은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어린이 괴질’로 의심받았던 질환 중 하나이기도 하다. 가와사키병은 전신 혈관에 염증이 발생해 열이 나는 급성 열성 혈관염의 일종으로 다양한 모양의 피부발진, 결막충혈, 손발가락 끝의 부종과 홍반, 임파선염, BCG 접종 부위의 발적 등이 동반될 수 있다. 대개 고열과 함께 증상이 3가지 이상 나타나지만 10~15%의 환자는 고열 외에는 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거나 한 두가지만 관찰되기 때문에 진단이 어렵거나 애매한 경우가 꽤 많다.

가와사키병이 무서운 이유는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관상동맥류, 관상동맥류 파열, 협심증, 급성 사망 등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이 교수는 “만약 아이에게 5일 이상 39도 이상의 발열과 함께 발진, 결막충혈 등의 관련 증상이 동반된다면 가와사키병을 의심하고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정밀진단을 받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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