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 15 품목 임상 중 1상 3건, 2상 10건, 연구종료 2건 … 외자사 8건 … 백신은 2종 임상 중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개발 중인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은 총 23건이다. 18일 기준 국내서 진행되는 임상시험들로 현재 15건이 완료됐거나 진행 중인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전날 셀트리온은 개발 중인 코로나19 중화항체 치료제 ‘CT-P59’가 임상 2·3상 시험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25일 착수한 1상을 마치고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2·3상을 올해 안으로 마칠 예정이다.
2상 임상시험에서는 3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적절한 투여 용량과 치료 효과를 탐색한다. 이후 확인된 용량을 바탕으로 유효성과 안전성 확증을 위한 임상 3상을 720명 대상으로 진행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1상 결과 CT-P59 투여에 따른 안전성과 내약성이 확인돼 다음 단계의 임상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은 CT-P59의 글로벌 임상시험을 위해 한국을 포함한 미국, 스페인 등 6개 국가에 임상시험계획을 제출했으며, 향후 최대 12개 국가에서 1000여명 이상의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실시해 올 연말까지 이들에 대한 중간 결과를 확보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이와 함께 올해 안으로 밀접 접촉자와 무증상 확진자에 항체치료제를 투여했을 때의 감염 예방효과를 확인하는 ‘예방 임상시험’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향후 글로벌 임상 2상 결과와 코로나19 상황에 따라 기준을 충족할 경우 식약처와 사전 협의를 거쳐 조건부 긴급사용승인을 신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셀트리온은 이달부터 대량생산시설에서 공정검증 배치 생산을 시작했으며 앞으로 국내외 시장에서의 치료제 대량 공급에 대비해 기존 제품 재고 및 생산계획을 조정할 계획이다.
셀트리온과 함께 국책사업의 하나로 혈장치료제 ‘GC5131’를 개발하고 있는 GC녹십자는 현재 2상을 진행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2상이 끝나며 바로 3상으로 이어져 연말에는 상업생산이 가능할 전망”이라며 “만약 긴급사용이 허가되면 의료기관에서 즉각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혈장 확보가 관건이다. 혈장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액 내 항체 및 면역글로블린을 농축해 만드는 의약품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완치자 2642명이 혈장을 공여하는데 동의했으며, 그중 1957명은 채혈을 마쳤다.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는 방식으로는 혈장치료제·항체치료제 등 신약을 개발하는 방식과 기존 약물을 코로나19 치료제로 활용하는 약물 재창출 방식이 있다.
국내 23건 중 3건 신약, 20건 약물재창출 … 종근당·부광약품·대웅제약 등 기존약 신규 적응증 탐색
셀트리온과 GC녹십자, 국산 백신인 제넥신의 ‘GX-19’를 제외하면 나머지 개발사는 약물재창출 방식으로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부광약품은 B형간염 항바이러스제 ‘레보비르캡슐’(성분명 클레부딘 clevudine)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지난 5월부터 고려대 구로병원, 고려대 안산병원 등 8개 대학병원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종근당은 파종성 혈관내응고증과 급성췌장염 증상 개선에 사용되는 ‘CKD-314’(나파모스타트 nafamostat)를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지난 6월 한국원자력의학원 원자력병원과 함께 코로나19 폐렴으로 진단받아 입원 환자 대상으로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EC-18’의 임상 2상을 지난 5월 승인받고, 인하대병원 등 5개 의료기관을 통해 환자 등록을 진행 중이다.
신풍제약은 말라리아치료제 ‘피라맥스정’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하기 위한 2상 시험 대상자를 세브란스병원 등 9개 병원에서 모집하고 있다.
대웅제약도 지난 8월 췌장염 치료제 ‘카모스타트’로 코로나19 치료제의 국내 2상을 시작하고, 오는 10월 의료현장에서 제한적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한국파스퇴르연구소의 연구 결과 카모스타트는 코로나19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결합해 세포 침투 능력을 억제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류마티스질환 및 말라리아 치료제인 에릭슨제약 ‘옥시크로린정’과 한림제약 ‘할록신정’의 경우 공식 승인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치료제의 의학적 효용성을 인정받고 의료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다.
정부는 의료계 의견을 반영해 ‘이뮤노글로불린’(IVIG), ‘히드록시클로로퀸’, ‘에이즈바이러스 치료 복합제’(HIV), ‘칼레트라’(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 면역증강제 ‘인터페론’과 ‘리바비린’(단독 투여 권고 안됨), 항바이러스제인 ‘오셀타미비르’‧‘자나미비르’ 등에 급여를 인정했다.
이 중 히드록시클로로퀸 성분인 ‘옥시크로린정’과 ‘할록신정’이 임상시험을 완료했으나 미국에서도 지난 6월 15일 이 성분의 긴급사용승인이 철회됨에 따라 사실상 신약으로서 적응증을 추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코로나19 약물 창출 … 글로벌 임상 총 1335건 ‧ 국내 임상 23건
코로나19 백신 및 치료개발을 위한 글로벌 임상시험 건수가 1335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ClinicalTrials.gov에 신규 등록된 코로나19 관련 ‘약물 중재 임상시험’(Drug Interventional Clinical Trials)은 모두 1335건이다.
전체 임상시험 1335건 중 치료제 관련 임상시험은 1252건, 백신 관련 임상시험은 83건으로, 지난 6개월간 전체 임상시험은 23.8배(56건→1335건), 치료제 관련 임상시험은 23.6배(53건→1252건), 백신 관련 임상시험은 27.7배(3건→83건) 증가했다.
연구 주체별로는 국가 공중보건 위기대응을 위한 공익 목적의 연구자 임상시험은 26.2배(32건→837건), 제약사 임상시험은 20.8배(22건→458건) 증가했다. 이는 연구계와 산업계가 코로나19 완전 극복을 위한 치료제·백신 개발에 집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을 활용한 혈장치료제 임상시험은 지난 6개월간 44배(3건→132건) 증가했으며, 이중 123건(93.2%)이 연구자 임상시험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복기 환자 혈액에서 발견되는 항체를 활용하는 중화항체 치료제 임상시험은 지난 6개월간 29배(1건→29건) 늘었다.
식약처가 승인한 코로나19 관련 국내 임상시험계획은 9월 18일 기준 전체 23건으로, 이중 치료제 관련 임상시험은 21건, 백신 관련 임상시험은 2건(제넥신, 이노비오)이다.
치료제 임상시험 21건 중 연구자 임상시험은 8건(38.1%), 제약사 임상시험은 13건(61.9%)이다. 백신 임상시험 2건은 모두 제약사 임상시험으로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