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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개발 앞당기는 동물실험 … 윤리적 딜레마 해소 못하나
  • 박수현 기자
  • 등록 2020-09-08 21:27:09
  • 수정 2020-09-14 02: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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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희생된 동물 371만마리 … 연구성취욕에 무자비한 동물 사용 남발, 유전자 변형동물 대체 사람 세포주 개발 중
인류는 과학‧의료 기술 발전을 위해 수많은 분야에서 동물실험을 시행하고 있다.
인류는 과학‧의료 기술 발전을 위해 수많은 분야에서 동물실험을 시행하고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의 근본적 해법을 제시할 치료제·백신도 신속한 개발을 위해 ‘실험동물 모델’이 희생되고 있다.
 
실험동물 모델은 공급회사를 통해 개발‧번식‧공급되는데, 오로지 실험을 위해 태어나 고통을 수반한 실험이 끝나고 나면 대부분 안락사 대상이 된다.
 
동국대는 지난 7월 14일 전립선 세포주를 활용해 국내 최초로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러나 기술이 입증될 때까지 동물실험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사람 대신 동물을 구하느냐, 동물실험을 대체할 방안이 나와도 신뢰할 수 있겟느냐 등 논쟁은 계속될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이 다른 생명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는 깊이 성찰해야 할 주제다.
 
국내 코로나 백신‧치료제 개발 그 뒤엔 원숭이 14마리 … 실험 후엔 살처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따르면 14마리의 원숭이가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 개발 과정에 활용되고 있다. 연구원은 약 1800마리의 원숭이를 보유하고 있지만, 생물안전 3등급 시설에 설치된 케이지(실험용 우리)가 14개여서 한 번에 최대 14마리만 실험이 가능하다.
 
연구원 측에 따르면 제약사 당 6마리 정도가 실험에 이용되고, 1개월 정도가 걸린다. 치료제 후보물질 실험의 경우 원숭이에게 코로나 바이러스를 감염시키고, 치료제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백신 후보물질의 경우 실험용 원숭이에게 백신을 먼저 맞힌 뒤 코로나에 감염시켜 효능을 확인한다. 이후 실험에 이용된 원숭이는 살처분된다.
 
한국실험동물학회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국내외 통틀어 사용된 실험동물은 총 371만2380마리였으며, 설치류(322만4682마리), 어류(233만943마리), 조류(189만405마리), 기타 포유류(32만591마리), 토끼(27만001마리), 원숭이류(3만817마리), 양서류(839마리), 파충류(102마리) 순으로 사용됐다.
 
제약회사의 실험동물 사용 관리 … 갈 길 멀어보여
 
치료제 개발에 일등공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실험동물은 과연 관리는 잘 되고 있을까. 반려견 가구 1000만 시대라지만 제약·바이오 연구현장에서 동물이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최근 발생했다.
 
인터넷 탐사보도 전문매체 ‘셜록’이 보도한 서울대병원 ‘고양이 실험’ 기사다. “귀 망가뜨리고 방치 … 서울대병원 수상한 고양이 실험” 제하의 기사를 시작으로 병원의 실험동물 관리 실태를 연속 보도했다. 서울대병원 등 전체 동물실험의 43% 가량을 차지하는 대학실험실이 관리 사각지대로 지적되고 있다. 동물권을 보장하자는 취지의 여러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지만 통과는 요원해 동물권 실현은 갈 길이 멀어 보인다.
 
20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간사였던 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실험동물법 적용 대상에 대학기관을 포함하는 등 실험동물 보호 강화 내용을 담은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실험동물법 개정안)’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동물실험 종료, 중단된 실험동물 분양 근거, 동물실험 최소화를 위한 동물실험 미실시 제품 표시, 실험동물운영위원회 구성·운영에 대한 지도·감독 규정 등이 포함됐다.
 
한 의원은 당시 동물보호법도 일부 정비해 재발의했다. 동물학대자의 소유권 박탈, 실험동물법상 등록되지 않은 자로부터 공급받은 동물의 실험 금지, 윤리위원회의 통보 의무 강화, 학대행위자의 상담·교육 및 심리치료 권고 등이 담겼다. 그러나 법안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법적 근거가 확실해야 시스템을 정비할 수 있지만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실험동물이 함부로 취급되는 이유는 어느 한두 명의 비정한 연구자 때문이라기보다 학계의 시스템 탓이 크다. 실험동물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구할 수 있고, 데이터를 빨리 만들어서 논문을 쓸 작정인 연구책임자(Principle Investigator, PI)나 그에게 시달리는 비정규직 연구원에게 동물권을 따질 여유가 있을리 만무하다. PI는 교수, 학자일수도 있지만 연구 프로젝트에서 성과를 올려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소기업 사장의 측면도 있다.
 
실험동물 위한 사회적 움직임 시작 … ‘실험 종류’ 제한법 추진 및 대체기술 개발
 
한국실험동물학회는 동물실험시설 운영자의 책무에 동물실험 3R 원칙(Replacement, Reduction, Refinement)을 담았다. 동물실험에 사용할 수 있는 동물의 종류를 한정하는 법안의 의견 조회를 오는 14일까지 진행한다. 동물실험을 대체하고, 줄이며, 개선하자는 게 핵심 원칙이다.
 
지난달 14일 한정애 의원이 대표 발의한 실험동물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은 동물실험에 사용할 수 있는 동물을 규정하고 규정 위반 시 벌금 조항을 신설한 게 특징이다.
 
이번 실험동물법 개정안은 동물실험에 이용할 수 있는 동물을 마우스(mouse), 래트(rat), 햄스터(hamster), 저빌(gerbil, 사막쥐), 기니피그(guinea pig), 토끼, 개, 돼지, 원숭이, 그밖에 식약처장이 고시하는 동물로 제한했다. 이를 어기고 다른 동물을 실험에 이용할 경우 2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조항도 신설됐다.
 
실험동물을 대체할 기술도 개발 중이다. 박유헌 동국대 식품생명공학과 교수팀은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과 공동연구를 통해 동물실험을 대체하면서도 체내호르몬교란물질(내분비계장애물질, 환경호르몬)을 찾아낼 수 있는 시험법을 개발했다.
 
박 교수는 이 시험법이 국내 최초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분비계장애물질 검색시험 가이드라인으로 공인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새 시험법은 인체 전립선 세포주를 이용해 세포주 안의 남성호르몬인(안드로겐) 수용체와 결합해 안드로겐 작용을 교란시키는 화학물질을 판별할 수 있게 해준다”이라며 “기존 동물실험을 대체해 실험 비용을 절감할 뿐만 아니라 실험동물의 희생에 대한 윤리적인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박 교수는 이밖에 환경호르몬을 판별할 수 있는 다수의 동물대체시험법을 개발해 국제공인화를 추진 중이다. 그는 생활화학안전연구단을 이끌며 다양한 생활환경 내 화학물질 안전관리를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H제약사 관계자는 “당장은 아니겠지만 미래의 과학 연구는 유전자를 변형시킨 동물모델을 동원하지 않고 사람에서 유래한 세포를 이용해 차세대 기술을 이용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누구의 생명이 상위라고 말할 수 없다. 생명체를 어떻게 다뤄야할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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