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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신중론’ 대두 … 부작용부터 정치 개입 논란까지 ‘우려사항’ 첩첩
  • 박수현 기자
  • 등록 2020-09-07 21:10:00
  • 수정 2020-10-08 22: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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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신 개발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이상인데 미국‧중국‧러시아 ‘긴급승인’ 발표 … 거품 걷어내고 알짜배기 찾아내야
전문가 “백신개발, 속도 중요치 않아” … 안전선‧유효성 입증되지 덜 된 치료제, 섣부른 도전에  ‘쓴맛’
마구잡이 백신 공급 정책 의도는  ‘도박’ … 백신 승인 서두르는 트럼프 행정부 ‘정치적 의도’  다분


세계 주요국들이 치료제·백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임상 과정을 일반 신약개발과 비교해 크게 단축하고 있는 상황이 벌어져 논란과 우려가 크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확산에 전세계 유수 제약사들이 백신과 치료제(항바이러스제)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그 결과 ‘미국 FDA 코로나19 혈장치료제 긴급 승인’, ‘중국 임상시험 중 백신 긴급사용 승인’, ‘러시아 임상 단계 코로나19 백신 세계 최초 등록’ 등 각국이 경쟁적으로 치료제·백신을 승인해주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마음껏 외출하지 못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계인들에게 코로나19 관련 신약개발 뉴스는 반가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의료 전문가들은 빠른 백신의 출시에 우려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임상 3상도 치루지 않은 상태에서 보급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때문이다.

걱정되는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신약개발 뉴스에 제약회사에 주가에는 거품이 끼고 과평가된 주가에 뒤늦게 승차한 개미 투자자들의 막대한 손해가 예상된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에게는 이런 뉴스의 향방이 표를 가르게 될 전망이다. 뒷감당은 나중 일이고 우선 선거에서 이겨야 하기 때문에 코로나19 백신 또는 치료제 개발과 관련, 진전된 소식을 유권자에게 전하고픈 욕구에 생명에 직결된 의약품 개발이 본령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따라서 원리원책대로 ‘돌다리도 두들겨가며 건너는’ 자세로 신약개발 사안을 바라보고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탈리도마이드’ 개발의 뼈 아픈 역사 기억해야
독일 제약사 그루넨탈은 1957년에 탈리도마이드를 걱정, 불면, 동요병(멀미)를 덜어주는 일반약으로 내놔 큰 인기를 얻었으나 임신 여성의 입덧방지제로 쓰이면서 단 한 알이라도 복용하면 단지증(短指症), 눈과 귀의 결함, 비정상적 심장발달 등 기형아가 태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MBC ‘서프라이즈’ 영상 캡처.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길리어드사이언스의 ‘렘데시비르’을 긴급사용승인하면서 세계 최초의 코로나19 치료제임을 강조했다. 중국은 국영 제약사 시노팜이 임상시험 중인 백신을 승인하기도 전에 의료인 또는 군인 등 수만명에게 접종해 논란을 빚고 있다.
 
러시아는 자체 개발해 성공한‘스푸트니크 V’백신을 지난달 11일 세계 최초 승인하고 양산에 돌입했다. 일본의 경우 도야마화학이 신종인플루엔자 치료제로 개발한 ‘아비간’을 승인하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의료진에게 처방을 권장하고 있다. 오히려 지난달 러시아,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 인구 대국 4개 나라에서 아비간이 정식 승인돼 시판을 시작했거나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뉴스에 “졸속 승인”이라며 “안전성과 유효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부작용을 우려하고 나섰다.

섣부른 신약 승인으로 가장 뼈아픈 기억은 사상 최악의 부작용으로 꼽히는 ‘탈리도마이드’ 사건이다. 입덧 방지용으로 나온 이 약물은 발매 뒤 태아의 기형을 초래한다는 사실을 전세계에서 1만2000명의 기형아가 태어난 뒤에야 알게 됐다. 입덧을 막는 효과뿐 아니라 혈관 생성을 억제하는 효과가 태아에게 영향을 미쳐 손, 발이 자라지 못하게 한다는 것을 나중에야 파악한 것이다.
 
탈리도마이드 사건은 이후 의약품 부작용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사례로 종종 언급되고 있다. 당시에는 신약개발 관련 부작용을 사전에 파악하는 기술이 부족했지만 지금처럼 과학기술이 더 발전한 시대에 이같은 역사적 실패 사례를 보고도 시급성을 앞세워 완벽하게 임상시험을 치루지 않은 백신을 대중에게 공급하는 것은 ‘위험한 도박’이라는 지적이다.
 
‘묻지마 승인’ 과도한 전쟁 … 정치적인 의도 또는 사적인 관계 때문? 
코로나19 백신을 먼저 개발하려는 미국·중국·러시아 간 경쟁이 치열하다.
일반적으로 백신을 개발하는 데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이상 걸려 코로나19 초기에는 단기간에 백신을 개발하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우세했다. 하지만 세계 주요국들이 치료제·백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면서 임상 과정을 일반 신약개발과 비교해 크게 단축하고 있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1상을 마치면 2상을 별도로 하는 관례를 깨고 2상과 3상을 동시에 진행하는 2/3상 허가를 내주는 사례가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이런 행보를 두고 언론에서는 ‘정치적 경쟁으로 인한 묻지마 승인’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각 주정부에 오는 10월 말까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준비하라는 서신을 발송해 논란이 일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11월 3일) 이전에 백신이 공급될 것이라고 밝힌 후 CDC 등 관계당국 대응이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
 
지난달 말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유효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혈장치료제를 긴급 승인한 것도 이를 뒷받침 해주는 정황이다. 억울하게도 이런 소식을 과장되게 브리핑한 FDA 수석 대변인인 에밀리 밀러는 임명된 지 11일 만에 자리에서 해임됐다.
 
러시아의 경우 세계 최초 코로나19 백신임을 공표하고 생산에 들어갔는데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가 미국보다 우월함을 입증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주요 절차를 무시하고 백신 등록을 추진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가 정치적인 이유로 이같은 졸속 승인을 밀어붙였다면, 일본의 경우 사적인 관계로 아비간을 밀어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비간의 경우 기형아를 낳을 수 있는 부작용을 안고 있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아비간을 제조하는 후지필름의 회장과 자주 골프를 치고 식사를 하는 등 가까운 사이라는 게 구설에 오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선호되는 방식은 백신의 완전한 임상시험 결과가 나온 뒤 WHO가 개별 약품 효능과 안전성을 사안별로 판단해 공급 여부에 관한 지침을 내리고 각국이 따라주는 것”이라며 “수백만 명에 대한 백신 접종을 너무 서두르면 부작용을 놓칠 수도 있고, 특히 완전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는 경우 집중적인 추적과 안전을 위한 후속 조치가 이뤄져야 하는 등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기존약 코로나19 약물로 용도 변경하려다 죄다 실패 … ‘과학적 허구’에 기대다 망신살  
중증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의 과잉 면역에 의해 유발되는 ‘사이토카인폭풍증후군’을 완화시키는 치료제로 도전 중인 카리오팜테라퓨틱스 ‘엑스포비오’(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아스트라제네카의 ‘칼퀜스’, 얀센의 ‘임브루비카’, 로슈의 ‘악템라주’.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으로 승인된 치료법이 없는 상황에서 제약사들이 기존 약품을 코로나19 약물로 용도 변경하기 위한 작업에 집중했다. 이 붐은 지난 4월에 절정을 이뤘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제일 먼저 아스트라제네카가 테이프를 끊었다. 자사의 ‘칼퀜스’(Calquence, 성분명 아칼라브루티닙 Acalabrutinib)’가 중증 코로나19 환자의 면역과잉 감소에 효과가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임상시험에 착수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뒤를 이어 카리오팜의 ‘엑스포비오’, 존슨앤드존슨의 ‘임브루비카’, 사노피의 ‘케브자라’, 로슈의 ‘악템라’, 릴리의 ‘올루미언트’등이 대열에 합류했다.

각 제약사는 이들 약은 중증 코로나19 환자에서 과잉면역에 의해 유발되는 ‘사이토카인폭풍증후군’을 완화시키는 치료제로 개발하려 했다.
 
결과적으론 이들 약물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예컨대 사노피의 케브자라는 지난 7월 미국에서 중증 코로나19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임상 3상에서 효능평가 기준을 충족하는 데 실패했다.

케브자라는 중등도 및 중증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로 인터루킨 6(IL-6)과 결합해 IL-6의 활성화를 억제하는 단일클론항체 의약품이다. 면역물질인 IL-6은 중증 코로나19 환자의 폐에서 과잉 염증반응인 사이토카인폭풍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증후군은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백신 효과, 정부 백신개발 총력 덕에 실패 가능성 낮을 것이란 예측도”

그렇다고 코로나19 신약개발에 먹구름만 드리워진 것은 아니다. 국내 제약업계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아직 코로나19 백신의 효과는 확실하게 이야기하기 어렵고, 임상 3상을 마친 단계에서부터 논의가 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며 “지금 제약사들이나 각국 정부에서는 백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일반적인 신약보다는 실패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처방이 이뤄질 것이 뻔한데, 신속하게 등장한 백신이나 치료제가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0’가 아니라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다”며 “아직은 조금 더 신중하고,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염 전문가의 말처럼 지금은 ‘마스크 쓰기’나 ‘타인과의 만남 자제’만한 백신이 없는 시기다. 이를 견디며 신약 투여는 아무리 코로나19 상황이 괴로워도 ‘빨리빨리’가 아니라 ‘돌다리도 두들겨 가며 건넌다’는 자세로 의연함을 견지해야 할 때다.
 
정부는 지난 4일 내년 예산 중 국산 백신 및 치료제 개발 임상시험 관련 전주기적 지원에 1707억원을 배정했다. 하지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대선을 의식해 신속한 백신 및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한 초고속 실행계획(Operation Warp Speed)을 밀어붙인 결과 7개 백신 개발사에 최소 120억달러(약 14조원)의 정부 예산을 투입한 것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신약개발의 근본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공세적인 코로나19 관련 신약개발 재정 지원이 나왔어야 하지 않느냐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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