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할리우드 배우 케이트 윈슬렛은 출산 후 요실금 증상을 겪고 있다며 이를 ‘최악의 경험’이라고 고백했다. 요실금은 자신의 의지와 관계 없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소변이 배출되는 것으로 골반 아래쪽에 위치한 골반저근육 약화가 원인이다.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고통은 심각하다. 요실금 증상이 심해지면 소변이 반복적으로 누출돼 자주 속옷을 갈아입어야 하므로 정상적인 사회생활과 개인위생에 영향을 미친다. 또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쉬워 우울증, 대인기피증 등 정신질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치료에 대한 인식 부족과 수치심에 치료를 미루고 방치하다가 병을 더 키우기도 한다. 이사라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요실금 여성 중 상당수가 수치스러움에 병원을 방문하지 않거나 의사가 먼저 물어보기 전 요실금 여부를 밝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요실금 치료는 통계적으로 90%의 완치율을 보이므로 조기발견과 치료가 중요하다. 요실금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본다.
1. 요실금은 여자만 걸린다?
여자는 요도가 짧은 해부학적 구조와 함께 임신, 출산, 골반 내 염증 등으로 남성보다 요실금 발병 위험이 22배나 높다. 발생 빈도는 성인 여성이 35 ~40%, 성인 남성이 2.1~5.7%를 보이지만 노인이 되면 남녀가 비슷해진다.
여성은 남성보다 요도의 길이가 짧고 근육량이 적어 복압성요실금이 잘 생기는 반면 남성은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한 절박성요실금이 흔하다는 차이가 있다.
전립선은 정액을 생산해 요도를 통해 배출시키는 남성의 생식기관이다. 방광의 아래에 위치해 요도를 감싸고 있으며 나이가 들수록 크기가 점점 커진다. 전립선비대증은 전립선의 용적이 과도하게 커져 요도를 압박하고 지연뇨, 단절뇨, 절박뇨, 빈뇨, 야간뇨 등 과민성 방광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초기에는 방광이 예민해졌다가 결국 돌처럼 굳이 소변이 마려운 느낌을 못 느끼게 된다. 심한 경우 소변이 콩팥으로 역류해 신부전을 유발할 수 있다.
2. 케겔 운동으로 예방할 수 있다?
요실금 증상 개선에는 골반 근육을 조이고 풀어주는 케겔운동이 효과적이다. 똑바로 앞을 보고 서거나 의자에 허리를 펴고 앉은 뒤 호흡을 깊이 들이마시면서 골반기저근을 조이는 느낌으로 3초 이상 항문과 요도 주변에 힘을 준다. 이후 숨을 내쉬면서 조인 근육을 풀어준다. 이 때 엉덩이나 복부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다른 부위에 힘이 들어가면 골반기저근이 강화되는 효과가 떨어진다. 하루 30회 정도 실시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3. 꼭 화장실에 자주 가야 요실금?
하루 8번 이상 소변을 보거나, 갑자기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을 찾거나, 화장실에 가기 위해 잠에서 깬다면 요실금을 의심해볼 수 있다. 요실금은 크게 절박성·복압성 요실금으로 나뉜다. 절박성 요실금은 방광신경이 예민해져 발생한다. 소변이 마려운 순간 소변을 참지 못하고 지리는 증상이 나타나고 야간빈뇨 등이 동반된다. 젊은 여성의 요실금은 절박성인 경우가 많다. 복압성은 임신, 출산, 폐경, 비만 등 원인으로 골반근육이 약화돼 발생한다. 기침이나 재채기를 하거나, 줄넘기를 하거나, 무거운 것을 들 때 배에 힘을 주면 요도가 제대로 조여지지 않아 소변이 샌다. 혼합성 요실금은 복압성과 절박성이 함께 나타난다.
4. 완치가 어렵다?
요실금은 약물이나 수술로 대부분 개선할 수 있다. 복압성 요실금일 경우 음부신경을 자극해 요도괄약근을 강화하는 전기자극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나, 인조테이프로 요도를 지지해 복압이 올라갈 때 소변이 새지 않게 하는 수술인 중부요도슬링요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절박성 요실금에는 방광의 수축력을 억제하는 약물을 쓴다. 항콜린성 약물이나 호르몬제 등으로 요실금 증상을 완화한다. 단 약물을 과도하게 사용하면 방광 수축력이 너무 떨어져 소변을 아예 보지 못하는 급성요폐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방광에 직접 보톨리늄 톡신을 주사해 신경을 마비시켜 덜 새게 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주사 6개월 후 효과가 떨어져 다시 주사를 받아야 하는 게 단점이다.
5. 변비와 비만이 요실금 유발한다?
변비는 요실금을 악화시키는 주범이다. 변비가 있으면 변을 볼 때 힘을 줘 복압이 올라가고 방광이 자극을 받아 요실금이 심해진다. 변비를 유발하는 탄수화물 위주의 간식이나 식사 대신에 과일·채소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체중관리도 필수다. 비만하면 복압이 쉽게 상승하고 방광 주변의 신경이 잘 눌려 요실금을 유발한다. 체중을 5㎏ 감량하면 요실금 발생 위험이 10% 감소한다고 알려져 있다.
수영, 조깅, 자전거 등 유산소운동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고 골반근육도 강화돼 요실금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6. 필요하면 생리대를 사용한다?
2018년 국내 40세 이상 여성요실금 경험자 300명에게 대처방법을 물었더니 4명 중 1명이 ‘생리대’라고 답했다. ‘요실금 전용패드·라이너 또는 언더웨어를 사용한다’는 사람은 9.3%에 불과했다.
대신 ‘샤워를 하거나 속옷을 갈아입는다’(49%)는 답변이 절반에 가까웠고, ‘화장지를 덧댄다’(4.3%), ‘화장실을 자주 간다’(0.3%) 등 임시방편을 선택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응답도 11.3%나 됐다.
생리대는 점성이 높고 고형 성분이 많은 생리혈을 흡수하는 데 최적화됐다. 애초 많은 양의 액체를 흡수하는 용도로 설계되지 않아 요실금 증상에 생리대를 사용하면 소변을 잘 흡수하지 못하고 냄새도 많이 날 수밖에 없다. 요실금 전용 제품은 생리대 대비 소변 흡수가 2배 이상 빠르고 소취에도 장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