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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범죄 의사면허 박탈 ‘의료법 개정안’, 통과되더라도 실효성은?
  • 김지예 기자
  • 등록 2020-08-07 14:08:00
  • 수정 2020-09-07 10: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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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대 국회서 좌절 후 6월 재발의, 복지부도 긍정적 반응 … 면허 재교부 법안 유지, 실효성 논란

지난 20대 국회에서 무산된 강력범죄자의 의료인 면허 취소에 관한 의료법 개정안이 최근 발의된 데 이어 과거에 부정적 기류를 보인 보건복지부도 법안에 대한 수용 가능 입장으로 돌아서며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지만 의료법엔 면허를 박탈당해도 재취득할 수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권칠승 의원 ‘의료법 일부개정안’ 발의 … 강력범죄 저지르면 의사면허 박탈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경기 화성병)
지난 6월 22일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의원 12명(박홍근·고영인·이상헌·홍정민·권인숙·맹성규·박정·김영배·김정호·한병도·신정훈 의원)이 살인·성범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들의 의료인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의 ‘의료법 일부개정안’(의안번호 제833호)을 발의했다.
 
개정안의 골자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1항에 근거해 살인·인신매매·강간·추행·강도 등 특정강력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를 ‘의료인 면허’ 취득 결격사유에 추가한다는 내용이다. 개정안엔 면허 취소 및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의사의 성명을 공개한다는 조항도 포함된다.
 
발의를 주도한 권 의원은 “2000년 국민의 의료 이용 편의와 의료서비스의 효율화를 이유로, 의사면허 취소 기준이 의료법 위반에 한정하도록 법이 바뀌었기 때문에 성폭행이나 살인을 저질러도 면허가 취소되지 않게 됐다”며 “현행 의료법에서 면허 규제 대상 범죄는 낙태, 의료비 부당 청구, 면허증 대여, 허위 진단서 작성 등 일부 범죄에만 한정돼 있어 의사가 살인, 강도, 성폭행 등으로 처벌을 받아도 의사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범죄를 저지르거나 중대한 의료사고를 내 면허가 정지 또는 취소돼도 징계 의료인에 대한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같은 자리에서 간판만 바꿔 병원을 계속 운영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재취업하는 등 환자들이 범법 의사에게 진료를 받게 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20대 국회서 소극적이던 복지부, 21대선 ‘수용’으로 입장 변화 … 통과 가능성 높아
 
개정안은 이번에 처음 발의된 게 아니다. 2019년 20대 국회에서도 권 의원이 같은 내용을 발의했다. 권 의원은 2007년 경남 통영시의 의사가 수면내시경 치료를 받으러온 여성 환자를 성폭행해 7년형을 선고받은 후 다른 지역에서 병원을 운영한 사례, 2011년 서울시에서 의사가 여성 환자를 성폭행하고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여전히 환자를 진료하는 사례 등을 소개하며 해당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의료인 성범죄에 대한 공분으로 개정안에 긍정적인 여론이 형성됐으나 법안은 끝내 심사되지 못하고 사라졌다.
 
법안이 통과되지 못한 데에는 의료계가 강력하게 반발한 탓도 있지만 보건복지부 등 여러 관련 부처의 소극적인 태도도 한몫했다. 당시 보건복지위원 전문위원실은 △특정강력범죄경력자를 의료법상 결격사유로 추가하는 것에 대한 우려 △형법상 형의 분리선고 규정 위배 우려 △위반사실 등의 공표에 따른 낙인효과 등을 이유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개정안에 거리를 뒀다.
 
당시 법무부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나, 의료인의 결격사유에 ‘강력범죄’를 추가하고 다른 죄의 경합범에 대해 ‘분리 선고’, ‘위반사실 등의 공표’ 등을 하는 것은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사실상 반대 의견을 밝혔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는 “의료인의 직업적 특수성 및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 특정강력범죄자의 면허를 박탈하자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의료인의 결격사유를 직무 관련 범죄 및 보건의료 관련 범죄로 축소한 의료법 개정의 연혁을 고려해 충분한 사회적 논의 및 합의를 전제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개정안에 힘을 싣지 않았다. 복지부의 이 같은 태도가 개정안 폐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발의된 개정안에 최근 복지부가 ‘수용’ 의견을 밝히면서 21대 국회에서는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복지부는 지난달 2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에서 진행된 해당 법안의 검토보고에서 의료인 면허 박탈대상 확대 필요성을 인정했다. 복지부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직업적 특수성 및 의료인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해 특정강력범죄를 범한 의료인을 결격사유로 추가하는 개정안의 입법 취지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인 행정처분 정보 공개를 통해 범죄의료인 정보를 공표하는 방안은 의료인의 강력범죄를 예방하고 국민이 보다 안심하고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법안 취지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위원회 전문위원실도 “의료행위의 특수성, 대상범죄와 직무수행과의 관련성, 타 전문직과의 형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입법정책적 결정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전문위원실은 “변호사·공인회계사·세무사·변리사·법무사 등의 경우 면허 결격사유를 의료법 개정안에 비해 매우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며 “근거 법률에서 형사범죄의 종류에 제한 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선고유예까지 포함) 일률적으로 결격사유 및 등록취소(제명)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은 여전히 반대 의견을 고수 중이다. 의협은 “헌법상 평등원칙을 과도하게 침해하면서 특정 직업군을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과잉규제”라고 주장했다. 병협은 “의료인의 면허취소·징벌적 공표가 개인 명예실추 등 과도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보건복지위에 전달했다. 간무협도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세부 처벌기준과 강도를 규정함에 있어 의료행위를 담당하고 있는 관련 직종 및 전문가들의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선행돼야 할 필요가 있다”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면허 박탈 3~5년 후엔 재교부 가능, 면허 전 의대생·수련의는 타격 없어 실효성 논란
 
복지부와 전문위원실이 긍정적으로 돌아서면서 개정안이 이대로 무난히 통과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개정안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면허를 박탈해도 시간이 지나면 재교부를 받을 수 있는데다, 의대생 등 예비 의료인의 경우 일정 기간만 지나면 면허 취득에 문제가 없어서다.
 
개정안은 의료법 제8조 결격사유에 특강법에 따른 범죄자들을 추가해, 면허 취소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의료법 제65조에 따르면 면허 취소된 의료인도 취소 원인의 사유가 없어지거나 개전(改悛)의 정이 뚜렷하다고 인정되면 면허를 다시 받을 수 있다.
 
3~5년의 재교부 금지 기간이 주어지지만, 이 기간이 지나면 면허를 다시 발급받을 수 있다. 즉 실형을 선고받고 형을 마치거나 집행이 면제되면 5년까지,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 3년까지 의료인 자격을 취득할 수 없다는 조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안은 재교부를 허용하는 의료법 제 65조에는 수정을 가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이 보건복지부에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이후 2019년 9월까지 보건복지부에 접수된 의료인 면허 재교부 신청은 총 130건이고 그 중 128건이 재교부 승인을 받았다. 박탈된 면허의 98.5%가 원래자리를 찾았단 뜻이다.
 
면허를 취득하기까지 몇 년의 시간이 더 걸리는 의대생·치의대생·한의대생 등 예비 의료인에게는 아무런 효력도 미치지 못한다. 2011년 고려대 의대생 남성 3명이 여성 학우를 성폭행해 출교된 후 타교 의대에 입학해 논란이 됐다. 이 중 박모 씨는 2019년에 의사면허를 취득했다. 개정안은 이런 일이 재발해도 막을 방안을 담지 않았다.
 
이에 대해 권칠승의원실은 “개정안에서 빠진 부분, 부족한 부분 등은 보완해 추가입법할 예정”이라며 “입법조사처 및 법제실 등 관련 기관에 추가입법 방안을 의뢰해 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여러 의견을 수용하고 데이터를 모으고 있는 중”이라며 “법제처 등과 논의해 조만간 방향성을 설정해 추가입법하겠다”고 말했다.
 
의료계의 반발에 대해서는 “아직 의원실로 의사단체 등에서 항의가 들어오진 않았다”며 “개정안이 의사들의 명예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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