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알코올성 지방간을 가진 임신부는 고혈압이 발생할 위험이 높아 산전 진찰을 통해 면밀한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중신·정영미·이승미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 김원·신수·김병재·김선민 보라매병원 교수, 인천서울여성병원 공동 연구팀은 비알코올성 지방간 임신부의 임신 관련 고혈압 발병 위험도 연구결과를 3일 발표했다.
그동안 임신 여성의 심혈관질환, 당뇨병, 고혈압, 대사증후군 등 독립적인 위험인자에 대한 연구는 많았으나 비알코올성지방간 질환 연구는 부족했다.
연구팀은 2014~2017년에 총 877명(비고혈압 857명, 고혈압 20명)의 임신부를 대상으로 임신 10~14주에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진단된 여성을 대상으로 임신 20주 이후에 임신 관련 고혈압이 발생할 위험도를 측정한 결과 지방간 1등급은 2.9%, 2등급은 11.5%, 3등급은 22.2%였다. 반면 지방간이 없는 환자의 고혈압 발생은 1.6%에 그쳤다.
140/90mmHg 이상 고혈압 임신부는 혈액에서 셀레노프로테인(Pselenoprotein P, SelP)의 농도가 증가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과 고혈압은 독립적 위험인자지만 셀레노프로테인P는 이 둘과 모두 연관성이 있어 이들을 연결 짓는 체내 물질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셀레노프로테인P는 진핵생물에서만 발견되며 셀레노시스테인(selenocysteine, Sec) 잔기를 가진 당단백질의 일종이다. 정확한 기전은 모르지만 혈관상피세포에 작용해 과산화질소 독성에 의한 내피세포의 독성 피해를 방어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임신 관련 고혈압을 가진 여성이 출산한 아기는 그렇지 않은 여성과 비교했을 때 약 2주 일찍 분만했고(37.2주 대비 39.1주), 체중이 평균 260g 적게 나갔다(2.96㎏ 대비 3.22㎏).
연구팀은 앞서 임신 중 비알코올성 지방간과 임신성 당뇨병, 거대아 분만과의 연관성을 밝혀냈고 이번에 고혈압 발생과의 연관성까지 추가로 찾아냈다. 박중신 교수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임신부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임상적 중요성을 모두 규명했다”며 “임신 초기에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발견될 경우 고위험 임신으로 간주해 더 면밀하게 산전 진찰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간질환 관련 학술지 ‘리버인터내셔널’(Liver International, IF 5.542)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