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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러운 혈압상승이 ‘혹’ 때문? ‘크롬친화세포종’ 바로 알기
  • 김신혜 기자
  • 등록 2020-07-30 17:54:31
  • 수정 2020-07-31 21: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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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신의 과도한 카테콜아민 분비가 원인 … 10~30%가 가족성 … 페녹시벤자민, 아제드라가 특화된 치료제
크롬친화세포종 치료제인 ‘디벤지란캡슐’
크롬친화세포종(Pheochromocytoma, PCC)은 인구 10만명당 연간 0.8명꼴로 새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부신결절종(paraganglioma, PGL)과 함께 카테콜아민(catecholmaine)에 의해 형성되는 종양이다. 두 질환을 통칭하는 약어는 PPGLs이다. 주로 부신수질(副腎髓質)에 발생하며 크롬친화성세포(chromaffin cell)가 카테콜아민을 대량으로 합성·저장·분비한다. 카테콜아민은 도파민(dopamine),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 에피네프린(epinephrine) 등을 말한다. 

이 질환은 갈색세포종 또는 ‘10%종양’으로도 불린다. 지방조직이 많아 핑크, 노랑, 연갈색을 띤다고 해서 갈색세포종으로 부른다. 또 10%가 악성이고, 10%는 양측성으로 발생하고, 10%가 부신수질 외 장소에서 생기고, 10%가 고립성이고, 10%가 유전성 경향을 보여 이같은 별명을 가졌다. 크롬친화성세포라 부르는 것은 이 세포종이 크롬염(chromium salts)에 의해 잘 염색되기 때문이다.
 
윤지섭 강북삼성병원 외과 교수는 “부신은 인체에 중요한 호르몬을 만들어내는데 대표적인 게 스테로이드(피질), 알도스테론(피질), 카테콜아민(수질) 등이 있다”며 “이들 중에서도 카테콜아민의 과다 분비가 크롬친화세포종의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부신 가운데 위치한 수질에는 크롬친화성세포가 있다. 이 세포는 카테콜아민을 생성해 말초혈관 수축과 혈압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카테콜아민은 알파 아드레날린 수용체를 자극함으로써 △혈압 상승 △심장 수축력 증가 △글리코겐 분해 △포도당신생합성 △내장의 이완 등을 유발한다. 또 베타 아드레날린수용체를 자극해 심박수와 심근수축력을 증가시킨다. 따라서 카테콜아민이 과다하게 분비되는 크롬친화세포종은 생명을 위협하는 고혈압이나 심장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다.

크롬친화세포종은 가족성 종양으로 발현되는 경우가 약 10~30%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가족력 없이 산발적으로 발생하며 40~50세에 진단받는 경우가 많다.
 
크롬친화세포종에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징후는 과도한 카테콜아민 분비에 의한 고혈압으로 환자의 90% 이상에서 관찰된다. 간헐적이며 발작적인 양상이 전형적이지만 지속적인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고혈압 증상이 있다고 해서 크롬친화세포종을 의심할 필요는 없다. 고혈압 환자 1000명 가운데 크롬친화세포종이 있는 비율은 약 1%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질환은 고혈압과 함께 발작성 두통, 발한, 심계항진과 같은 증상을 보인다. 이밖에 기립성저혈압, 불안장애, 창백, 혈당 상승, 진전, 오심, 쇠약감, 위상부 통증, 변비, 체온 상승, 체중 감소 등 교감신경계 과잉반응과 유사한 징후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간혹 종양이 있어도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크롬친화세포종은 혈액에 있는 아드레날린, 노르아드레날린, 도파민 등 호르몬을 측정해 진단할 수 있다. 종양에서 이들 호르몬이 생산돼 혈당을 높이기도 하므로 혈당검사도 실시해야 한다. 다른 내분비 장기의 이상이 의심되면 다른 호르몬검사를 시행할 수도 있다.
 
이 질환의 약 95%는 소변 중 아드레날린 및 노르아드레날린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단을 위해 소변을 모아 하루 동안 소변 속으로 배설되는 아드레날린, 노르아드레날린, 도파민 등의 호르몬과 대사산물인 메타네프린, 노르메타네프린, 바닐릴만델산(VMA), 호모바닐린산의 양을 측정할 수 있다.
 
혈액·소변 검사에서 이상이 있다고 판단되면 컴퓨터단층촬영(Computer Tomography scan, CT)과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 또는 기타 영상검사로 크롬친화세포종의 위치와 크기를 파악한다. MRI 검사는 종양이 주변으로 퍼진 양상을 보는 데 매우 유용하고, 부신에 생기는 다른 종양 감별에도 도움이 된다. 유전질환이 의심되는 경우 유전 검사를 실시할 가능성도 있다.
 
이 질환은 반드시 수술로 치료해야 하며 간혹 주변조직으로 전이되는 악성은 예후가 매우 불량하다. 환자의 약 90%는 수술을 받는다. 부신은 흉부 깊숙이 위치하고 혈류량이 많아 수술 중 과다 출혈 위험성이 높다. 수술 과정에서 종양이 자극을 받으면 급격한 혈압상승을 유발, 사망에 이르기도 해 주의가 필요하다.
 
호르몬을 과도하게 분비하는 기능성 종양일 때는 수술해야 한다. 비기능성 종양일 때는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고 1년에 한 번 추적관찰을 한다. 다만 비기능성 종양이라도 크기가 4cm 이상으로 크면 암을 염두에 두고 수술을 한다. 수술은 주로 복강경으로 이뤄지며 종양 위치에 따라 배로 들어가는 경복강, 등으로 접근하는 후복강 수술법을 적용한다. 최근에는 로봇을 이용해 자극 및 출혈을 최소화하면서 종양을 제거하기도 한다.
 
최선의 치료책은 수술로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지만, 크롬친화세포종 환자는 약간의 스트레스에도 카테콜아민이 대량 분비돼 수술 중 발작을 일으키기 쉬워 위험한 상태에 이를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수술 전 최소 10~14일간 종양의 카테콜아민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치료를 실시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호르몬 작용을 중단시키기 위해 페녹시벤자민(Phenoxybenzamine) 등 알파(α)차단제를 투여한다. 페녹시벤자민 성분은 희귀의약품으로 분류되며 ‘디벤지란캡슐’ 등이 있다. 과거 긴급도입의약품으로 등재됐던 같은 성분의 ‘디베닐린캡슐’은 공급중단 문제가 자주 발생해 올해 1월 31일자로 해당 급여목록에서 삭제됐다. 이를 대체할 약제로 도입된 게 디벤지란이다. 디벤지란은 수술 또는 진단치료 이전의 크롬친화세포종과 수술이 불가능한 크롬친화세포종에 적응증을 갖는다.
 
페녹시벤자민은 아드레날린성 알파 수용체를 비선택적으로 차단한다. 고혈압과 부정맥 조절을 위해 수술 전 처치에서 선호되는 약물이다. 크롬친화세포종에서 나타나는 고혈압 조절 목적으로 성인은 하루에 페녹시벤자민 10mg을 초기용량으로 복용하며 용량은 100mg까지 증량할 수 있다. 소아 치료에서는 하루 0.2mg~0.4mg/kg 용량으로 시작한다.
 
페녹시벤자민은 기립성저혈압, 비충혈, 정액역류증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장기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 부작용이 덜한 알파차단제인 독사조신(Doxazosin), 프라조신(Prazocin), 테라조신(Terazosin) 등을 투여할 수 있다. 프라조신은 2~5 mg을 하루 3회, 독사조신은 2~5 mg을 하루 1회, 테라조신은 2~8 mg을 하루 1회 투여한다. 그러나 이들 약물은 알파 차단 효과가 떨어져 수술 전 사용 약물로 선호되지는 않는다.
 
페녹시벤자민은 투여 중 빈맥이 과도할 경우 베타(β)차단제와 병용이 필요하다. 단 알파 차단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베타차단제를 투여하면 혈관 확장을 억제해 오히려 고혈압을 더 유발할 수 있어 반드시 알파차단제를 투여한 이후에 사용해야 한다.
 
크롬친화세포종이 암으로 진행됐거나 이미 전이됐다면 화학요법으로 완치하기는 어렵다. 다양한 화학항암제 또는 표적항암제가 크롬친화세포종에 투여되고 있으나 특히 더 나은 효과를 보인 항암제는 지목되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식적인 독성항암제인 cyclophosphamide, vincristine, dacarbazine 등이 쓰인다. 테모졸로미드(temozolomide) 및 수니티닙(sunitinib) 등도 크롬친화세포종의 성장을 둔화시킬 수 있다고 연구돼 있다. 기타 여러 항암제가 가능성 있는 치료대안으로 임상에 적용되고 있다. 
 
메타아이오도벤질구아니딘(MetaIdoBenzoGuanidine, MIBG) 또는 방사성 옥트레오티드(octreotide) 등 방사성동위원소를 이용해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의 생산을 억제하는 치료도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7월말 프로제닉스파마슈티컬스(Progenics Pharmaceuticals)사가 개발한 요오드 함유 방사성 의약품 ‘아제드라’(Azedra 성분명 아이오벤구안131,iobenguane, I 131)라는 크롬친화세포종 및 부신결절종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사상 최초로 승인받았다. MIBG의 일종인 아제드라는 CT상 양성이고, 절제수술이 불가하며, 국소적으로 진행하거나 전이되는 악성 PPC 또는 PGL을 갖고 있는 12세 이상의 환자에게 쓸 수 있도록 승인받았다. FDA는 아제드라가 종양이 원발 부위를 넘어 퍼지고 수술로 제거할 수 없는 환자에서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크롬친화세포종과 부신결절종을 타깃으로 하는 치료제 (출처: oncology nurse advis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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