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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건강
정말 피로는 간 때문일까? 침묵의 장기 肝에 대한 궁금증
  • 김신혜 기자
  • 등록 2020-07-17 01:07:16
  • 수정 2020-07-17 15:5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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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성 간질환, 지혈(止血)장애 동반 …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도 지방간 유발
간 기능이 저하되면 해독과 대사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아 피로감을 느낄 수 있으며 실제로 만성피로 환자 중 약 20%는 간 기능 이상을 진단받는다는 보고도 있다.
모 제약회사 간장약 광고에 등장한 ‘피로는 간 때문이야’라는 CM송은 지금도 많은 이의 뇌리에 박혀 있다. 피곤하면 간에 좋다는 간장약 또는 간 영양제를 찾는 사람이 적잖다. 실제로 간 건강은 건강과 피로 상태를 알려주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간은 음식물을 1차적으로 걸러내는 인체의 수문장이다. 영양분의 대사와 저장, 단백질과 지질의 합성, 노폐물의 배설, 독성물질의 중화, 면역조절, 호르몬 생산 등 신체 기능 유지에 필수적인 생화학적 대사를 담당하고 있다. 

간이 정상적인 작용하려면 혈액 순환이 정상적으로 이뤄져 간세포에 충분한 산소와 영양이 공급돼야 한다. 단백질이 결핍이 계속되면 간 단백질이 줄어들어 간내 효소의 기능이 떨어지고 전반적인 간 기능도 저하된다.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아무리 망가지더라도 이상증세가 잘 나타나지 않아 흔히 ‘침묵의 장기’로 부른다. 간은 70% 이상 손상돼도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방치하다가 상당히 진행되고 난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잘못된 정보를 맹신해 간 건강을 챙기려다가 더 해치기도 한다. 간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알아본다.

1. 피로는 간 때문이다?

피로감은 간질환의 흔한 증상이다. 간질환 초기엔 어깨나 목이 뻐근하고 전신이 나른하며 피로 해소가 잘 안 된다고 호소할 수 있다. 푹 쉬어도 피곤하거나 숙취가 지나치게 오래간다면 간 건강을 점검해야 한다. 간 기능이 저하되면 해독과 대사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아 피로감을 느끼기 쉽다. 실제로 만성피로 환자 중 약 20%는 간 기능 이상 진단을 받는다는 보고도 있다.

그러나 피로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빈혈이나 갑상선기능저하증, 당뇨병, 우울증 등이 있어도 피로감을 동반할 수 있다. 일상생활의 변화나 과로가 원인이라고 생각되면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그런 노력에도 피로감이 계속된다면 병원을 방문해 전문의 상담을 받아야 한다. 간이 안 좋으면 피로감뿐 아니라 전신 쇠약, 식욕저하, 메스꺼움, 구역질, 구토, 소화불량, 복부 불편감이 동반될 수 있다.

2. 배변 활동으로 간 건강을 가늠할 수 있다?

간에서 생산하는 담즙은 적혈구가 죽어 생긴 빌리루빈이란 색소를 몸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간이 나빠지면 빌리루빈을 배출하기 힘들어지고, 몸에 쌓이면 눈과 피부가 누렇게 변하는 황달이 생긴다. 몸에 축적된 빌리루빈의 일부는 소변으로 배출된다. 소변에 거품이 많아지고 소변 색은 황색·다갈색처럼 진해지며 냄새가 난다. 일부 환자는 소변색이 빨갛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간질환이 있는 사람의 대변은 색이 옅어지는 경향을 보인다. 일반적인 대변 색이 갈색인 이유는 담도를 통해 장으로 흘러내려 간 담즙이 대변 색을 물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간질환이 있으면 담즙의 생산·배출이 원활하지 않아 대변의 색이 옅은 갈색이나 회색을 띨 수 있다. 담석증, 담낭염, 기생충감염, 간염, 만성췌장염, 간경변증 등이 있으면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

간경변증 환자는 합병증으로 식도정맥류가 나타나면서 정맥류 부위가 파열돼 피를 토하거나, 혈변 또는 흑색변이 나올 수 있다. 

손톱 상태로도 간 건강을 짐작할 수 있다. 간이 좋지 않으면 혈액내 헤모글로빈 성분이 부족해져 손톱이 뿌연 흰색을 띤다.

3. 지방간은 애주가의 질환이다? 

지방간은 흔히 과도한 음주를 하는 사람에게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술을 마시지 않아도 발생할 수 있다. 대한간학회 조사에 의하면 전체 지방간 환자 중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차지하는 비율은 80% 이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연구 결과 국내 성인의 비알코올성 지방간 유병률은 2004년 11.5%에서 2010년 23.6%로 2배이상 급증했다. 대한간학회는 일반인의 10~24%, 비만인의 58~74%에서 보고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장정원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40~50대는 경제활동이 활발한 대신 운동량이 상대적으로 적고 야식이나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 비알코올성 지방간 발생률이 높다”며 “특별한 치료약이 없어 운동을 꾸준히 하고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서 단백질을 늘려 내장지방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당뇨병, 대사증후군, 고지혈증, 복부비만, 약물복용 등이 주 원인이다. 따라서 이들 질환을 가진 사람이 간기능 검사 이상소견을 보이면 지방간을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단순 지방간과 향후 간경화로 진행할 수 있는 지방간염의 감별을 위해서는 전문의 진료를 받을 필요가 있다.

4. 기름진 음식 섭취가 지방간을 유발한다?

일반적으로 비알코올성 지방간은 고지방 식이로 인해 발병하는 것으로 알지만 과도한 탄수화물·당분 섭취도 지방간을 유발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유병률은 탄수화물 섭취량이 많은 군(상위 33%)이 탄수화물 섭취량이 낮은 군(하위 33%)에 비해 남성은 약 1.7배, 여성은 약 3.8배 높았다고 밝혔다. 

과당도 비알코올성 지방간의 주범이다. 과당은 오로지 간에서만 대사가 이뤄지는데 많은 양의 과당이 한꺼번에 간으로 유입되면 미처 포도당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지방 성분으로 변해 간에 쌓이게 된다. 특히 한국인은 흰 쌀밥 위주의 식습관으로 인해 탄수화물 섭취량이 많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식약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는 하루 에너지 필요량 중 50~60%만 탄수화물로 섭취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일반인도 과도한 탄수화물 섭취를 자제하고 설탕, 시럽, 과즙농축액 등의 첨가당 섭취를 줄이는 게 비알코올성 지방간 예방에 좋다.

5. 간이 나빠지면 출혈이 잦다?

간은 혈관·조직이 손상을 받으면 지혈을 유도하는 혈액응고인자 생성에 관여한다. 간 기능이 대폭 나빠지면 간세포가 충분한 혈액응고인자를 만들지 못해 잇몸 출혈이나 코피가 나거나, 작은 충격에도 멍이 잘 들 수 있다. 만성 간질환에는 지혈장애가 동반되기 쉽다. 간경변증 등 간질환이 더 심하게 진행된 환자에서 출혈은 주요 합병증 중 하나다. 대표적인 게 정맥류 출혈이다. 간경변증에 이르면 식도나 위에 분포하는 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정맥류가 잘 생긴다. 정맥류의 크기가 클수록 파열 위험성이 커진다. 

6. 간질환을 부르는 음주량 및 음주 스타일이 있다?

알코올성 간질환은 1주일에 남성 210g, 여성 140g의 알코올을 섭취할 때 유발될 수 있다. 한 병에 49.5g 정도의 알코올을 함유한 소주(알코올 도수 17.5도)로 따지면 한 주에 남성 4병, 여성 3병 이상이다. 또 두 시간 안에 남자는 5잔 이상, 여자는 4잔 이상 마시는 폭음은 알코올성 간질환 발생과 관련이 있으므로 삼가는 게 좋다.

간헐적 폭음과 상습적 소량 음주 중 어느 쪽이 더 해로울까. 대다수 연구는 매일 술을 마시는 게 1주 1~2회 폭음하는 것보다 간에 해롭다고 밝히고 있다. 간이 쉴 새를 주지 않아 간질환에 더 잘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간학회는 간헐적으로 술을 마시는 게 매일 마시는 경우보다 알코올성 간질환 발생이 증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009년 3월 영국 사우스햄튼대 닉 셰런 박사팀은 간질환을 앓는 234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이들 중 106명이 알코올성 간질환(ALD)이었고 80명은 만성간염, 간경변증 등 중증 간질환을 갖고 있었다. 음주패턴을 분석했더니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 중 71%는 매일 술을 마시고, 8%는 매주 4일 정도 한두 잔 정도를 마셨다. 약 80%가 습관적 음주자이고, 나머지 20%는 폭음 스타일의 음주자란 얘기다. 

셰런 박사는 “알코올을 얼마나 오랫동안 마셨는지가 알코올성 간질환 발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으며 매일 마시면 1주 한번 정도 폭음하고 간을 쉬게 하는 것보다 훨씬 간에 해로운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는 평균 15세 때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한 반면 다른 간질환 환자들은 대부분 20세 이후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동안 간질환 발병은 평생 마신 총 음주량에 비례한다는 게 정석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술의 총소비량은 사망률과 질병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견해가 더 지배적이다. 소량의 음주라도 자주 마신다면 건강에 해로울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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