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시설 손해 및 기회비용까지, '보상 범위 크다' 환영 … '재난지역엔 세제혜택 필요' 목소리도
정부가 28일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으로 손실을 본 의료 기관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고 7월부터 보상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보상에는 선별진료소나 생활치료센터를 등에 투입한 비용은 물론 기회비용까지 포함된다고 밝혔다. 생각보다 큰 보상 범위에 의료계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대구‧경북지역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세제지원 등 현실적인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지난 28일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 겸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 2월부터 보건의료단체 법률전문가가 참여하는 손실보상심의위원회를 구축해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의료기관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기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대본은 오는 7월부터 본격적으로 손실보상에 대한 심사 및 지급을 추진한다. 지금까지는 코로나19 환자치료에 기여하고 손실 규모가 큰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잠정 손실에 대한 개산급(槪算給)만 지급됐다. 개산급이란 최종 지급액이 확정되기 전에 전체 손실 대상의 일부를 우선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4월 9일 146개 의료기관에 1020억원, 지난달 29일 66개 감염병 전담병원에 1308억원을 건강보험공단 재원으로 지급했다
치료 의료기관 외 확진환자 방문 요양기관 포함 … 기회비용까지 보상
중대본 손실보상심의위원회는 코로나19 환자 치료 의료기관에 대해 확진환자 발생 등으로 폐쇄‧업무정지‧소독을 이행한 기간까지 손실보상을 하기로 했다. 감염병전담병원 74개소,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 29개소, 중증환자입원치료병상 97개소, 기타 환자 치료의료기관 6개소 등이 대상이다.
코로나19 환자치료 의료기관은 시설 개조와 장비 구입 직접 비용과 환자 치료로 발생한 기회비용을 포함해 보상한다. 기회비용은 사용하지 못해 비워 둔 병상 손실과 치료에 사용한 병상에서 발생한 손실, 치료기간(전담병원 운영기간) 동안 일반 환자 감소로 인한 진료비 손실, 시설장비 등을 원래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해 발생한 손실 등이 포함된다.
감염병 전담병원에 대해선 병원 재가동에 필요한 회복기간을 최대 2개월 이내까지 인정하고 회복기간 동안 발생한 진료비 손실까지 추가로 보상한다. 장례식장, 주차장 등 의료부대사업의 손실도 보상 범위다.
생활치료센터 협력병원과 선별진료소 운영병원은 운영에 사용된 비용 및 의료인 파견 비용이나 진료비 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다.
이밖에 정부 방역조치로 폐쇄·업무정지·소독조치 된 의료기관‧약국‧일반영업장에 대해서도 소독명령 이행 등을 위해 소요된 직접비용과 폐쇄·업무정지기간 동안의 영업 손실을 보상한다. 8일 이상 장기간 폐쇄된 요양기관(의료기관, 약국)에 대해서는 회복기간(최소 3일~최대 7일) 동안의 진료비(영업) 손실을 별도 보상한다.
코로나19 환자가 방문해 장소가 공개된 요양기관도 그에 따른 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다. 소독명령 이행에 따른 직접비용과 소독·휴업기간 진료비(영업) 손실, 정보공개 후 7일간 환자 감소로 인한 진료비(영업) 손실이 보상된다.
다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언론·인터넷 등에서 자의 또는 타의로 공개돼 손실이 생긴 경우는 국가의 강제적 행정조치에 의한 손실이 아니라고 판단해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손실보상에 대한 청구 접수는 코로나19 환자치료 의료기관, 확진환자 발생 등으로 폐쇄·업무정지 조치된 기관부터 받는다. 코로나19 환자 치료의료기관은 보건복지부에서, 그밖의 손실이 발생한 요양기관이나 일반영업장 등은 소재지 시·군·구에서 신청할 수 있다.
의료계 “보상범위 크다” 환영 분위기 … 대구‧경북지역 병원급 “세제해택 달라”
경영난에 허덕이던 의료계는 풀리는 지원금을 전반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실제 비용 외에도 기회비용까지 포함돼 보상범위가 예상보다 커진 점도 한 몫을 했다.
특히 최대 2개월까지 병원 재가동에 필요한 회복기간을 인정하고 이 기간 동안 발생한 진료비 손실을 보상 범위에 넣은 것은 예상 밖이었다는 평가다. 감염병전담병원의 주차장‧장례식 등 부대시설의 사업 손실, 확진자 방문으로 장기 폐쇄된 요양기관에 대한 손실도 모두 보상된 것을 반기고 있다.
의료기관 관계자는 “아직 손실 보상 신청기간 전으로 결과는 심사를 거쳐봐야 알겠지만 발표된 기준에 따르면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억울한 손해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손실에 대한 보상 외 앞으로 병원 운영 등에 필요한 실질적인 지원이 부족하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특히 피해가 컸던 대구‧경북지역의 병원급 의료기관에서는 정부의 지원에서 배제된 부분이 많다고 주장했다.
고삼규 대구경북병원협회 회장은 29일 지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특별재난지역의 중소기업에 대한 법인세 등의 감면 등을 골자로 한 조세특례제한법에서 의료기관을 감면적용 제외 대상 업종으로 명시했다”고 하소연했다.
의원·치과의원 및 한의원의 경우는 일정 자격 조건을 갖추면 지원이 가능하지만 병원급은 그 대상이 되지 못해 세제혜택을 받을 수 없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10~21일 대구경북 의료기관 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부에 요구할 시급한 대책으로 '세금 감면이나 유예 등의 세제지원'이 33.5%로 가장 많이 꼽혔다.
고 원장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 4월 선지급한 보험청구 금액(개산금)은 결국 부채나 마찬가지”라며 “대구‧경북 지역의 중소기업처럼 병원도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3차 추경예산안 의결 … 의료기관 융자지원금 총 7500억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9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보건복지 분야 3차 추경예산안을 심의·의결했다. 여야 간 원구성 협의가 최종적으로 결렬돼 이날 전체회의는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무소속 의원만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날 회의에서 보건복지부가 편성·상정한 추경안의 규모는 1조543억원으로 구체적인 내역으로는 △K-방역 역량 강화에 6688억원 △방역물품 비축 2009억원 △인플루엔자 백신 국가예방접종 확대 265억원 △음압병상 확충 300억원 △67개 보건소 상시 음압 선별진료소 신축 102억원 △감염병 비대면 인프라 구축 803억원 △5G 네트워크 스마트병원 3개소 구축 60억원 △전자의무기록(EMR) 표준화 지원 56억원 △호흡기전담클리닉 500개소 설치에 500억원 등이 투입된다. 이밖에 코로나19로 매출액이 급감해 경영이 어려운 의료기관 융자지원에 4000억원이 배정됐다.
신현영 의원 등 보건복지위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수정·보완된 내용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그 보완 예산 내용은 △코로나19로 수고한 의료진 위험수당 309억원 △환자치료 중 감염의 피해를 입은 의료진에 대한 위로금 2억원 △현장에서 수고한 미등록 자원봉사자 수당 10억원 △코로나19 역학조사 정보화 시스템 구축비용 85억원 △코로나19 장기화 여파로 경영난을 호소하는 중소병원에 대한 융자사업 3450억원 등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의료기관 경영난 해소를 위한 융자지원액은 보건복지부가 편성한 4000억원, 보건복지위원 요구액 3450억원 등 총 7450억원에 달한다. 각 의료기관에 대한 개별 보상액은 이번 논의에서 빠져 차후에 상정될 예정이다. 아직 실현된 액수는 아니지만 의료계는 기뻐해도 좋을 만한 재원이 투입된 것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코로나19 의료진의 헌신과 위험 감수는 보상받아야 마땅하지만 다른 피해업종 보상과도 형평성을 맞춰 이뤄져야 한다는 비 의료계 종사자들의 시각도 엄연히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