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음주로도 심한 지방간, 즉 섬유화가 동반된 지방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류승호·장유수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코호트연구소 교수, 조용규 소화기내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02~2017년 건강검진을 받은 18세 이상 성인 남녀 중 비알코올 지방간이 없는 19만48명을 4.1년 추적 조사를 진행한 결과, 소량의 음주로도 섬유화가 동반된 지방간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17일 밝혔다.
비알코올 지방간이란 술을 많이 마시지 않음에도 간에 지방이 쌓이는 질환으로, 다양한 원인으로 간세포가 파괴돼 염증을 일으키는 지방간염·간섬유증·간경변증·간암 등으로 진행될 수 있다. 그동안 과음이 간질환에 해롭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 있었으나 소량의 알코올 섭취가 미치는 영향력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19만48명을 △비음주(0g/일) △가벼운 음주(1~10g/일 미만) △적당량 음주(남자 10~30g/일 미만, 여자 10~20g/일 미만) 그룹으로 나누고 소량의 음주가 지방간 및 섬유화 동반 지방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지방간은 복부초음파 검사상 소견을 보이는 경우로 정의했으며, 간 섬유화 진행 정도는 FIB-4, NFS 지표로 확인했다.
추적 관찰 결과 섬유화가 동반되지 않은 단순 지방간 발생 위험비는 비음주군과 비교해 가벼운 음주군은 0.93배, 적당량 음주군은 0.90배 더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간 섬유화가 동반된 지방간의 발생 위험비는 비음주군에 비해 가벼운 음주군은 1.15배 적당량 음주군은 1.49배로 나타나 음주량 증가에 따라 심한 지방간 발생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장유수 교수는 “알코올 섭취로 인한 단순 지방간은 1주일 이하의 일시적인 금주로도 좋아질 수 있지만 섬유화가 된다면 일시적인 금주로 호전되지 않을 수 있다”며 “이번 연구에서는 심한 지방간으로 볼 수 있는 섬유화 동반 지방간이 소량 음주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조용균 교수는 “지방간 섬유화는 실제 간경화와 간질환으로 인한 사망에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지방간 예방을 위해 음주를 피하고, 정상 체중을 유지하며, 정기적인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간학회 대표 학술지인 ‘헤파톨로지’(Hepatology)에 게재됐다.